너무나 안타까운 앳된 죽음이었다. 대구 소아 장중첩증 사망 사건, 전주 소아 교통사고 사망 사건이 기억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또 발생한 이번 대구 청소년 추락 사망 사건에서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민낯과 현실을 보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가슴을 치게 된다. 먼저 꽃다운 나이에 추락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청소년의 남은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관련한 다양한 사실 보도와 기획 기사, 칼럼이 발행됐다. 그 가운데 응급의료 현장 경험이 없는 분들도, 때로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최근 모 일간지에 서울의대 ‘김윤’이라는 교수가 ‘대한민국 의사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매우 가소로운 내용이라 일일이 반박하거나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싫지만,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몇 글자 남긴다.그의 글을 대충 읽어보니 대한민국 의사는 미국을 포함한 OECD 어느 나라 의사보다 GDP 대비 수입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수가가 낮다고 투정을 부린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한 가지만 지적한다. 김윤의 칼럼이 실린 바로 그 신문에, 김윤의 칼럼이 실리기 불과 몇 주 전에, 한림대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에 게재한
주치의는 위험성이 있는 수술을 할 때 환자에게 부작용 등을 미리 설명해야 한다(의료법 제24조의 2). 그렇다면 미성년자인 아이를 수술할 때 부모에게 위험성 등을 설명하면 설명의무를 다한 것일까? 지금까지는 부모(법정대리인)에 대한 설명만으로 충분하다고 봤다. 그런데 최근 이와 관련된 하급심과 대법원 판례가 나와 살펴보고자 한다.만 11세 7개월인 환아(이하 ‘아이’라 부른다)는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병원 주치의로부터 치료를 위해 뇌혈관 조영술 검사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아이는 조영술 후 급성 뇌경색이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는 ‘원팀’이다. 서로 손발을 맞추며 환자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던 이들이 ‘간호법’ 등장 이후 병원 밖에서 ‘원수’처럼 싸우고 있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그 중심엔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가 있다.현재 간협 홈페이지에는 ‘의사가 아니라 장례전문가, 낙선운동지도사, 약자 코스프레 전문가, 파업지도사, 무관심 지도사, 연기 지도사로 부르자’는 문구가 캠페인처럼 메인 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국민 여러분, 의사 집단이기주의에 회초리를 들어
설 연휴였던 지난 1월 22일, 우연히 친구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다 ‘오늘 의료봉사 중. 너도 그냥 와도 돼’라는 말 한마디에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라파엘 클리닉에 방문했다. 설 연휴에도 봉사하는 곳이 있다니…그 자체로 그곳이 궁금했다.방문한 라파엘 클리닉은 생각보다 크고 봉사자도, 환자도 많았다. 그날만 100명이 라파엘 클리닉에서 진료받았다. 흉통이 발생해 심전도를 찍으러 온 환자도 있었고, 꾸준히 먹는 고혈압약을 처방받으러 오는 환자들도 있었다.“여기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그냥 환자를 위해 온 거야?”라고 묻자 친구는 “그
다발골수종은 용해성 뼈병변, 빈혈, 고칼슘혈증, 신부전, 그리고 면역기능저하로 인한 감염 등의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악성형질세포가 골수에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혈액암이다. 평균 진단 연령이 67세 정도로, 노인에서 호발하는 질환으로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발생률과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이전에는 치료를 해도 대부분이 재발하고 생존하는 환자의 경우 기간 중앙값이 2~3년 정도를 보이던 희귀난치성의 혈액암이었다.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지난 20년간 많은 새로운 항암제가 개발돼 생존기간이 향상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두 배 이상의 생존 기간 증
환자 영상 유출사건이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발생했다. 병원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로 녹화된 진찰실, 대기실 등의 환자 개인 식별 영상이 빠져나간 것이다.의료법에 따라 병원에서 환자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해다. 이 사건은 촬영 대상과 촬영 방법이 잘못됐다. 개정된 의료법은 촬영 대상을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촬영 방법은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장비를 써야 한다. 인터넷에 연결된 장비는 외부 해킹이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Acute lymphoblastic leukaemia, ALL)은 희귀 혈액암 중 하나로, 매우 공격적이고 빠른 진행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항암화학요법을 통해 관해(complete response, CR)에 도달하더라도 대부분은 재발을 경험한다. 이 때 많은 환자가 6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때문에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 치료를 통해 사전에 재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미세잔존질환이란, 치료를 통해 골
최근 릴리가 자사가 개발한 CDK4/6억제제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클립)' 급여 확대에 도전한다.버제니오는 동 계열 약제 중 유일하게 호르몬 수용체 양성/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음성(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에 사용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로, 해당 치료 분야에 20년 만에 등장한 신약이다.HR+/HER2- 아형이 전체 유방암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거기에 더해 한국은 국가암검진 사업으로 인해 대부분의 유방암 환자들이 조기에 발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버제니오 보조요법이 가지는 임상적 가치를 짐작할 수 있
보건복지부가 노인 의료와 돌봄의 복합적 욕구 변화에 맞춰 분절적으로 운영되던 요양병원, 장기요양서비스, 지역사회 노인돌봄서비스를 통합 신청, 조사하고 결정하는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 시범사업을 확대했다.기존 등급판정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해 인정조사 항목, 등급판정 모형을 개편했다. 특히 장기요양 의사소견서 전면 개편, 통합판정위원회 내 의사 3인으로 구성된 의료위원회를 통해 의료적 판단 기능을 강화했다.새로 개발된 통합판정 욕구 조사표를 활용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운영센터 직원이 방문 조사한다. 질병, 간호 항목 등은 공
수천억의 부채로 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받고,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휴업명령을 내린 '일하기 좋은 기업'이 있다. '한국먼디파마' 이야기다.한국먼디파마는 글로벌 기업 문화 전문 조사업체 GPTW(Great Place to Work Institute)가 최근 발표한 '2023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2023 대한민국 여성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기업', '2023 대한민국 밀레니얼이 일하기 좋은 기업'에도 꼽혔다. GPTW가 정의한 훌륭한 일터는 ▲경영진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
지난 22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영상의학과학회 수장들이 모였다.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헌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때문이다. 이들은 한의사 A씨가 골반 초음파 진단기기를 68회나 사용하고도 환자의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쳤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대법원은 초음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공중보건에 위해가 없다고 했다. 초음파 기기는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고, 환자에게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인체에 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이를 괜찮다고 볼 수 있을
최근 한 환우단체 블로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의 타그리소 급여화 지연 횡포'라는 폐암 환자 보호자의 글이 올라왔다. 폐암 환자 아내를 둔 이 보호자는 글에서 "외부 의학교수들로 이뤄진 평가위원들이 타그리소를 약제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외고집에 보험등재가 좌절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여기서의 평가위원들은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를 지칭한다.그도 그럴 것이 타그리소가 국내에서 진행성 또는 전이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식약처 허가를 받은 지 4년이 지났는데, 이 기간 동안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 안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간호법과 면허 취소 요건을 확대한 의료법 개정안 등을 본회의로 직회부한 후 의료계 반발이 거세다.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8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폭거에 대한 투쟁 선포식 ▲간호법 면허박탈법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을 논의한다. 지금까지 의료계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하며 저지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현 상황은 의료계 비상상황이 맞다. 비상상황에서 의협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투쟁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 대응해야 한다.다만 의료계 의견을 하나로 모으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사건은 롯데바이오로직스 메가플랜트의 송도행 결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약 3조7,000억원을 투자해 송도국제도시에 대규모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롯데바이오로직스는 투자 의향서를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에 제출한 상태로, 아직 IFEZ의 사업 계획 심사가 남았으나 업계에서는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의 요람을 자처하는 인천시와 IFEZ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 입주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이미 송도에 입주해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에 이어 롯데바
“주 회장님 말씀이 맞아요. 이 법이 통과되면 억울한 의사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수 국민을 위한다면 의사가 억울해도 입법하는 게 그게 사회 정의 아닌가요?”십수 년 전 필자가 대한의사협회장으로 재직 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통과를 목전에 둔 의료분쟁 관련 법이 있었다. 환자나 보호자 측이 의료사고라고 주장하면 의사와 의료기관 측이 의사와 병원 측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입증 책임 전환’ 관련 내용이 담긴 이 법을 발의한 의원에게 부당함을 지적하자 돌아온 답이었다.더 오래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당시 대표적인
이달 중순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 사절단과 함께 아랍에미리트 연합국(UAE) 순방을 다녀왔다. 국내 기업들로 꾸려진 경제 사절단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일정을 소화하며 UAE 정부 및 기업들과 만남을 가졌다.다행히 메디톡스는 순방 일정 가운데 중동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두바이 국영 기업 테콤 그룹(TECOM GROUP)이 소유한 두바이사이언스파크와 톡신 완제품 공장 건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이달 17일 밝혔다. 메디톡스는 지난 14일부터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 UA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1970년대초 100만명이던 신생아 수는 2021년 1/4토막 난 26만명이다. 지난 40~50년간 신생아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하지만 이런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전혀 없다. 오히려 15~49세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마저 매년 감소하여 올해는 0.7명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수년간 OECD국가 중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이다.더욱이 이에 영민한(?)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 지
박인숙 전 의원은 재선 의원이기 이전에 소아심장 분야에서 국내 1인자로 불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베일러의대 부속병원인 텍사스어린이병원에서 소아심장과 조교수로 근무했다. 지난 1989년 귀국해 3월부터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심장과 교수로 근무했다. 박 전 의원이 쓴 은 선천성 심장병 학계에서는 교과서로 불린다. 여성 최초로 울산의대 학장을 지내기도 했다.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급감은 ‘인구 붕괴, 국가 소멸’이라는 일련의 재앙의 하나의 표현형일 뿐이다. 근본 원인은 저출산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집계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 참고자료에 따르면 유방암은 2016년 연간 신규 발생 환자수가 2만명을 넘어서며 2019년 기준 국내 여성 암 1위를 차지하고 있다(2007년 이후 4.3% 증가율).다행히 유방암의 5년 상대생존율(2015년~2019년 발생 암환자 기준)과 10년 상대생존율(2010년~2014년 발생 암환자 기준)은 각각 93.6%, 88.6%로, 다른 주요 암에 비해 높아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암 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어 병기상 4기로 분류하는 전이성 유방암의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