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매년 4월말 열리는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그 해 추진하는 사업과 예산 등이 결정된다. 하지만 대의원들 간 불필요한 언쟁으로 회의 시간이 길어지고 ‘의결 정족수 부족’ 때문에 상정된 안건을 모두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정총에서 처리하지 못한 안건을 다시 논의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여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는 일도 많았다. 의협의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회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셈이다.

그랬던 의협 대의원회가 달라졌다. 지난 23일 열린 제69차 정총에서는 안건과 상관 없는 언쟁이 확 줄었다. 상정했던 안건도 모두 처리했다. 고질병이었던 의결 정족수 부족 문제도 이번 정총에는 없었다. 매년 오후 7시를 훌쩍 넘겨 끝났던 본회의도 이번에는 오후 5시에 끝났다. 효율성이 높아진 셈이다.

의협 대의원회가 1년 만에 이렇게 달라진 건 회의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협 정총은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본회의 전날 예결산분과위원회와 법정관분과위를 열어 논의 시간이 긴 예결산안과 정관 개정안 등을 심의했다. 본회의 당일에는 예결산과 법정관분과위 외에도 제1, 2토의안건분과위를 열고 분야별 논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분과별 회의를 전날(22일) 다 마무리하고 논의된 최종 안건을 23일 정총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했다. 본회의 당일 시간에 쫓겨 안건을 심의하지 않아도 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사라졌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번 정총에서 안건들이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고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안건마다 논쟁을 이어간다고 해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말꼬리 잡기식 언쟁으로 예정된 회의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던 예년 정총들만 그렇다.

이번 정총이 완벽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대의원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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