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협 신경림 회장 “현장에서 걱정하기 전에 정부가 신속히 지원해야”

“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의사나 간호사가 돈 걱정까지 해야 하나.”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이같이 분통을 터뜨렸다. 레벨D 수준의 방호복에 고글과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환자를 돌보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병원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월급 걱정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의료인의 처지를 말한 것이다.

간협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이같은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는 간호사의 55.7%는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2일 이상 출근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내 소속 간호사의 93.8%는 특별수당조차 받지 못했다(관련 기사: ‘감염’ 두려움 안고 코로나19 최전선에 놓인 간호사들). 무급휴직이나 강제휴무 등 부당처우를 경험한 간호사가 72.8%나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관련 기사: 코로나19 경영난에 간호사 10명 중 8명 “부당처우 경험”).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지난 5월 29일 청년의사 유튜브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코로나19 사태 최전선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간호사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화장실 가고 싶을까봐 물도 못 마시는 간호사들
“정신적으로도 힘들다는 간호사 많아”

신 회장은 지난 5월 29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간호사들이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현장에 있는 간호사들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 얼굴에 온갖 반창고를 붙이고 있고,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봐 개인보호구를 입기 두 시간 전부터 물도 먹지 않고 있었다”며 “갈아입을 간호복이 부족해서 한번 병동에 들어가면 3~4시간 동안 머무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2주 전 대구를 다녀왔다. 날이 많이 더워져서 방호복을 입고 어떻게 견디느냐고 물었더니 아이스팩을 껴안고 다닌다고 하더라”며 “여름에 대비하기 위해 아이스 조끼를 구하려고 알아봤더니 수입을 해야 하는데 2개월 넘게 걸린다고 한다”고 했다.

혹시나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봐 집에도 가지 않고 병원 장례식장 등에서 쪽잠을 자는 간호사들도 많다. 육체적으로만 힘든 게 아니다. 격리된 채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정신적으로도 힘들다. 폭언을 듣는 일도 생긴다.

신 회장은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말하는 간호사들이 많다. 그래서 간협이 상담 콜센터를 열었다. 간호사들이 정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며 “앞으로는 정서적으로 힘든 간호사들을 도울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간호사 월급 못받을까봐 걱정하는 간호부장
“걱정하기 전에 빨리빨리 지원해줘야”

신 회장은 무엇보다 월급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했다.

신 회장은 “현장에서 만난 한 간호부장은 ‘이러다가 우리 병원 간호사들 월급 못 받을까봐 걱정’하더라. 병원장이 걱정해야 할 일을 왜 간호부장이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현실이 그렇다”며 “재난상황에서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져서 병원이 제대로 돌아가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돈 걱정까지 해야 하나. 그들이 걱정하기 전에 정부가 알아서 빨리빨리 지원해줘야 한다”며 “여름이 다가오는데 아이스조끼도 마련돼 있지 않고 교대 인력도 부족하다. 현장이 잘 돌아가야 하는데 해준 게 아무것도 없다. 현장에서는 힘이 빠져서 못하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난 간호 인력난 문제에 대해서는 근무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출된 간호사는 많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현장에서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간호사는 매해 2만명 이상 배출된다. 현장에 있는 간호사가 떠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의료법상 규정된 간호 인력 기준을 지키는 의료기관이 많지 않다. 지키지 않아도 처벌 받지 않는다. 있으나 마나한 법을 누가 지키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도 문제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가 너무 많다. 물론 근무환경이 좋은 병원도 많다”며 “정부가 병원들이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간호사의 근무환경도 나아질 것이다. 서로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