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요즘 TV를 보면 그야말로 의사 전성시대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종편 채널의 토크쇼에는 ‘○○과 전문의’ 명찰을 단 의사들이 항상 패널로 자리하고 있고, 홈쇼핑에서는 의사들이 나와 직접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한다. 이러한 의사들의 방송 출연은 대중에 가까이 다가간다는 장점도 있지만 근거 없는 치료법으로 국민보건에 위해를 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허위·과장 광고를 일삼는 의사를 ‘쇼닥터’로 명명하고 앞으로 의사들의 홈쇼핑 출연을 금지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의료인으로서 명확한 근거도 없는 시술과 치료법을 방송에서 홍보하는 것에 대해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TV에 나와 이야기 하는 것인데 믿을만하지 않겠나’라는 일부의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약제가 시장에 나오면 몇 단계에 걸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것을 감안할 때 방송에서 의사의 말 한마디가 ‘건강비법’, ‘장수비결’ 등으로 포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건강기능식품 판매광고에서 의사의 효과 홍보는 보다 심각하다. 건기식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홍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당장은 의사들의 주머니 불리기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결국 의사들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제 살 깎아먹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의협이 지금이라도 일명 쇼닥터에 대한 제재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최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의학적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치료법을 전도하고 있는 허현회 씨를 믿고 암 치료를 받지 않은 자신의 누나가 결국 사망했다는 글이 게재된 것이다. 해당 글은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고 SNS에서 활동하던 의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허씨가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인 ‘약을 끊은 사람들’에서는 글쓴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며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의사면허가 있는 쇼닥터들이 면허가 없는 허씨보다 더 믿을만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의학적 근거가 없이 권위에 기댄 것은 쇼닥터나 허씨나 매한가지다. 우리 사회는 이미 ‘근거 없는 믿음’이 만연할 때의 파장을 황우석 사태 때 확인했다. 정말 의학적인 효과가 있다면 연구를 통해 논문으로 입증하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쇼닥터와 허현회씨에게 근거 없는 신뢰를 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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