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19대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 7,730개. 19대 국회 법안 가결률 41.92%. 단순 수치로 표현해선 안 되지만 19대 국회가 3년 반 동안 남긴 성적표다.

국회 출입 후 2년 동안 ‘국회는 무능하다’는 말을, ‘국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사실 이정도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간절한, 누군가에게는 삶을 이어갈 힘을 줄 수도 있는 법안 1만706개는 오는 5월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세상의 빛 한 번 보지 못한 채 쓰레기통으로 버려질 처지에 놓였다.

이 중에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의료취약지에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 비용을 지원해주는 ‘의원급 의료기관 지원 특별법’처럼 의료계를 살릴 수 있는 법안도 있다.

이 법안들은 해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의료환경에서 의료계의 숨통을 트일 수 있게 해줄 법안들이면서 국민들의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을 향상시킬 수 있는 법안들이지만 ‘깜깜이’ 국회 때문에 세상의 빛 조차 보지 못하고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폭행, 폭언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는 ‘의료인 폭행방지법’도,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에 공소시효를 두는 ‘공소시효법’도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른다.

단순히 의료계의 살림살이를 넉넉하게 해 줄 법안들이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는 주장을 대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故 신해철씨처럼 의료분쟁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빛이 될 수도 있는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도 이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의원들의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려야 한다.

이렇게 국민을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 자고 있지만 19대 국회는 여느 국회가 그랬듯 잔인하고 혹독한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5월이 임기만료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몇 명 의원들은 20대 총선을 대비해 ‘나를 여의도로 보내달라’고 외치는데 혈안이 돼 있다.

이번에도 무능의 잔혹사를 반복할 심산이라면 여의도에 모인 300명은 이만 퇴청하시라.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