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정유진] 대한한의사협회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보건복지부의 직무유기에 대한 한의협의 입장’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의협 김필건 회장은 이날 “(기기에 신체 일부를) 갖다 대기만 하면 측정이 되고 수치가 나온다”며 기자회견 현장에서 초음파골밀도기를 시연했다. 흰 가운을 입고 시연에 나선 김 회장은 시연 참여자에게 꼼꼼히 문진을 했다. 시연 참여자는 29살 특별한 질병이 없는 신체 건강한 청년이었다.

김 회장의 말대로라면 “발목 뒤쪽 아킬레스건을 중심”으로 골밀도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가 시행됐으며, 측정결과를 본 김 회장은 시연 참여자에게서 골감소증이 보인다는 진단을 내렸다. 측정값이 표시된 모니터를 보니 아킬레스건 부위 T스코어 수치는 -4.41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때부터 이 시연이 ‘엉터리’처럼 느껴졌다. 특별한 질병이 없는 건강한 젊은 청년에게서 T스코어 수치가 -4.4로 나올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T스코어 수치가 -4.0 이하로 나오는 경우는 80세 노인에게서 쉽게 볼 수 있으며, 가벼운 낙상에도 장골이 쉽게 부러질 정도로 골밀도가 현격히 낮은 상태다.

골밀도 측정 위치도 미심쩍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가 골밀도를 측정한다면서 뼈와 근육을 이어주는 섬유조직인 ‘아킬레스건’을 측정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더 가관이었다. 김 회장은 T스코어 수치가 -4.41 이하로 나왔는데도, 골다공증이 아닌 ‘골감소증’이라고 진단했고, 엑스레이(X-ray) 검사 등이 더 있어야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진단기준이 무엇인지조차 확실히 모르는 듯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내분비내과에서는 골다공증을 진단할 때 나이를 먹음에 따라 척추 뼈가 눌려 전반적으로는 골밀도가 낮아졌음에도 요추의 골밀도는 오히려 높게 나오기 때문에 진단적 오류를 피하기 위해 단순 총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분의 골밀도를 종합적으로 본 후 골다공증을 진단한다.

그런데 김 회장은 아킬레스건 단 한 부분만을 보고 골감소증으로 진단했으며, “골수를 보충시키는 약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전문가다운 모습도 보이지 못했다. 한의사가 전문가로서 진정 국민들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보험급여도 되고 정확한 진료를 통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환자를 의사들에게 보냈어야 한다.

솔직히 기자회견장에 가기 전까지 나는 의대생으로서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중립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확실히 깨달았다. 한의사들에게 국민 건강을 맡겨서도,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이를 막아내는 것이야말로 의대생들이 앞으로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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