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남동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골대사학회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한 초음파골밀도 측정 시연의 문제점을 의학적으로 지적하는 시간을 가졌다. 골대사학회 양규현 회장이 직접 나서서 10분여 동안 한의협의 골밀도 측정 시연이 의학적으로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어 기자들이 질문을 했다. 의대생 인턴기자 신분으로 기자회견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런데 기자들의 질문이 의학적인 설명을 한 양규현 회장보다는 의료계의 대응을 이야기한 의협 추무진 회장에게만 향해 있어 아쉬웠다. 한의협 회장의 골밀도 측정이 의학적으로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는 그들에게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의학전문지를 제외한 일간지나 방송 등에서는 한의협 회장이 골밀도 측정을 하면서 ‘오진’을 했다는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마치 한의사들을 대표하는 수장이 현대의료기기를 ‘시연’했다는 것은 ‘팩트(fact)’이고, ‘오진’이라는 것은 의협의 ‘주장’인 것.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는 의학적인 원리로 만들었고 수치의 해석과 진단도 의학적으로 이뤄진다. 의학은 골다공증이냐 골감소증이냐 여부를 주관적으로 내리지 않는다. 의과대학에서도 근거중심의학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가르친다. 그런데 이번 한의협의 시연을 둘러싼 일반 언론보도만 봐도 근거중심의학, 과학적인 접근은 배제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진’에 이어서 한의협 회장이 치료방법으로 언급했던 ‘골수를 보충하는 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골수를 보충하는 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운 적이 없으니 아마도 한의협 회장이 말한 약은 한약일 것이다. 만약 진짜 그런 한약이 있다면 골밀도 시연이라는 ‘정치적인 행사’에서 언급하기 전에 그 효능부터 과학적으로 입증했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일반 언론은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의사와 한의사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를 끼치고, 천문학적인 의료비용의 증가를 불러 올 수 있다. ‘의사와 한의사, 두 이익집단이 싸운다’는 식의 보도보다는 옳고 그름을 판단해 분석하는 기사가 국민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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