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이혜선] 최근 리베이트로 제약업계가 뒤숭숭하다. 한국노바티스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고,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간 파마킹 및 Y제약사 사건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리베이트의 ‘리’자만 들어도 불만을 드러낸다. 현 리베이트 조사는 납득할 수 없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제약사와 의사의 리베이트 사건에서 주요 증거로 제시되는 것은 제약사로부터 압수한 자료와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범죄일람표 등이다. ‘받은 이’가 일일이 그 내역을 기록할 일은 만무하니, 수수 여부도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리베이트 ‘제공자’인 기업은 의심되는 비용을 소명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지 증거가 남는다. 또 ‘을’의 위치에 있는 제약사가 ‘갑’의 위치에 있는 의사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보니 제약사의 자료가 리베이트의 주요 증거로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 방식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사정기관이 제약사의 자료만 믿고 의사들의 주장은 묵살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배달사고(영업사원이 중간에서 착복한 경우)나 제약사가 거짓 증거를 내밀어도 의사들은 속수무책이라는 게 의료계 주장이다.

지난 2013년 초 S제약사는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150억원 가량의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가 나오자 리베이트를 받지 않은 의사 명단을 허위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과징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영업사원이 리베이트 품목 진술을 번복했다는 의혹을 받는 D제약 사건도 있다. 즉, 한쪽의 말 또는 증거(?)로 리베이트 여부를 단정하는 것은, 말그대로 ‘속단’이라는 것이다.

은밀하고 불법적인 리베이트는 당연히 근절돼야 한다. 실수가 아닌 잘못에 눈을 감아서도 안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 무고한 희생을 동반해서는 안된다. 수사기관은 리베이트 수사와 후속조치에 대한 의료계의 지적을 좀 더 숙고해, 보다 철저하고 공정하며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그리고 객관적이고 확실한 후속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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