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남두현] "그래서 일회용을 쓰자는 건가, 소독을 잘하자는 건가"

최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2016 건강보험 특강'에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치료재료관리 방향' 소개가 끝나기가 무섭게 한 업계 관계자가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날 연자들의 발표내용을 모조리 모아봐도 가장 예리했던 이 말 뒤엔 '재료특성에 따라 다를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답답해했다. 그런데 사실 심평원도 답답해한다. 별도 코드가 부여되지 않아 정확한 제품 통계가 없는 치료재료(제품별 코드를 부여하지 않고 일정금액을 정해 대표코드로 분류하거나 행위료에 포함, '정액보상 치료재료') 관리를 위해선 수가체계를 언급해야 하고 재사용제품의 소독을 철저히 하게 하기 위해선 적정수가를 비롯, 재사용이 가능한 횟수도 정해야 한다. 또 감염가능성이 높은 치료재료를 일회용품으로만 쓰게 하자면 허가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이 중 수가는 보건복지부, 재사용 산정횟수나 소독지침 등의 허가사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이다. 심평원이 답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복지부와 식약처로 제도개선의 책임을 미루는 심평원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문제가 생겼으니 일단 관리센터부터 만들고 보자는 식의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올해 '(가칭)의료기기종합정보센터' 설립 계획을 발표했는데, 센터의 명시된 역할은 '중장기마스터플랜', '단계적 인프라구축' 등으로 치료재료에 대한 현재의 우려를 불식할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

센터를 통해 '재사용 위험이 있는 품목을 모두 끄집어내서 제품마다 코드를 부여하고 공급과 사용을 통제하겠다'는 연자의 말도 이를 심평원 혼자서 해내기 힘든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다고 해도 2,000여개가 넘는 치료재료들을 따지는 데 얼마나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해외에선, 심지어 국내에서도 관련 학회나 NECA 등의 자료로 위험도가 높아 관리가 시급한 치료재료들은 분석이 돼 있다. 정부는 그러한 자료를 취합해 제도개선을 위해 함께 움직이면 된다. 즉, 기관간 연계가 필요한 시점이란 뜻이다.

현재 내시경 시술시 의약품을 혈관에 주사하는 '재사용 가능 내시경 주사침'이나 내시경 검사시에 병리표본을 채취하기 위해 사용되는 '재사용 가능 내시경 생검용 기구' 등의 품목허가가 '신고제'로만 돼 있다. 산정횟수가 없는 만큼 사실상 사용제한이 없는 재사용품임에도 그 기준을 두고 엄격한 심사를 거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게다가 위해성이 높은 치료재료에 고압멸균 방식의 소독을 필수로 하는 미국이나 일본 등과 달리 소독방법도 권고에만 그치고 있다.

2차 감염 위험이 높지만 보다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이런 치료재료 품목은 '재사용가능담관조영침(담관 조영을 목적으로 조영제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침으로 재사용 가능)', '재사용가능동맥주사침(동맥 주사용 침으로 재사용 가능)' '재사용가능흉막복막침(복막강에 가스를 주입하거나 제거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침으로 재사용 가능)' 등 적지 않다.

더구나 치료재료 관리의 문제는 수가체계나 일회용품의 재사용, 재사용품의 소독 등 전반에 걸쳐 얽히고설켜 있다.

따라서 복지부, 식약처, 심평원은 함께 일회용치료재료에 대한 수가체계 등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근거로 소독의 방법이나 보험 산정횟수 등 재사용치료재료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관리에 나서야 한다.

아니면 지금처럼 제2, 제3의 다나의원 사태가 일어난 이후에야 또다른 일회용치료재료의 재사용 의심기관을 신고 받고, 해당 품목 재사용시 엄벌에 처하겠다고 공표하는 등의 행보를 재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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