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송미연] 중국 좌씨전에서 유래된 ‘화이부실(華而不實)’은 ‘꽃은 화려하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뜻으로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내놓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을 보면서 떠오른 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 ‘민생침해 5대 금융악’을 뿌리 뽑겠다는 목표로 특별대책 추진방침을 발표했다. 이 중, 보험사기 척결 특별대책은 보험사기로 인해 연간 3조~4조원 대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세부 입원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올해 3월 제정됐다.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보험사기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한 ‘화려한 꽃’이 피어난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탁월한 문제제기에 이은 개선과정은 어딘가 어설프다. 입원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TF팀에 정작 의료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보험연구원과 보험업계가 팀에 포함돼 있다.

그러다보니 보험사기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수사기관이 의뢰를 하면 입원 적정성을 심의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공심사부의 발표를 보면, 보험사기 다빈도 질병 상병점유율은 무릎관절염(28.5%), 추간판장애(27.3%) 순이었다.

심평원은 허위·과다입원 보험사기는 입원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작은 직업군이 다수로, 주부(51.4%), 자영업자(17.1%) 순이라고 발표했다. 이 정보만을 미뤄 보면 무릎관절염으로 입원한 주부의 경우 보험사기 가능성이 높다고 비춰질 수 있다.

의학적으로 보면, 퇴행성관절염은 남성보다 여성의 유병률이 높고 나이가 들수록 그 격차가 커진다. 보험업계로 구성된 TF팀이 의학적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문제를 바라본다면 주부는 이처럼 ‘경제적 손실이 적은 직업군’으로 해석될 수 있다.

TF팀에 의료계가 포함되었다면 적어도 퇴행성관절염은 나이, 성별, 비만, 자세 등이 원인이 될 수 있고 쭈그린 채로 일하는 빈도가 높은, 나이 많은 여성인 주부일수록 자연스레 유병률이 높아진다는 점이 감안됐을 것이다. 이 사실을 무시한 채 통계 결과만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하게 되면, 무릎관절염으로 입원한 주부는 잠재적인 범법자로 치부돼 자신도 모르는 채 조사대상에 오를 수 있다.

보험사기는 선량한 시민들을 위해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 금감원의 문제제기로 인해 법적 근거까지 마련된 좋은 상황에서, 의학적인 근거가 배제된다면 그 입원기준은 ‘화려하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이 될 수 있다.

이번 대책이 확실한 진단 알고리즘에 맞춰 만들어진 심사기준을 바탕으로 해 선의의 피해자가 없는, ‘열매를 맺는 화려한 꽃’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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