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유독 다국적제약사들은 데이터와 근거를 중시한다. 때문에 일말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데이터로 입증되기 전까지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얼마 전의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보도자료는 이들의 ‘원칙’에 전혀 부합되지 않았다.

협회가 조사한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사회공헌 현황’에 따르면, 국내 28개 다국적사의 지난해 사회공헌활동금액(기부금 포함)은 총 225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0.47%이다.

2014년 국내 231개 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지출비율이 평균 0.17%이고 2014년 26개 다국적사가 매출액 대비 0.44%인 210억원을 기부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국내 사회에 대한 다국적사의 공헌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자료만 보면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이러한 결과를 뒷받침할 만한 실질적 근거인 각 사별 기부금 현황과 참여 제약사 목록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협회에 이를 요청했을 때 돌아온 답도 다국적 제약사가 대외비를 조건으로 기부실적을 제출했기 때문에 각 사별 현황은 제공할 수 없다는 게 설명의 전부다.

때문에 이번 사회공헌 현황 발표에는 석연찮은 곳이 적지 않다.

우선 각 사가 제출한 기부실적마다 명확성과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는 생각이다. 기부에 대한 기준이나 무엇을 사회공헌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각 사마다 다를 수 있는데 어떠한 기준으로 했는지조차 발표되지 않았다.

외부 조사기관이 아닌 다국적사들의 자체적인 조사라는 점도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다국적사를 철저히 비공개함으로써 협회가 이러한 논란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아마도 이번 발표는 우리 사회가 다국적사들에게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한 협회 측 대응방안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국적사들의 사회공헌 현황조사는 지금보다 더 ‘다국적사’ 다울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해놓고도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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