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머시 스나이더 저/엘리/240쪽/1만5,800원

나치즘과 스탈린주의의 참상을 연구해 온 유명한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가 미국 상업 의료체계를 비판한 <치료받을 권리>가 출간됐다.

저자는 2019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강타한 2020년까지 병상에서 죽음의 문턱을 넘나 들었다. 간단한 메모와 스케치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던 그는 식염수, 알코올, 그리고 핏자국으로 얼룩진 병상일기를 쓰며 치명적인 고통 한가운데서 외로운 분노를 느꼈다고 말한다.

분노는 질병에 걸린 개인이 병원에서 겪은 부조리를 넘어 미국의 상업적 의료 체계가 지닌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는 일로 이어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처를 국가 시스템의 병폐로 인식할 수 있게도 했다.

<치료받을 권리>는 병상일기와 사회 비판이 결합된 책이다. 저자는 의료보장은 선택적 권리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특히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었다. 질병과 위기 상황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삶을 지속할 권리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져 있지 않았다. 장애인은 집단 감염의 위험에 놓인 채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했고, 돌봄 공백은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 됐으며, 자영업자는 생업의 피해를 보상받지 못했다.

이 책은 적 지위나 부의 정도에 관계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건강하고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며 그럴 때 비소 인간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휴머니즘의 가치를 전한다.

같은 시기, 다른 공간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한 저자의 기록은 국내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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