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대학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심각하다. 만성질환을 보는 내과는 더 심각하다. 이미 들어와 있는 환자가 너무 많아서 신환을 받을 수 없을 정도이다. 다니는 환자를 두세 달 만에 재방문시키려고 예약을 잡아주려고 해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대중 교수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대중 교수

한 타임에 시간을 늘리고 늘려서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5시간 진료를 해도 3분씩이면 100명이다. 5분씩이면 60명이다. 상담하고 진료 차트 작성하고 처방/오더 내고 하면 정신이 없다. 그래서 서울 지역 여러 대형병원에서는 차트 작성 관련 일을 해주는 직원을 별도로 두고 있다. 심지어 방을 두 개 열고 왔다 갔다 하면서 진료를 하는 교수도 있다.

그래도 안 되니 이제 외래 방문 간격을 조정한다. 2개월에서 3개월, 4개월, 6개월로 차츰 늘어난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봐도 된다고 정당화한다. 이렇게 안 하면 신환을 못 받고, 병원에서 나쁜 평가를 받게 된다. 진료 수입이 임상교수를 평가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미 유수의 국립대병원 중에는 사립대학병원보다 인센티브 비중이 더 높은 데도 있다.

그런데 왜 심각한지에 대해 고민이 없다.

대학병원에 오지 않아도 자기 건강을 잘 챙겨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점점 개원가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종합병원·대학병원 환자 쏠림 가속화를 막기 어렵다.

주치의제도가 그 대안일 수 있다. 의사들 사이에 합의도 필요하지만 국민 설득도 필요하다. 자기결정권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우리 국민이 주치의제도를 통해 이동을 제한받는 것을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대학병원과 동네의원 간 협력진료 모형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영국은 대학병원 전문의와 동네의원 간 협의진료(화상진료라면 더 좋겠다)를 통해 부족한 전문성을 해소하고 있다고 한다. 당뇨병 환자가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을 때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전문의가 동네의원 의사의 고민을 듣고 상담을 해주는 진료이다. 그렇게 해서 환자가 대학병원에 오지 않더라도 자기 관리가 잘 될 수만 있다면 환자도 좋고 의사도 좋고 정부도 좋은 일 아닌가. 대학병원 전문의가 진료를 주당 4회 하는데 2회는 자기 환자를 보고 2회는 협의진료를 하는 식이다.

전향적으로 동네의원 의사들이 움직일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 그대로 가면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주장하는 것은 공염불이다.

그리고 대학병원 환자들 동네의원으로 되돌려 줄 묘안이 있으면 얘기해 주기 바란다. 있는 환자를 어느 날 갑자기 다 내보내는 게 쉽지 않다. 회송수가로 유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어렵다. 상급종합병원 외래 환자수를 10~15% 줄이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곧 시작하려는 모양인데, 그 과정에서 환자들이 얼마나 큰 반발을 할지 걱정이다. 매일 매일이 전쟁이 될 것이다. 교수는 환자에게 이제 동네의원으로 가라고 하소연을 해야 할 것이고, 가기 싫다고 항변하는 환자와의 다툼이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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