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공급자단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실무회의를 포함해 수차례 만남을 가지며 신경전을 펼쳐왔다.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6개 의약단체는 내부 환산지수 연구는 물론 협상전략을 짜기 위해 수개월간 집중했고 수십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그러나 그 노력이 빛을 발할지는 미지수다. 수년간 협상을 주도해 온 베테랑 보험팀조차 이번 협상에는 고개를 젓는다. 마지막 날은 밝았으나 여전히 추가재정소요액(벤딩)은 모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건보 흑자 누적액 17조원에, 메르스와 싸웠고, 보장성 강화에 적극(?) 협조하고, 진료량 증가율도 전년보다 줄였다고 해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분명 수가를 낮게 받을 이유가 없는데, 계산대로라면 7,500억원까지는 충분히 가능한 것 같은데 공단이 순순히 벤딩을 높여줄지 알길 없다는 게 공급자단체의 반응이다.
한 공급자 관계자는 “솔직히 그동안에는 공단이 벤딩에 대한 힌트를 줬다. 대략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야 인상률을 조율하지 않겠냐. 털어서 더 나올지 아닐지를 알아야 협상을 할텐데 이번에는 전혀 공단이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단은 벤딩을 알려주면 유형별 비중에 따라 인상률을 예측할 수 있어 협상 전략이 노출된다고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공급자는 눈 가리고 술래를 잡는 심정이다.
공단은 벤딩을 손에 쥐고 공급자마다 만나지만, 정작 공급자는 저 손에 쥐어진 게 무엇인지도 모른채 지레 짐작으로 숫자를 맞춰야 하는 격이다. 그러니 협상 마지막 날이 되어도 쉽사리 이야기는 진도가 나지 않고 협상횟수만 늘어날 뿐이다.
이러한 협상은 2007년부터 딱 10년째 반복되고 있다.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1~2개 단체는 ‘나 계약 안해!’를 선언하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단체도 있다. 그렇게 오른 수가는 평균 2.11%에 그친다. 지난해는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결렬을 선언해 인상률은 1%대(1.99%)로 떨어지기도 했다. 1%의 인상에 급여비 3270억원이 소요됐다.
그래도 오늘 공급자단체는 의협(1시)을 시작으로 병협(2시), 한의협(3시), 치협(4시), 약사회(5시), 간협(7시 30분) 까지 줄줄이 협상장으로 들어갈 것이다. 혹시나 모르는 공단의 부대조건 제시에 대비해 숨겨 둔 비장의 카드를 들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올해는 한번 기대해볼까. 치솟는 물가와 높아만 가는 국민 요구에, 옭죄어 가는 정부의 규제 속에 그래도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금은 마련될 수 있는 수가가 나올지를.
양금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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