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 왔다. 내년도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수가협상도 막바지에 이르러 오늘(31일)을 기점으로 최종 수가인상률이 결정된다.

그동안 공급자단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실무회의를 포함해 수차례 만남을 가지며 신경전을 펼쳐왔다.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6개 의약단체는 내부 환산지수 연구는 물론 협상전략을 짜기 위해 수개월간 집중했고 수십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그러나 그 노력이 빛을 발할지는 미지수다. 수년간 협상을 주도해 온 베테랑 보험팀조차 이번 협상에는 고개를 젓는다. 마지막 날은 밝았으나 여전히 추가재정소요액(벤딩)은 모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건보 흑자 누적액 17조원에, 메르스와 싸웠고, 보장성 강화에 적극(?) 협조하고, 진료량 증가율도 전년보다 줄였다고 해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분명 수가를 낮게 받을 이유가 없는데, 계산대로라면 7,500억원까지는 충분히 가능한 것 같은데 공단이 순순히 벤딩을 높여줄지 알길 없다는 게 공급자단체의 반응이다.

한 공급자 관계자는 “솔직히 그동안에는 공단이 벤딩에 대한 힌트를 줬다. 대략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야 인상률을 조율하지 않겠냐. 털어서 더 나올지 아닐지를 알아야 협상을 할텐데 이번에는 전혀 공단이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단은 벤딩을 알려주면 유형별 비중에 따라 인상률을 예측할 수 있어 협상 전략이 노출된다고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공급자는 눈 가리고 술래를 잡는 심정이다.

공단은 벤딩을 손에 쥐고 공급자마다 만나지만, 정작 공급자는 저 손에 쥐어진 게 무엇인지도 모른채 지레 짐작으로 숫자를 맞춰야 하는 격이다. 그러니 협상 마지막 날이 되어도 쉽사리 이야기는 진도가 나지 않고 협상횟수만 늘어날 뿐이다.

이러한 협상은 2007년부터 딱 10년째 반복되고 있다.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1~2개 단체는 ‘나 계약 안해!’를 선언하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단체도 있다. 그렇게 오른 수가는 평균 2.11%에 그친다. 지난해는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결렬을 선언해 인상률은 1%대(1.99%)로 떨어지기도 했다. 1%의 인상에 급여비 3270억원이 소요됐다.

그래도 오늘 공급자단체는 의협(1시)을 시작으로 병협(2시), 한의협(3시), 치협(4시), 약사회(5시), 간협(7시 30분) 까지 줄줄이 협상장으로 들어갈 것이다. 혹시나 모르는 공단의 부대조건 제시에 대비해 숨겨 둔 비장의 카드를 들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올해는 한번 기대해볼까. 치솟는 물가와 높아만 가는 국민 요구에, 옭죄어 가는 정부의 규제 속에 그래도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금은 마련될 수 있는 수가가 나올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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