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경기에서 심판의 페널티는 명확한 기준과 공정함이 전제돼야 한다. 누구나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페널티가 아닐 경우, 불공정 경쟁이란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운동경기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제도 운영 또한 마찬가지다. 제도를 운영하면서 심판 역할을 하는 정부가 공정한 잣대와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당사자들은 ‘반칙’이란 생각까지도 갖기 십상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신약 지원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차별적 모습이 엿보인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약가제도 개선안’이 그렇다. 개선안은 글로벌 혁신신약에 약가를 우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해당되기 위해선 혁신형 제약기업이거나 준하는 기업 등이 개발사여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지난 3월 복지부가 신약 약가를 대체약제 최고가까지 인정한다고 발표했을 때도 조건은 혁신형 제약기업이었다.

이런 약가제도 개선안들에 대해 다국적제약사 단체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는 “국내개발 신약의 경우 100% 적용되는 반면, 다국적사 신약의 경우 상당수가 우대정책 대상요건을 만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정부가 국내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제도를 마련해 추진하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최근 하나 둘 우물을 벗어나고 있는 국내제약사들에게 이러한 정부 지원은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산업 육성이라는 목표 이면에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간과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신약개발의 첫 번째 목적은 뚜렷한 대안이 없어 고통 받는 환자의 치료다. 지금 이 시간에도 기존의 약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은 새로운 대안을 목 놓아 기다리고 있다. 이들에겐 국산 약이냐는 두 번째 문제다.

배타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정책은 해외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도입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 피해와 부담은 결국 환자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성과를 높이면서 속속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현재, 자칫 국내 약가정책이 되레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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