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은 '쿠싱병의 날'…국내 미진단 환자 多
코르티솔 과분비로 당뇨병·부정맥·정신병·골절 초래
세브란스병원 구철룡 교수 "조기 진단 통해 치료를"

4월 8일은 '쿠싱병의 날(Cushing’s Disease Day)'이다. 이날은 1932년 세상에 쿠싱병을 처음으로 알린 미국 외과의사 하비 쿠싱 박사의 생일로 코르티솔 호르몬 과분비 상태를 초래해 인체 치명적인 이상을 유발하는 희귀질환인 쿠싱병을 알리고자 미국에서 최초로 제정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대한신경내분비연구회 주도로 지난 2014년부터 쿠싱병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같은 날을 쿠싱병의 날로 정하고 기념하고 있다.

쿠싱병은 국내에서 기념일 제정이 필요할 만큼 인지도가 아주 낮다. 쿠싱병은 쿠싱증후군과도 혼용되는데, 쿠싱병은 '뇌하수체 종양'에 의해 인체 내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됨으로써 복부비만, 달덩이 얼굴, 뱃살이 찢어지는 자색 선조 등의 쿠싱증후군 증상을 초래할 때를 칭한다. 이외에 콩팥 위에 위치한 '부신의 종양'이나 췌장·폐 등에 생긴 '신경내분비종양'이 이 같은 증상의 원인이 될 때와 '스테로이드제제 복약'으로 인해 이같은 증상이 초래될 때는 쿠싱증후군이라고 한다.

증상이 나타난 뒤 치료하지 않으면 쿠싱증후군의 5년 생존율은 약 50%로 암보다 못하다. 차츰 악화되다가 어느날 시한폭탄처럼 폭발하는 쿠싱증후군 중 특히 '쿠싱병'은 국내 미진단 환자가 더 많다고 한다. 아직 국내 쿠싱증후군 통계조차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이같은 추론이 나온 것일까. 쿠싱병의 날을 맞아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구철룡 교수를 만나 국내 쿠싱증후군 현황을 짚어보고, 이 병을 조기에 발견해 효과적으로 치료, 관리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들어봤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구철룡 교수는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와 인터뷰에서 국내 쿠싱증후군 현황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진제공: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구철룡 교수는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와 인터뷰에서 국내 쿠싱증후군 현황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진제공: 세브란스병원)​.

- 인구 100만명 당 5~1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쿠싱증후군은 우리 몸의 호르몬 조절 중추인 뇌하수체 종양에서 코르티솔 분비를 자극하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과도하게 나오거나 부신의 종양에서 코르티솔이 과분비되거나 신경내분비종양에 의해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가거나 다른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스테로이드제제를 쓰는 경우 생길 수 있다. 원인 별 국내 유병률은 각각 어느 정도로 파악되나.

스테로이드제제에 의한 쿠싱증후군은 가장 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모른다. 스테로이드제제 투약 뒤 실제 증상이 얼마나 생기는지 임상시험을 해봐야 정확한 데이터가 나올 텐데, 주관적인 증상이 많이 들어가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임상시험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과거 약국에서 스테로이드제제를 처방하던 시절보다는 절반 이상 준 것으로 느껴진다.

뇌하수체에 의한 쿠싱병은 작년 대한내분비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 100만명 당 2.1명으로 보고됐다. 또 지난해 대한내분비학회에서 부신에 의한 국내 쿠싱증후군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취합한 결과 100만명 당 1.5명 정도였다. 미국·중국·일본 등에서 약물로 인한 것을 제외한 전체 쿠싱증후군 중 뇌하수체에 의한 쿠싱병이 약 70~80%이고, 부신에 의한 것을 약 20%라고 하는 것과 다른 결과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데이터를 보고한 바 있는 이탈리아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이탈리아도 부신에 의한 쿠싱증후군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고 여겼는데 국가 차원에서 쿠싱증후군 증상이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검사했더니 뇌하수체에 의한 쿠싱병 비율이 70~80%까지 쭉 올라갔다. 따라서 단일민족인 우리나라만의 특성으로 부신에 의한 쿠싱증후군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해석하기 보다 쿠싱병 진단이 잘 안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전체 쿠싱증후군의 약 5% 미만은 폐·췌장 등에 생긴 신경내분비종양에 의한 것으로 본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원래 코르티솔 분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장기에서 쿠싱증후군의 원인이 발생한 것으로, 발생학적으로 뇌하수체나 부신과 같은 성격을 나타내는 종양에서 코르티솔을 자극하는 호르몬을 분비해서 증상을 유발한다. 이처럼 제 3의 공간이 원인인 경우는 증상이 굉장히 심각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건강검진을 통해 복부 CT 등의 검사를 많이 하면서 부신에 의한 쿠싱증후군은 증상이 없는 초기에도 진단되는 등 부신에 의한 쿠싱증후군은 쿠싱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단이 잘 되는 편이다. 무엇보다 뇌하수체 문제와 부신 문제로 인한 쿠싱증후군 환자 비율이 지금 맞지 않기 때문에, 뇌하수체 병인의 쿠싱병이 진단이 안 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 쿠싱증후군은 스트레스호르몬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코르티솔'이 인체 내 과도하게 넘쳐나면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안다. 쿠싱증후군일 때 어떤 문제들이 실제 나타나나.

코르티솔은 혈압과 맥박, 체온 등에 간여하고 에너지 밸런스를 맞춰주는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호르몬으로, 적어도 문제이고 넘쳐도 문제다. 코르티솔이 많아지면 혈압이 올라가고 고혈당이 초래되는 까닭에 비만,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이 초래되고, 결과적으로 혈관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야기한다. 너무 늦게 진단되면 원인을 제거해줘도 바뀐 혈관 때문에 고혈압이 계속 유지된다.

부정맥을 비롯해 여러 심혈관계질환 위험도 올라간다. 최근에는 쿠싱증후군 합병증으로 혈전증도 보고된다. 코르티솔이 피를 묽게 하기도 하지만 혈액 응고를 촉진시키기도 하는데, 피가 응고될 때 간여하는 인자들이 굉장히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혈전증 위험을 확 올린다고 한다.

특히 쿠싱증후군은 복부비만과 함께 뱃살이 찢어진 것 같은 자색 선조도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얼굴도 달덩이처럼 변한다. 뼈 대사에도 이상이 와서 골다공증이 오고 심각하면 특별한 이벤트 없이 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실제 환자 중 검사를 위해 입원했다가 갑자기 호르몬 수치가 쫙 올라가면서 뼈가 다 녹아내려 누워 있는 상태에서 외부 자극 없이 골절된 경우도 있었다.

또 전해질 균형이 깨져 피가 알칼리성으로 바뀌면서 모든 감염에 취약하게 된다. 코르티솔이 확 치고 올라가면 피에서 바이러스, 박테리아에 곰팡이균까지 나와서 죽을 수도 있다. 이때는 빠르게 원인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어서 감염이 있을 때 수술을 안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술을 해서 원인이 되는 혹(종양)을 제거하는 치료를 한다.

정신병도 생길 수 있는데, 비만이나 혈전증, 성기능장애 등과 같이 호르몬으로 인한 것은 원인을 해결하면 좋아지지만 정신병은 구조가 바뀐 혈관처럼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보고된다. 정신병은 굉장히 심각할 수 있는데, 수술하기 위해 입원했다가 병원 건물에서 뛰어내린 환자도 있었다. 이처럼 쿠싱증후군은 점점 나빠지다 시한폭탄처럼 폭발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라 굉장히 위험해 조기 발견이 필요하다.

- 쿠싱증후군은 스테로이드제제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 모두 종양에 의해서 생긴다. 이중 악성 종양인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국내 어느 정도나 되고 어떻게 치료하나.

대부분은 양성 종양이고 1~2% 미만이 악성 종양인 것으로 보고된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진단된 몇 천 케이스의 뇌하수체종양에서 악성인 경우는 다섯 케이스가 채 안 됐고, 그 중 쿠싱병을 유발하는 경우는 딱 한 케이스였다. 악성 비율은 부신종양이 뇌하수체종양보다 조금 더 높다. 쿠싱증후군은 원인이 되는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기본 치료이기 때문에 수술 등을 통해 떼어내는 치료를 한다. 악성인 경우에는 여기에 더해 항암치료를 한다.

- 쿠싱증후군은 치료 성적이 나쁜 내분비희귀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5년 사망률이 거의 50%라고 보고되기도 하는데, 국내 상황은 어떤가.

5년 사망률이 50%에 가까운 경우는 쿠싱증후군 증상이 확 나타난 상태에서 병원에 왔고 병의 원인을 몰라 그냥 놔뒀을 때의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건강검진 등을 통해 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발견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50%라는 수치를 적용할 수 없다. 증상 없이 건강검진을 통해 혹을 발견하고 혹에서 나오는 호르몬 스크리닝 혈액검사를 했을 때 쿠싱증후군이 나오는 경우가 국내 적지 않다. 이런 사람을 포함하면 5년 사망률이 20~30%쯤 될 것으로 추정된다.

- 건강검진을 통해 증상 없이 발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쿠싱증후군 환자는 어떤 상태로 병원에 오나.

대부분 비만이 굉장히 심해진 상태에서 온다. 체중이 몇 개월 사이에 거의 10kg가 찐다든지, 심한 복부비만으로 뱃살이 찢어져서 자색 선조가 나타나 있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외모 변화 없이 고혈당이나 고혈압 등의 문제를 기반으로 해서 이 병을 의심하고 병원에 오는 경우는 10분의 1밖에 안 된다.

- 쿠싱증후군의 주요 발병 연령대가 40~60대여서 이 병의 대표 증상인 복부비만이 나잇살로 인식되고, 비만과 연계된 합병증인 고혈압·당뇨병 등이 주요 증상이어서 성인병으로 흔히 치부될 것 같다. 실제 어떤가. 또 국내 상황을 감안해서 쿠싱증후군의 조기 발견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골다공증 등의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고 있는데 수치가 굉장히 안 좋아질 때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 쿠싱증후군을 의심해보길 권한다. 또 40세 이하에서 당뇨병, 고혈압, 골다공증 등이 진단된 경우도 이 병을 의심하고 검사해보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쿠싱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는 장기에 혹이 있는 경우에도 쿠싱증후군 검사를 기본적으로 해봤으면 좋겠다.

- 건강검진을 통해 쿠싱증후군 조기 진단 비율이 미국 등 외국에 비해서는 높지만, 국내 쿠싱증후군의 조기 진단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안다. 국내 쿠싱증후군의 진단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쿠싱증후군 검사가 까다로워서 병이 의심될 때 의사가 쉽게 검사 처방을 내지 못하고, 검사 처방을 내도 환자가 거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쿠싱증후군 검사는 3가지가 있는데, 모두 당뇨병 진단을 할 때처럼 한 번 체크해서 끝나는 간단한 검사가 아니다.

첫 번째 검사는 스테로이드제제인 덱사메타손을 복용해서 몸에서 나오는 스테로이드를 억제시키기 전후의 혈액 내 코르티솔 수치를 보는 검사다. 첫 날 피를 뽑은 뒤 약을 복용한 다음날 한 번 더 병원에 와서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 스테로이드를 외부에서 주입할 때, 정상이면 몸은 스테로이드를 만드는 일을 안 해도 된다고 여긴다. 다음날 혈중 코르티솔 수치를 보면 정상인 경우에는 쫙 떨어져 있는 반면, 쿠싱증후군일 때는 적정 수치만큼 코르티솔 수치가 떨어져 있지 않다.

두 번째는 24시간 소변을 모아서 그 안의 하루 동안의 스테로이드 호르몬 양을 측정하는 검사다. 이 검사는 정상 범위가 왔다 갔다 하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뚱뚱한 사람, 소변을 많이 보는 사람은 정상인 경우에도 24시간 소변검사에서 전체 스테로이드 양이 높게 나온다. 세 번째 검사는 자정에 피를 뽑아서 스테로이드 양을 측정하는 것으로 입원했을 때나 가능한 검사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일중 주기가 있는데, 제일 낮은 상태가 되는 자정에 적정 수치만큼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미국 등에서는 자정에 집에서 침으로 스테로이드 양을 측정하는 검사를 한다. 밤 12시에 검사종이를 껌 씹듯이 씹은 다음에 검사 세트를 보내면 스테로이드 수치를 알려주는, 민감도가 높은 검사다. 10년 전 국내 의학교과서에도 실리고 쿠싱증후군 진단 가이드라인에도 나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는 수가가 맞지 않아 도입이 안 돼 있다. 이런 간편한 검사가 쿠싱증후군 스크리닝 검사로 국내 도입되면 진단율이 지금보다 올라갈 수 있을텐데, 아쉽다.

- 쿠싱증후군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왔는데, 병의 원인을 몰라서 병원에서 아무 것도 안 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했다. 왜 그런가.

쿠싱증후군은 병의 원인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병인을 찾는 게 쉽지 않을 때가 있다.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종양이 큰 경우면 찾기 쉽지만, 2~3㎜ 크기의 점인 경우에는 사실 진단이 불가능하다.

앞선 3가지 검사로 쿠싱증후군이 확인되면 병변의 위치를 찾아내는 검사를 한다. 먼저 가장 흔한 약물에 의한 쿠싱증후군을 제한 다음, '부신'의 문제인지 아니면 '뇌하수체 혹은 제 3의 장기'의 문제인지 알아내기 위해 혈액검사를 하는데, 3분의 1 정도의 검사결과가 애매하게 나온다. 부신은 코르티솔을 분비하고, 뇌하수체와 제 3의 장기는 코르시솔보다 상위 단계의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에 이것을 확인하는데, 명확히 안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때는 부신보다 뇌하수체 문제인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뇌 MRI를 먼저 찍는데, 병변이 매우 작으면 영상검사로도 찾지 못한다. 외국 논문에는 쿠싱병의 경우 10~20% 정도가 MRI 검사에서 안 보인다고 보고돼 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는 5% 미만으로 나오는데, 국내는 최신 기기가 도입돼 외국보다 발견율이 높다. 또 MRI로 뇌하수체를 찍었을 때, 아리까리하게 나오는 경우도 10%나 된다.

이땐 하추체정동맥검사(inferior petrosal sinus sampling·IPSS)라고 해서 양쪽 사타구니를 통해 뇌하수체로 가는 좌우측 하추체 정동맥에 카테터를 밀어넣고 뇌하수체 좌우와 말초의 혈액의 호르몬 농도 차이를 확인해 진단하는 특수검사를 한다. 세 명의 의료진이 동시에 말초와 좌우측 하추체 정동맥에서 채혈해야 한다. 이 검사로도 확인이 안 되면 CT, MRI의 프로토콜을 바꿔서 1~2㎜ 단위로 미세하게 잘라서 검사하거나 신경내분비종양을 의심하고 매우 특수한 PET CT를 찍어야 되는데, 쿠싱증후군 진료지침에 제시된 이런 모든 검사가 가능한 병원이 국내 몇 곳 되지 않는다.

- 병변이 발견되지 않는 환자는 어떻게 치료, 관리를 하나.

병변이 확인되면 수술을 하거나 수술이 어려운 자리면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이나 방사선치료로 제거하면 되는데, 병변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모르면 치료, 관리가 굉장히 까다로워진다.

혈액검사로 쿠싱증후군이 애매하게 나오면서 증상이 없으면 환자에게 지켜보자고 한다. 그런데 증상이 심각해서 곧 죽을 것 같다 싶으면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먼저 부신이 문제일 것으로 여겨지면 그때는 한쪽 부신을 잘라낸다. 부신은 수술이 쉽고 다른 한쪽만 있어도 죽기 전까지 문제가 안 생긴다. 그러나 한쪽 부신을 잘라냈는데도 호르몬 조절이 안 될 때는 나머지 한쪽도 잘라내야 한다.

이는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막다른 상태에서 하는 치료다. 이 수술 뒤에는 평생 스테로이드제제를 투약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매일 투약해야 하고 스트레스 상황 등으로 코르티솔이 평소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는 2~3배 용량을 늘려서 복약해야 한다.

뇌하수체가 문제인 경우는 약을 쓸 수 있고, 옵션이 크게 2가지 있다. 먼저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을 떨어뜨릴 수 있는 약제인 '카버골린'이 있다. 그러나 이 약에 효과를 못 보는 환자가 30~40%에 이른다. 그러면 부신피질자극호르몬 제어를 포기하고 코르티솔을 잡을 수 있는 치료제 '케토코나졸'이나 '메티라폰'을 쓰는데, 두 약제 모두 국내 들어와 있지 않고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환자가 구매해야 한다. 이곳에 약이 비축돼 있으면 40만~60만원에 구매할 수 있지만, 약이 비축돼 있지 않으면 6주나 기다려야 하고 이때는 비용도 100만원 이상 든다.

더구나 이 약들은 간독성 등 부작용이 심하다. 쿠싱병을 치료하기 위해 나온 약이 아니라 부작용으로 코르티솔을 떨어뜨리는 약이기 때문이다. 1년 넘게 쓰면 효과를 내는 경우보다 내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다른 약제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에는 이외에 현재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 파시레오타이드라는 효과적인 쿠싱증후군 치료제가 과거에는 국내에 있었는데, 약가 등의 문제로 결국 국내에서 쓸 수 없게 됐다. 치료제로 조절이 안 되면 뇌하수체를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 국내 쿠싱증후군의 진단 환경은 외국과 비교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치료 면에서는 어떤가?

치료제에 대한 것을 제한다면 외국에 비해 나쁘지 않다. 쿠싱증후군 관련 수술은 표준화돼 있고, 국내는 좋은 진단 장비를 써서 외국에 비해서 더 많이 발견해 제거하는 치료가 이뤄진다. 병변을 못 찾았을 때 치료가 까다롭지, 병변을 찾으면 치료가 어렵지 않다. 국내는 수술, 감마나이프 등의 치료에 있어서도 성적이 월등히 뛰어나다.

- 쿠싱증후군은 치료 뒤 재발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 재발률이 어느 정도되고, 재발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어떻게 검진을 받아야 하나.

쿠싱병의 재발률은 15~20% 정도 된다. 다른 뇌하수체 종양에 비해서 재발이 더 흔한 것으로 보고된다. 부신 문제로 인한 쿠싱증후군도 재발률이 5% 정도인 것으로 안다. 때문에 최소한 10년 정도는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 치료 뒤 5년 정도는 매년 1년에 한 번씩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받기를 권한다. 그 이후에는 2년에 한 번 정도 검사를 받으면 된다. 신경내분비종양에 의한 경우에는 재발률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따라서 신경내분비종양 쿠싱증후군 환자는 평생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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