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순 기자의 ‘꽉찬생각’

보건복지부가 오는 6월부터 시작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모델을 공개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재진환자가 주 대상이며 약계가 반발하는 약 배달은 제외됐다.

하지만 복지부가 공개한 시범사업 모델을 놓고 벌써부터 많은 우려가 나온다. 모델 자체에 구멍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선 만성질환자는 1회 대면진료 후 1년 이내, 기타 질환자는 1회 대면진료 후 30일 이내까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기간을 어떻게 설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때문에 대면진료 후 비대면 진료 허용 기간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특히 기타 질환자의 경우 대면진료 후 30일까지는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는데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

예를 들어 코 감기에 걸린 환자가 대면진료 후 30일 이내 목 감기에 걸렸다면 같은 감기니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지, 아니면 아픈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대면진료를 우선 받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기준이 없어 현장 적용 시 혼란이 예상된다.

18세 미만 소아환자의 경우 휴일‧야간 진료 시 초진이라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것은 휴일‧야간 진료 의료기관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활용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범사업에 약 배달이 빠진 것은 비대면 진료 받아야 할 필요성을 크게 낮춘다.

비대면 진료 이유는 집에서 진료받기 위한 것인데, 약 배달이 허용되지 않으면 결국 환자와 보호자 중 누군가는 약을 처방받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이 매우 인접한 우리나라 특성상 비대면 진료를 받아도 의료기관 근처 약국을 가야 한다면 환자들이 굳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이유가 없다. 어차피 약국을 가야 한다면 대면진료 후 가는 것이 낫다.

이같은 우려를 알고 있는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범사업 기한도 명시하지 않고 평가계획도 없이 말로만 보완을 언급하고 있다.

복지부가 지금까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으로 수많은 의료기관과 국민이 비대면 진료를 경험했기 때문에 제도화를 위한 시범사업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는 점도 복지부가 정말 필요해서 시범사업을 하는지 의심케 한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고 여당도 인정한 것처럼 이번 시범사업은 다른 시범사업처럼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기 위함이 아니라 6월부터 불법이 되는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비대면 진료라는 의료체계 근간을 흔드는 제도를 임시방편인 시범사업으로 ‘슬쩍’ 시작하고 제도화하려는 시도는 있어서는 안된다.

특히 국회 관점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아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해 넘여야 할 산이 많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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