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대학 분당차병원 임상유전체의학센터 유한욱 교수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유한욱 교수
분당차여성병원 유한욱 교수

유전자검사 중에서 논란이 많은 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검사(Direct To Consumer Genetic Testing: DTC-GT)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이해가 어렵거나 또는 과도한 규제로 산업발전을 정부와 의료계가 방해하고 있다는 인상(?)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DTC-GT란 전문적인 의료진의 개입없이 소비자에게 인터넷, 사회적관계망, TV, 잡지,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광고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유전자검사를 제공하는 상업적 유전자 검사들을 지칭한다. 다시 말하면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서 직접 판단하고 결정하여 상업적인 유전자 분석업체에 직접 DNA를 전달하고 결과를 보고받는 유전자검사들을 뜻한다.

DTC-GT는 역사적으로 1990년대 말 유방암 유전자 BRACA를 클로닝한 미국의 ‘Myriad Genetics’ (이 회사는 이 유전자 자체의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며 독점적으로 이용하려다 미국연방대법원에서 패소함)가 유방암 유전자검사를 여러 대중매체(TV, radio, 잡지)를 이용하여 직접 소비자에게 광고하고 판매한 것이 시작이다. 그러나 당시 유방암 환자의 5~10%만 유전성이고 이들 중 17~25%에서만 유전자 이상이 발견된다는 정보는 제대로 알리지 않아 정보의 비대칭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영국에서 영양유전학(nutrigenetics)과 연관된 유전자의 DTC-GT가 시작됐다. 과학적 근거는 차치하더라도 이 검사의 목적은 개인의 유전체정보를 이용하여 영양 섭취 및 대사의 차이가 건강과 질병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유전적 차이로 인해 어떤 식품이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지, 영양 요구량이 개인별로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는 식습관의 개선과 같은 생활방식의 변화(습관을 바꾸기는 항상 쉬운 것은 아니지만)를 권고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여러 영양제나 음식을 권고하고, 판매하는 시장으로 확대를 꾀하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 인간유전체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동시에 유전체 광범위 연관성연구(genome-wide association studies: GWAS)가 대규모 코호트나 집단을 대상으로 수천 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를 동시에 조사하여 각 변이가 특정 질병 또는 표현형 특성과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한 결과들이 봇물 터지듯 보고되기 시작했다. 유전체 광범위 연관성연구란 통계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유전체의 변이와 특정 질병 또는 표현형 특성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유전학적 연구를 말한다

2000년대 중반에는 ‘23andMe’ 같은 회사들이 생기면서 조상 찾기(사실 조상 찾기 및 가계사 연구는 1980년대말 미국 유타주에서 몰몬교 신도를 대상으로 시작한 ‘Ancestry’가 시초다), 개인의 속성, 건강, 질병 감수성 관련 유전자 검사들을 소비자에게 직접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초반 과학적 입증이 불확실한 소인에 관한 유전자검사를 판매하는 유전자검사 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2007년도에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14개 유전자검사는 금지하고 6개 유전자 검사는 의료인의 판단 하에 특수한 임상적 상황에서 진단 목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했다. 단 연구 목적으로는 제한 없이 시행할 수 있게 했다. 당시는 소수의 유전자형에 근거한 검사들로서 과학적 근거가 별로 없고, 일반인들을 오도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회사들도 DTC-GT를 ‘타로’ 같은 오락적인 것으로 여겨달라고 할 정도였다. 미국에서는 2010년부터 미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 강력한 규제에 들어가기 시작하여 DTC-GT 가격이 1/10로 급락했다. 특히 의료와 관련된 DTC-GT는 금지되었다가 2015년 이후 FDA의 엄격한 심사에 따라 조금씩 허락되게 된다. 희귀질환 및 유전성 암의 보인자 검사, 질환의 감수성, 최근에는 약물유전체 관련 유전자로 차츰 폭이 넓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5년도에 법 개정을 통해 체질량지수,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모발 굵기, 피부노화, 카페인 대사 등 12항목(46유전자)의 검사에 대해서만 허용해 오다가 2022년부터 비의료적인 개인의 생활습관이나 영양과 관련된 70여개 항목을 허용하며 인증제를 도입하게 됐다. 질병 관련 유전자의 DTC-GT는 규제 샌드박스제도 하에서 흥미롭게도(?) 보건복지부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회를 통해 승인 받는 절차로 진행됐다. 관상동맥질환, 심방세동, 고혈압, 제2형 당뇨병, 고지질혈증, 뇌졸중, 골관절염, 전립선암,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 황반변성, 파킨슨병 등을 포함하고 있다.

DTC-GT에 관한 배경 설명이 길었다. 그 이유는 아직도 DTC-GT의 검사항목에 따른 정확도에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많은 나라에서 금지하거나 어느 정도의 규제를 하고 있음은 아직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고 때로는 검사결과의 해석이 각 회사마다 알고리듬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빈도가 흔한 여러 질병들의 감수성이나 소인에 관한 검사들은 다중유전자위험점수(polygenic risk score: PRS) 등에 근거한다. 이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어우러져 발생하는 흔한 복합성 질환들 또는 특정 소인과 연결된 유전적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다. PRS는 특정인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유전체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되며, 다양한 유전자 변이들을 조합하여 개인의 유전적 위험성을 평가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주의할 점은 PRS는 예측 도구로서의 한계가 있으며, 질병 발병 여부를 정확하게 예측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검사 전후에 반드시 전문적인 유전상담을 필요로 하는데 우리나라 현실은 유전상담사를 직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체학의 종국적 목표는 희귀질환은 물론이지만 더 흔한 만성적인 질환들의 개인적 위험성이나 약물에 대한 반응(약물의 선택 및 용량결정에 도움을 준다), 건강관련 소인들을 예측하고 평가하여 각 개인의 생활습관을 개선함으로 수명과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즉 ‘정밀의학’인 것이다.

한국인의 데이터가 축적되고 생물정보학적 분석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DTC-GT의 정확도도 개선될 것이다. 또한 미국의 경우 DTC-GT회사가 축적된 개인들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약물개발에 관여하기도 하고 조상/혈연 찾기에 사용된 개인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범인을 잡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DTC-GT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는 검사의 정확성, 유용성뿐 아니라 여러 윤리적, 법적, 사회적 이슈들이 있다. 예를 들면 개인의 사적인 유전체 정보의 보호 및 소유권, 개인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산물의 지적재산권 문제, 공익을 위한 데이터 공유(예: 범인을 찾기 위한 개인 유전체정보 공유), 경제적 빈부차이에 따른 DTC-GT의 접근성, 유전체 검사에 관한 정보 비대칭성으로부터의 소비자 보호 등이다.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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