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다케다 앤디 플럼프 대표 인터뷰
"환자와 과학에 초점을 맞춰 혁신 치료법 개발에 집중"

아시아계 기업 최초로 매출 기준 세계 10대 제약기업 안에 진입한 다케다제약. 다케다가 명실공히 글로벌 제약사 반열에 오른 데에는 지난 2015년 시작된 기업의 체질 개선 노력이 바탕이 됐다.

당시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한 크리스토프 웨버(Christophe Weber) CEO는 20년간 지속돼 온 생산성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의 방향성과 함께 연구개발(R&D) 전략을 새롭게 정립했다.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저분자 의약품 개발에 집중했던 기존의 방향성을 버리고 종양학, 소화기계, 신경계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한 혁신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 조직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외부 개방형 모델을 채택하는 등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후 다케다는 2019년 샤이어를 인수하며 희귀질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R&D 전략에 '데이터, 디지털, 기술(data, digital and technology, DD&T)'을 접목해나가며 기술 중심의 바이오제약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다케다 R&D 책임자인 앤디 플럼프(Andy Plump) 대표도 함께했다. 플럼프 대표는 2015년 웨버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하면서부터 다케다에 합류해, 혁신과 성과를 이끌고 있다.

이에 'KOREA BIOMEDICAL REVIEW'는 이달 6일 미국 보스턴에서 플럼프 대표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함께 회사의 성과 및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들었다.

다케다 R&D 책임자인 앤디 플럼프(Andy Plump) 사장
다케다 R&D 책임자인 앤디 플럼프(Andy Plump) 사장

-다케다가 글로벌 10대 제약사 반열에 올랐는데, 그간의 소회가 궁금하다.

다케다는 아시아계 제약회사 최초로 '글로벌 10대 제약바이오 기업'에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도쿄증권거래소와 뉴욕증권거래소 모두에 상장된 최초의 일본 바이오제약회사이기도 하다.(웃음) 2015년 초 웨버 CEO 막 부임했을 당시 다케다는 일본 제약회사였다. 그때의 다케다는 근 20년 동안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고, 때문에 웨버 대표와 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R&D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때까지 다케다가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치료 영역을 특정하지 않고 저분자 의약품 개발에만 몰두해 왔다면, 우린 환자와 과학에 초점을 맞춘 혁신 치료법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치료 영역은 종양학, 소화기계, 신경계 질환 등 세 가지 핵심 분야로 특정하고 이에 맞춰 전체 연구 조직을 개편했다. 또한 더 이상 저분자 의약품에만 집중하지 않고 해당 치료 영역에서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방식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외부 개방형 모델을 채택하고 전 세계 200개 이상의 바이오테크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후 다케다는 수년에 걸쳐 발전하면서 샤이어를 인수해 희귀질환 분야로 관심을 넓혔으며, 최근에는 데이터, 디지털, 기술 분야로 점점 관심을 더 넓혀가고 있다.

다케다는 이제 단순한 제약바이오 회사가 아니라 기술 중심의 제약바이오 회사라고 생각한다. 또한 진정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회사가 된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매사추세츠주에는 일본보다 더 많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미국 매출은 일본 매출의 3배에 달한다. 경영진 구성을 살펴봐도, 전 세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공히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단, 여전히 일본의 뿌리, 가치 체계 및 정신에 대한 깊은 유대는 유지하고 있다.

-현재 다케다가 보유한 R&D 파이프라인은 무엇인가.

다케다의 신규 파이프라인은 약 40개의 새로운 분자 물질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10개는 개발 후기 단계에 있다. 이 중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후보물질로는 희귀유전질환인 선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을 표적으로 한 효소 대체 치료제인 'TAK-755'가 있다. 이 치료제는 기존의 혈장 대체 요법과 비교한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입증했으며,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놀라운 잠재력을 가졌다.

최근에는 건선 및 다양한 염증 질환에서 동급 최강(Best-in-class)의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TAK-279'를 님버스 테라퓨틱스로부터 4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 약물은 현재 2상 임상시험 중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TAK-279'가 최소 5개, 많게는 20개에 이르는 다양한 염증 질환에 대한 확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적응증에 걸쳐 동시에 개발할 수 있는 'TAK-279'의 잠재력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다케다가 R&D 전략에 데이터, 디지털, 기술(DD&T)을 접목한 부분도 눈에 띈다.

다케다는 R&D 전략에서 데이터, 디지털, 기술(DD&T)을 활용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인공지능(AI)은 분자 설계 및 개발을 최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성공적인 협업을 통해 인실리코(in silico; 컴퓨터를 이용한 모델링이나 시뮬레이션) 접근법을 통해 저분자를 개발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TAK-279' 역시 인실리코 알고리즘을 사용해 생성된 물질로, 이에 대한 인수는 다케다의 DD&T 기반 혁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다케다는 효율성, 다양성 및 환자 참여를 향상시키기 위해 임상시험 사이트 선정, 프로토콜 개발 및 분산형 임상시험에 AI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현재 다케다 임상시험의 40%가 탈중앙화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내년 말까지 다케다 관련 임상시험의 100%가 탈중앙화 요소를 갖추게 될 것이다. 이런 프로세스가 완료되면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은 실제 1년에 한 번만 임상시험 기관에 방문하면 되고, 나머지는 모두 데이터와 디지털을 사용해 원격으로 수행할 수 있어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케다는 전 세계 환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변화의 혁신을 계속 선도하고 있으며, 강력한 R&D 파이프라인에 환자를 중심으로 한 데이터, 디지털, 기술 접목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발전의 미래를 재정의하고, 환자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준비가 돼 있다.

-보스턴 클러스터에 대해 소개와 클러스터 내에서의 다케다 역할도 궁금하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보스턴과 같은 바이오 클러스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바이오 클러스터가 있는 지역을 살펴보면. 뚜렷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제약바이오 회사, 생명공학 회사,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충분히 모여 클러스터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또 다른 공통점으로는 매우 강력한 학술기관이나 병원이 근처에 있다는 것이다. 보스턴은 지역 내 한 시간 거리에 100개 이상의 바이오테크 기업이 있으며, MIT와 하버드라는 강력한 두 개의 학술 기관이 있다.

보스턴 클러스터 내에서 다케다를 보면, 우린 가장 최근에 설립된 회사 중 하나이지만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다케다는 보스턴 지역에서 가장 큰 생명과학 분야 고용주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커뮤니티 내에서 우리의 역할은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다케다가 처음 보스턴에 왔을 당시에는 규모가 매우 작았다. 하지만 R&D 조직과 비즈니스를 보스턴으로 옮기기 위해 매우 의식적으로 노력했으며, 이후 샤이어 인수를 통해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났다. 지금은 약 6,000명이나 되는 직원이 이 지역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폭넓게 활동 중이니, 이제 다케다는 이 지역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여러모로 보스턴 생명공학 커뮤니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도 바이오 클러스터 개발 및 육성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관련해 조언한다면.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생력을 갖추기까지의 임계점에 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 가지 제언하자면, 보스턴이 되려고 하지 말고 한국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스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성장한 다른 바이오 클러스터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실패한 클러스터를 분석하고, 성공한 사례들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20년 전 싱가포르는 바이오 클러스터를 발전시키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정부 자금과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쏟아 부었다. 처음에는 혁신적인 바이오 클러스터가 될 계획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놀라운 전문성을 갖춘 제조업으로 방향을 전환해 세계 최고의 제조업 클러스터 중 하나가 됐다. 싱가포르는 지정학적인 강점을 잘 활용했다. 현재 많은 중국 생명공학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진출해 중국과 서양 및 미국 모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한 지역을 완전히 모방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국의 강점 중 하나는 인재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생명과학 분야의 인재뿐만 아니라 기술, 데이터와 디지털 분야의 인재도 굉장히 많다. 내가 만일 한국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이것들이 보건 과학에 어떻게 통합될 것인지에 대해 예측하고, 한국의 인재 풀을 활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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