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질문으로 선정된 분에게는 언론기자 간담회 시 고한승 신임회장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우수 질의자로 선정된 분들은 반드시 ZOOM 링크를 통해 언론기자 간담회에 참석하셔야 하며, 사전에 개별 연락드릴 예정입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오는 24일 개최하는 2021년 온라인 기자 간담회 초청장에 포함돼 있던 문구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지난달 협회장을 맡은 후 처음 열리는 기자간담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높고,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 중 한 곳의 대표가 직접 나서는 만큼 바이오업계의 다양한 현안과 이슈를 짚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협회의 행보를 지켜보면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요원해 보인다. 그저 의전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일단 우수 질문을 선정한단다. 이 때 우수질문이 대중이 바라는 촌철살인의 질문일까? 협회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질문이나 협회장과 관련된 질문을 우수질문으로 뽑을까? 그럴리 없을 것이란 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협회에 우수 질문 선정에 대해 묻자, 시간 관계 상 열 명 남짓에게만 질문 기회를 제공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특정기업에 대한 질문이 아닌 바이오산업 전반에 대한 질문을 우수질문으로 뽑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우수질문자에게 무려 고한승 회장에게 질문할 기회 주겠다고 했다.

사전에 질문을 취합한 뒤 협회(또는 회장) 입장에서 난감한 질문은 솎아내고, 입맛에 맞는 질문만을 고르겠다는 건, 쓴 소리에 귀를 닫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질문을 해선 안되는 ‘성역’도 아닌데, 해당 질문을 차단하는 것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질문할 기회를 준다’는 말에선 전근대적인 발상마저 엿보인다. 다른 곳도 아닌 국가 신성장 동력이자 첨단 산업임을 자처하는 바이오업계를 대표하겠다는 협회가 말이다.

물론 '온라인' 기자간담회란 특수성으로 인해,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선 일부 각본이 필요하다는 점은 십분 이해한다. 그렇다고 질문을 제한하고, 입맛대로 고르겠다고 나선 협회의 행보는 과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더구나 '회장에게 질문할 기회’를 준다는 건, 마치 야유회 행운권 추첨의 1등 상품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24일 바이오협회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발표와 질의응답이 이어질지 주목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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