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이너인 김현정 교수가 말하는 ‘병원 혁신’
“우리 병원이 어떤 곳인가를 먼저 알아야 혁신 가능”
HiPex 2022 연자로 나서 ‘혁신 노하우’ 공유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정 기획조정실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병원이 혁신하려면 조직 특성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 청년의사DB).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정 기획조정실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병원이 혁신하려면 조직 특성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 청년의사DB).

많은 병원이 ‘혁신’하기 위해 다른 병원을 벤치마킹한다. 하지만 몸에 맞지 않는 잘못된 벤치마킹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해야 백전백승(百戰百勝) 할 수 있듯이 ‘우리 병원’이 어떤 곳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디자이너’로 병원을 바꿔 온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정 기획조정실장이 무작정 ‘잘나가는 병원’을 따라 해서는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병원의 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하려고 해도 “우리 병원이 어떤 곳인가”를 먼저 알아야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피부과 전문의인 김 기조실장은 지난 2015년 서울의료원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장을 맡아 공공의료에 서비스디자인을 입히기 시작했다. 3년 뒤인 지난 2018년 10월에는 차바이오F&C로 적(연구개발사장)을 옮겨 화장품을 개발에 뛰어들었고 이 때도 서비스디자인이 주효했다. 김 기조실장의 도전은 지난 2020년 7월 개원한 세종충남대병원에서도 이어졌다. 병원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환자들이 속출하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건강검진센터인 ‘헬스케어센터’ 서비스디자인도 맡았다.

이처럼 오랫동안 피부과 의사와 서비스디자이너를 겸직해온 김 기조실장은 “병원 혁신은 우리가 어떤 병원인지를 아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병원별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국내 연예기획사 등과 비교해 병원을 네 부류로 구분해 그 특징을 설명했다.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정 기획조정실장은 국내 연예기획사 등과 비교해 병원을 네 부류로 구분해 그 특징을 설명했다.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정 기획조정실장은 국내 연예기획사 등과 비교해 병원을 네 부류로 구분해 그 특징을 설명했다.

먼저,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병원계 SM·JYP·YG·하이브’다. 체계적인 시스템에 자본도 많은 대형기획사인 SM·JYP·YG·하이브 엔터테인먼트처럼 이 두 병원도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들어가기만 하면 ‘성공’이 보장됐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비슷하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빅5병원’으로 불리지만 이들과는 다르다. 김 기조실장은 연세의료원과 가톨릭중앙의료원 계열 병원을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비유했다. “홀리(holy)하고 전통을 중요시 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때문에 혁신 방향도 다른 대형병원과는 다르다. “오랜 시간 쌓아온 의료 역량과 조직문화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식도 다르다. 전통을 무시하기 힘들다.”

‘오너’ 중심으로 성장한 곳들도 있다. ‘역주행 아이콘’이 된 브레이브걸스가 소속된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같은 곳으로 기획사 이름보다 대표인 용감한 형제(본명 김동철)가 더 유명하다. 병원계에서는 차병원과 길병원, 백병원이 여기에 속한다. 그 특징에 대해 김 기조실장은 “오너가 생각하는 방향과 맞아야 혁신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지방의료원과 국립대병원이다. 이들 기관은 EBS(한국교육방송공사)와 KBS(한국방송공사)로 분류된다. 김 기조실장은 병원계 EBS인 서울의료원에 근무했으며 지금은 KBS격인 국립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에 있다. 그리고 이들 기관의 공통점으로 “혁신이 일어나기 힘든 구조”를 꼽았다. 그는 “가끔 ‘펭수’와 같은 일이 일어나긴 하지만 흔하지 않다. 가능성이 없는 조직은 아니지만 혁신이 일어나기도 힘들다”며 “규정에 얽매어 의사결정이 늦고 공문서에 파묻혀 지낸다는 점도 비슷하다”고 했다.

김 기조실장이 이처럼 병원을 분류해 설명한 이유는 조직 특성에 맞는 혁신을 추진해야 실제 혁신이 일어난다고 강조하기 위해서다. 연세의대 출신인 그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브레이브엔터, EBS를 거쳐 현재 KBS에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청년의사 주최로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HiPex 2022(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2, 하이펙스 2022)’에서 공유한다.

그는 “병원 특징에 따라 혁신 방향이 다르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있는 사람들이 SM이나 JYP처럼 해보겠다고 하면 그게 받아들여지겠는가”라며 “우리 병원이 어떤 곳인지를 먼저 파악하지 않으면 혁신은 일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병원들이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이 될 수 없다”며 “벤치마킹을 위해 여러 병원들을 다니는데 그럴 때도 ‘우리 병원’ 특징에 맞는 곳으로 가야 한다. 우리 병원과는 맞지 않는 병원을 벤치마킹하겠다고 공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외부 업체를 이용한 컨설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같은 대형병원부터 중소병원까지 모두 컨설팅한다는 업체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지방의료원, 국립대병원은 그 특징이 아예 다르다. 대형병원을 컨설팅한 업체라고 해서 무조건 잘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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