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지난 10월 29일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현장에는 서울대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오후 11시 20분 도착했으며 9분 뒤인 오후 11시 29분 용산구 보건소 신속대응반도 도착했다. 법률상 현장응급의료소장인 용산구보건소장도 오후 11시 30분 현장에 도착했다(물론 현장 응급진료소가 설치 운영되기 시작한 시각은 10월 30일 오전 12시 9분이고, 제대로 된 현장 응급진료소는 오전 1시경에야 만들어졌다고 한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

이후 현장통제단장인 용산소방서장은 10월 30일 오전 12시 8분 “순천향대서울병원 의사를 현장으로 파견하라”고 무전 지시한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전문의)가 현장 도착해 있는데 순천향대서울병원 의사를 현장에 오라고 할 일이 무엇인가. 현장통제단장은 응급진료소가 설치된 것도, 서울대병원 DMAT가 도착한 것도 몰랐던가, 재난 현장에서 DMAT이나 현장 응급진료소의 역할을 몰랐다는 의미다.

이번 이태원 핼로윈(Halloween) 압사 참사를 통해 향후 재난응급의료 대응 개선점을 논한다면 우선 현장응급진료소장(보건소장)은 현장 재난응급의료 지원, 행정 업무를 맡아야 하고, 현장 재난 응급의료 대응은 DMAT이 출동한다면 DMAT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다수의 DMAT이 출동한다면 그 가운데 가장 경험이 많고 재난 응급의료에 관한 학식이 풍부한 연장자인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chief medical officer(CMO)의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현장 응급진료소장(보건소장)과 현장통제단장(소방서장)도 CMO의 medical authority를 존중하고 재난응급의료 대응에 있어 그 의견을 존중해 줘야 한다. 또 이를 공식화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전문응급처치가 적극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현재도 119구급대들이 119구급차에 보유하고 있는 기계식 심폐소생술 장비, 전문기도기, 수액, 약물 등을 사용한 현장에서부터 전문응급처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19구급대원에 대한 직접의료지도 강화가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법률 개정을 통한 119구급대원 업무 범위 확대도 필요하다. 현재도 법률에 따라 각 소방기관은 ‘구급지도의사’를 선임하고 24시간 전국을 9개 권역으로 나누어 직접의료지도를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담당하고 있다. 직접의료지도 요청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효과적인 직접의료지도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119구급대원 업무 범위 확대를 위한 특별구급대 시범사업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부터 시작됐지만 아직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현장 재난 현장에서 소방과 보건소의 원활한 협력, 협조도 필요하다. 현재는 현장통제단장(소방서장), 현장응급의료소장(보건소장)이 각기 법률에 규정된 대로 작동하고 있으나 그 뿐이고 원활한 협력, 협조가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이태원 사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소방 따로, 보건소 따로, DMAT 따로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장응급진료소로 이송된 환자만 현장응급진료소에서 보고, 그보다 훨씬 많은 환자들은 소방에서 알아서 CPR하고 이송하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재난 대응 시 소방과 보건소 간 협조 관계가 문제다. 재난 대응에서 원활한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향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