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미국인들이 얼마나 이심전심이 아닌 ‘언어’(혹은 최소한 ‘음성’)로서만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경향이냐 하는 것은 그들의 고맙다는 말에 대한 대꾸에서도 알 수 있는데, 상대방의 고맙다는 말에는 꼭 ‘You’re welcome.’ 이라고 대꾸를 하거나 하다못해 ‘음,음(Mm-hmm)’ 하는 콧소리(nasal sound)로서라도 응대를 해야지 그렇지 않고 웃거나 끄덕이기만 하면 나에게 고맙다고 한 상대의 의사를 접수하지 않은 정도로까지 오해하는 것 같다. 실제로 미국병원의 수술실에서 보면 집도하는 의사에게 간호사가 수술 기구를 건네줄 때마다 의사는 ‘Thank you.’ 하고 꼬박꼬박 (사실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거의 항상은 아니고 의사가 기분이 괜찮은 경우에 주로) 인사를 하고 간호사는 또 그때마다 “Mm-hmm.” 하고 대꾸를 하므로 “Thank you.” “Mm-hmm.” “Thank you.” “Mm-hmm.” 하고 탁구공을 주고받는 것처럼 쉴새 없이 말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Excuse me.” 라고 말을 건네는 상대를 향해서는 “Sure.” 라고 꼭 대꾸를 하고, 재채기하는 동료를 향하여는 “Bless you.” 라는 말을 잊지 않으며 재채기를 한 장본인은 또 이 말에 “Thank you.”라고 화답을 하는 것을 보면 과묵한 우리와는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Thank you.’ 라는 상대의 말에 대하여는 거의 항상 ‘You’re welcome.’ 이라고 대꾸를 하게 되지만 그렇게 대꾸를 하면 안 되는 한가지 경우가 있는데, A라는 이가 B를 칭찬하는 말에 대하여 B가 A를 향하여 “Thank you.” 라고 인사를 한 경우에는 A는 B를 향하여 “You’re welcome.”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내가 미국인 동료의 차를 얻어 탄 경우에 동료의 운전솜씨를 칭찬하는 의미로 “You’re a good driver.”라고 하니까 그 동료가 “Thanks.”했다고 하여 내가 “You’re welcome.”이라고 화답을 하면 결례가 되는 것이다(내가 맘에 없는 소리를 했다고 자인하는 셈이 된다).

김희천(국립의료원 정형외과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