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제 3차 ASEM(Asia Europe Meeting)이 오는 20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된다. ASEM이란 한·중·일 동북아 3개국 및 동남아의 아세안 회원국 7개국 등 아시아 10개국과 유럽연합(EU) 15개국 등 모두 25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와 유럽간의 정상회의이다.

이 회의는 식민지적 지배 관계의 단절 이래 아무런 연결고리를 갖지 못한 아시아와 유럽이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유럽·북미·동아시아간 3각 지역협력체제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겉으로는 이렇게 '우아한' 목적을 띠고 있지만, 속사정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높이려는 아시아와 유럽 여러 나라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져서 생겨난 것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최근 국제 사회에서 ASEM과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는 각 단체들의 '시위'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 기본적 이유는 물론 국제적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가 자신들의 주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겠지만, 시위를 주도하는 국제적 시민단체들 대부분이 소위 "세계화(globalization)"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주요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자본주의의 확대 발전으로서의 세계화'에 암묵적인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이 결국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할 뿐, 제 3세계 국민은 물론 선진국의 '민중'에게도 오히려 해악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많은 비정부조직(NGO)들이 '세계시민불복종' 운동을 벌이는 이유이다.

국제행사를 시위 장소로 택하는 방식은 지난해 12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9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연차총회는 수십개국에서 온 시위대의 '폭력시위'로 인해 일정을 하루 줄이기도 했다.

'경제적 세계화에 저항하는 모임(INPEG)'이라는 단체는 인터넷을 통해 환경파괴, 사회적 불평등, 빈곤, 인권과 민주주의 파괴라는 측면에서 세계화를 집중 공격하고 있고,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여기에 공감하고 있다. 몇몇 나라에서는 해병대 훈련과 맞먹을 정도의 혹독한 '시위 훈련'까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서울 회의 기간 중에도 국내외 여러 단체들이 '시위'를 벌일 예정으로 있어, 정부 당국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서울 회의 기간 중인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는, 의협 주최로 '메디칼 포럼'도 열린다.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학회' 형식을 띠고 있는 '고급 시위'가 될 전망이다. 의사의 권리, 의료 정책, 의약분업 등의 세부 주제 아래 열띤 토론이 벌어질 이날 행사는, '의료'라는 같은 문제를 놓고 각기 다른 형태의 '갈등'과 '도전'을 경험한 세계의 의사들이 처음으로 '국제적 연대'를 선언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 나라의 '치부'를 국제 사회에까지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리 유쾌한 일 은 아니지만, '세계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라 세계 의사들이 세계 시민의 건강을 수호하기 위해 고민하는 자리가 된다면, 충분히 기뻐할 만한 일이다. 이번 '의료대란'의 조기 수습 여부와 무관하게, 이번 행사가 의료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시각을 교정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해 본다.

이 포럼의 공식 언어로는 '영어'가 선정되어 있지만, 동시통역 서비스도 제공된다고 하니 많은 의사들이 참석했으면 좋겠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우리 의사들이 '지식'과 함께 의사로서의 '연대감'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이 행사를 준비하느라 외국 여러 나라까지 찾아가고, 시차적응의 시간도 없이 또 밤을 새며 준비하고 있는 전공의비대위 산하 홍보국 및 해외홍보팀 소속의 여러 선생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박재영 편집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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