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수시보건소 신준섭 보건소장
논란 된 공보의 운영지침 개정 건의안 직접 마련
"의료 공백 해소하려면 지침 한 줄이라도 바꿔야"

도서지역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는 응급 여부에 관계 없이 야간과 주말 진료를 보게 하는 운영지침 개정 건의안이 나와 논란이 됐다. 공보의들은 사실상 '7일 24시간' 진료를 강요한다며 반발했다. 의료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문제가 된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지침 개선안'을 제출한 여수시보건소는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온 섬이 공보의 1명에게 의지해야 하는 취약지에서 야간과 주말 응급 진료를 보장하기 위해 만든 지침이 오히려 응급 진료를 제약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건의안은 여수시보건소 신준섭 보건소장이 직접 마련했다. 여수시 최초 의사 출신 보건소장으로 응급의학과 전문의다. 현장을 모른다는 비판이나 공보의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신 소장은 그만큼 지방 의료 현실이 절박하기에 내린 선택이라고 했다.

"실제 개정 여부를 떠나 이런 의견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이제는 의료 공백 해소에 도움이 된다면 지침 한 줄이라도 바꿔봐야 할 때다. 일회성으로 이번 위기만 넘어가자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공공의료는 정부와 지자체 책임이라는 의식 속에 법·제도 개혁을 이뤄야 한다."

이런 생각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일하며 늘 가져온 소신이라고 했다. 신 소장은 서울의료원 응급센터장으로 공공의료 경력을 쌓았고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지켜보며 "이 나라에서 공공의료 하기의 어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30년 경력을 마무리하고 고향에 내려왔지만 "현장을 지키려면 결국 누군가 조직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보건소장직에 지원했고 지난 1월 10일 취임했다. 신 소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 내내 지방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신 소장은 지난 1990년 전남의대를 졸업하고 이대목동병원에서 수련했다.

여수시보건소 신준섭 보건소장은 지난 9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지난 30년간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일하며 느낀 공공의료의 현실적 한계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 제공: 여수시보건소).
여수시보건소 신준섭 보건소장은 지난 9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지난 30년간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일하며 느낀 공공의료의 현실적 한계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 제공: 여수시보건소).

-3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보건소장에 지원한 이유는.

나고 자란 고향에 돌아왔으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또 지난 30년 간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느낀 의문과 아쉬움을 풀고 싶었다. 현장이 문제를 지적해도 일회성으로 넘어가지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 경우가 너무 많았다. 그렇다면 보건복지부라는 조직 내부에서 한 번 더 의견을 개진해보자는 마음에 지원했다.

-여수시보건소는 지난달 복지부에 제출한 '공보의제도 운영지침' 개정을 건의했다. 도서지역 공보의 주말·야간 진료를 응급 환자로 제한한 지침을 삭제하자는 내용이다.

보건소장으로 부임하고 내가 직접 제안했다. 응급 환자만 진료하라는 지침 때문에 오히려 응급 환자를 안 보는 형국이다. 진료는 의사의 기본이다. 차라리 제한을 폐지해 제약을 없애는 것이 맞다고 봤다. 의료취약지에 근무하는 공보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 응급하지 않은 환자 진료에 공보의를 투입하는 게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응급실에 들어오는 사람은 본인이 다 응급 환자라고 여긴다. 아무리 숙련된 전문의라도 그 환자를 직접 보지 않는 한 응급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그런데 공보의들이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전화로 환자 상태를 듣고 진료 여부를 결정한다는 민원이 계속 있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이해가 어려웠다. 환자가 의사 도움을 요청하는데 어떤 의미로 진료 거부로 해석할 수도 있다.

- 공보의 업무 부담이 극심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2년 10월 1일부터 2023년 1월 31일까지 지역 내 공보의 주말·휴일 진료 인원 통계를 냈다. 40일간 99명을 진료했다. 하루 평균 2.5명 꼴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파단했다. 일평균 진료 수가 많았다면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다.

- 실제로 지침 개정이 이뤄질 거라고 보나.

논의해봐야 한다. 이번 건의의 본질적인 목적이 바로 그런 공론장을 세우는 것이었다. 보건소가 건의안을 올린 만큼 복지부 내부 논의가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공보의 의견을 수렴하고 의료계도 이에 대한 입장을 제시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 의료 현실을 한 번 더 되돌아봤으면 했다. 응급진료 제한이라도 없애달라고 할 정도로 절박한 현실인데 준비는 너무 미흡하다.

- 현재 지방 의료 현실은.

지역에서 일하려고 하는 의사가 없는 건 당연한 사실이고 그나마 있는 공공의료원은 수익을 못 낸다고 폐쇄한다. 공보의라도 배치하고 있지만 진료 수당을 더 주면 지적받는다. 임기제 공무원이니 그에 걸맞게 주라는 것이다. 공보의 인력 자체도 줄고 있다. 더 이상 도서지역에 공보의를 배치하지 못하면 보건소 진료 역량부터 그쪽으로 돌려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법제도를 개선해 다가오는 의료공백에 대비해야 한다.

- 전라도는 특히 의료 인프라가 약하다는 평이다. 공보의들조차 기피지역으로 꼽는다. 바뀔 수 있을까.

지역별로 배출하는 의료 인력이 다른 게 원인이다. 고향이 전라도인 의사들이라면 지금처럼 피하겠나. 하지만 전라도 출신이거나 이 지역 의대를 졸업해 의사가 되는 공보의 수부터 매우 적다. 절대적으로 많은 수도권 출신은 교통도 불편하고 먼 전라도를 기꺼이 오기 어렵다.

-그럼 공공의대 설립이 해결책이라고 보나. 대학병원 유치 목소리도 크다.

공공의대를 세우고 10년 간 근무하게 해도 그 이후는 담보하기 어렵다. 지방은 소멸하고 수도권이 모든 경제적 기회를 쥔 상황에서 공공의대는 물론 대학병원 신설도 해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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