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북삼성병원 김원석 기획총괄 겸 기획실장
“미래병원 이끌 젊은 의사들의 꿈 펼치는 무대 ‘MIT’”

강북삼성병원 김원석 기획총괄 겸 기획실장(피부과 교수)은 “강북삼성병원이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그 변화의 시작과 새로운 무대가 바로 MIT”라고 말했다(ⓒ청년의사).
강북삼성병원 김원석 기획총괄 겸 기획실장(피부과 교수)은 “강북삼성병원이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그 변화의 시작과 새로운 무대가 바로 MIT”라고 말했다(ⓒ청년의사).

아랍에미리트(UAE)의 작은 도시 두바이가 단숨에 세계적인 도시로 주목 받게 된 배경에는 ‘파괴적 혁신’이 있다. 두바이는 올해 초 관광객 유치를 위해 30%에 달하던 주류세를 폐지했고, 종전 금·토요일이던 휴일도 토·일요일로 변경했다. 두바이가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깨면서까지 개방정책을 도입한 데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다.

국제적인 허브 도시로 성장한 두바이를 닮고 싶다는 병원이 있다. 바로 강북삼성병원이다. 김원석 기획총괄 겸 기획실장(피부과)은 입지조건 등 제한적인 경영환경이 닮은 두바이를 보며 강북삼성병원의 미래를 그렸다고 했다. 그리고 그 혁신의 원천을 젊은 의사들에서 찾았다고도 했다. 이는 지난해 강북삼성병원이 꾸린 의료혁신팀인 ‘M.I.T(Medical Innovation Team)’에 녹아있다.

강북삼성병원 MIT는 창의적으로 잠재력 높은 주니어 의사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팀이다. 지난해 1월부터 원내 주니어 의사 47명의 면담을 통해 접수된 18개 과제 중 원장단의 1·2차 심사를 거쳐 최종 3개 과제가 채택됐다. 3개 과제 중 정밀의학 유전자클리닉은 지난 1월 문을 열었고, 재활의학과에서 제안한 근감소증 신규검사도 도입됐다.

마취통증의학과 주니어 의사들이 제안한 통증 조절을 위한 환자 중심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현재 진행 중이다.

MIT에서 추진한 혁신 과제들이 당장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줄리 만무하지만 병원 차원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유는 딱 하나다. 젊은 의사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보자는 것. 미래병원을 이끌어갈 의사들을 인큐베이팅 하는 과정이 MIT의 설립 배경이다.

김 실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강북삼성병원이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경직된 병원문화를 바꾸는 것은 물론 젊은 의사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있어야 한다. 그 변화의 시작과 새로운 무대가 바로 MIT”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MIT 총괄을 맡고 있다.

- 이름만 들으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이 생각난다. MIT를 꾸리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MIT 공대가 생각나도록 유도한 것도 있다(웃음). 혁신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군대나 의사직군만큼 경직된 조직도 없다. 상명하복 문화가 만연한 경직된 병원 안에서 젊은 의사들이 뭔가 하고 싶다고 할 방법이 없는 것. 뭐든 찾아보고 뭔가 하고 싶은 30대 주니어 의사들에게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나아가 병원문화도 바뀔 수 있을 거라는 바람도 있었다. 사실 강북삼성병원은 땅도 좁다. 하드웨어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다. 또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미래 의료는 그런 규모의 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공간을 벗어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젊은 의사들이 신나서 일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 강북삼성병원의 고민이 녹아든 곳이 MIT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최근 방영된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그룹 회장은 항상 ‘돈이 되냐, 아니면 순양에 가치가 있냐’고 말한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젊은 의사들의 아이디어를 보면 당장 돈이 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언제 클지도 모르고, 제대로 클지, 앞으로 잘 나갈지 모든 게 물음표다. 하지만 그거 자체가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2개만 잘 돼도 경직된 틀을 바꿀 수 있다. 언제까지 환자만 보고 병상을 늘리는 식으로 갈 수는 없다. 지금도 수도권 일대 대학병원들의 출혈경쟁으로 병상이 늘고 있다. 언제든 인력 이동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설을 늘리고 월급을 올린다고 (대형병원을) 따라갈 수도 없다. 내가 소속된 병원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지난달 10일 개소한 정밀의학 유전자클리닉도 MIT에서 채택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사진제공: 강북삼성병원).
지난달 10일 개소한 정밀의학 유전자클리닉도 MIT에서 채택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사진제공: 강북삼성병원).

- 제출된 12개 과제 중 최종 3개 과제가 채택됐다. 어떤 과정으로 선정됐는지도 궁금하다.

지난해 1월부터 주니어 의사들과 수개월에 걸쳐 면담을 가졌다. 가볍게 티타임을 갖고 식사도 하며 자유롭게 생각들을 펼쳐 보일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모였다. 아이디어 중 미래의료 트렌드에 부합되는 것들을 추렸다. 다만 최첨단 로봇수술 기기를 들여와 업적을 쌓자는 식의 의견은 과감히 뺐다. MIT 취지와 맞지 않았다. 특히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한 젊은 교수들의 열정을 봤다. 정밀의학 유전자클리닉도 그 중 하나다. 다른 병원에서도 유전자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지만 강북삼성병원 만의 장점이 있다고 본다. 건강검진센터라는 방대한 프로그램을 토대로 질환 중심의 유전자검사가 아닌 예방과 헬스케어 중심의 유전자클리닉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 추진 과제로 채택된 아이디어를 제안한 젊은 교수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아이디어 제공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토대로 연구를 확장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생각에 들떠있다. 오는 환자만 진료해서는 서서히 고사돼 갈 수밖에 없다. 강북삼성병원은 두바이가 이뤄낸 혁신을 추구한다. 언제든 황폐화 될 수 있는 곳을 세계에서 주목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낸 것처럼 강북삼성병원도 충분히 그런 저력이 있다. 가장 큰 힘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조직이 바로 MIT라고 생각한다. MIT 젊은 교수들은 아직 해외연수 경험이 없다. 이런 경험을 하고 해외연수를 한다면 좀 더 새로운 시각에서 미래의료를 바라볼 수 있지 않겠나.

- MIT의 앞으로 계획도 궁금하다.

젊은 교수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게 지적재산권이다. 특허를 내게 해 창업을 유도하고 있다. 사실 부끄럽지만 특허 지원을 시작한 게 4~5년 밖에 안 됐다. 그럼에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특허출원이 이뤄지고 있다. 인센티브도 제공하며 육성하고 있다. 특허 하나 잘 팔아 병원 1년 수입이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웃음). MIT 목표는 좋은 진료 아이템으로 건강한 사람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이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젊은 교수들의 수많은 아이디어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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