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간호사회 대표 "간선제라고 하기에도 민망"
"간호법 제정되면 유토피아? 다른 현안 잊힐까 우려"
"가장 손쉬운 방법이 의대나 간호대 정원 확대"

간호사 사회에서 '튀는' 목소리를 내는 단체로 꼽히는 곳이 있다. '젊은 간호사회'다. 대한간호협회를 중심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강조하는 분위기에 거부감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젊은 간호사'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간협 회무 방향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서슴 없이 한다. 간선제를 유지하고 있는 간협을 향해 "독재체제"로 가고 있다는 쓴소리도 한다.

젊은 간호사회는 지난 2017년 결성된 이후 꾸준히 간협에 직선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지난 2020년 8월에는 검색 릴레이 운동을 주도해 ‘대한간호협회 직선제’를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간협은 이번 제38대 회장 선거도 기존처럼 대의원들이 뽑는 간선제로 진행한다. 선거는 오는 27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진행된다. 간협은 지난 1958년부터 간선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A씨와 지방 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B씨가 젊은 간호사회를 결성하게 된 것도 ‘간협이 현장 간호사의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에서였다.

이들은 22일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도 “간협 행보에는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현장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대변되려면 더 많은 간호사들이 (간협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간호사 사회는 바뀌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실명이 아닌 익명으로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젊은 간호사회가 SNS에 올린 카드뉴스들(사진출처: 젊은 간호사회 페이스북)
젊은 간호사회가 SNS에 올린 카드뉴스들(사진출처: 젊은 간호사회 페이스북)

- 젊은 간호사회를 결성하게 된 계기는?

A간호사: 간호대 재학 시절 친구들과 간호 정책에 대한 고민을 나누곤 했다. 그러다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하면서 일에 치여 살다 문뜩 간호 환경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됐다. 알고 보니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 때마침 간협 직선제 서명운동이 진행됐는데 그 때 본격적으로 단체로서 활동하기 위해 동료 간호사들과 ‘젊은 간호사회’를 만들었다. 현재는 소규모로 태스크 포스(TF)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간협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다보니 공개적으로 신규 회원을 모집하기 어렵다. 하지만 간호 환경의 변화를 원하는 마음이 젊은 간호사라면 누구나 다 참여 가능하다. 회원 모집에 대해선 계속 논의하고 있다.

- 창립 때부터 간선제로 진행되는 간협 회장 선거 방식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왔다.

A간호사: 사실 간선제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독재체제로 가고 있다. 적어도 일반회원들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을 뽑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조차도 못 하고 있다. 간선제여도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이렇게까지 비판하진 않았을 것이다. 서로 알던 사람들끼리 계속해서 선거에 나오는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

주변 간호사들도 간선제에 비판적으로 생각하지만 문제가 너무 복잡해 구체적으로 말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매번 회비를 내는데 간호 관련 정책에 간협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간호사가 업무가 바쁘다 보니 문제를 제기하거나 행동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젊은 간호사회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B간호사: 예전에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다 사직하면서 ‘내가 왜 그만둘 수밖에 없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간호사를 대변한다는 간협에서 열악한 간호 환경을 해결하려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직접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결국 없었다.

현장 간호사들이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일에 치이다 보니 잘 모르는 부분도 많더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작이 바로 직선제라고 생각했다.

- 간호법 입법 취지나 내용에 대해 모두 공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A간호사: 간호법에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보건의료현장은 간호사 혼자서 일하는 게 아니다. 간호법이 통과돼서 현장 간호사 처우가 개선되거나 국민 건강을 위한 발전 방향을 제시해 모든 보건의료 직종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되면 찬성할 것이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변호사인 친구들에게도 간호법 전문을 보여주고 의견을 묻기도 했다. 간호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간협은 왜 간호법만 제정되면 유토피아가 펼쳐질 것처럼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

간호계가 당면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간호법이라는 거대한 담론으로 사라져 버리는 게 더 우려스럽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정한 ‘간호인력인권법(가칭)’의 조항을 살펴보니 구체적인 간호사 대 환자 수 비율이나 처벌규정이 있더라. 이 법안을 추진하는 게 간호사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B간호사: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에 대한 기준을 정한 법이 있다고 들었다. 간호인력인권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 동감한다. 간협에서 삭발까지 하면서 간호법이 제정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 지난 2020년 의사 파업에 대해선 찬성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A간호사: 의료 환경에서 전공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도 사실이고, 또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며 수련 환경이 열악한 것도 알게 됐다.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그런데 의료·간호제도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발전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갑작스레 의사를 증원한다면 반대다.

간호사 수를 늘려도 실제로 일하는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것을 체감했는데 의사도 그런 식으로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도 정부가 의료계 문제에 미봉책을 내놓는다는 것에 맞서 의사들이 파업에 나섰다고 생각해 찬성했다.

B간호사: 당시 '의사 편이냐', '보수단체랑 다른 게 무엇이냐' 등 비판도 많았는데 조금 슬펐다. 젊은 간호사회는 정치적 색깔 없이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원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우리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의사 파업 당시 생각했던 것은 다음 타깃은 간호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사실은 간호사들이 늘 먼저 (간호대생 증원 등을) 당했다. 그동안 정부가 간호대생이나 간호사 수를 쉽게 늘려왔기 때문에 다시 그런 일이 없었으면 했다.

- 간협이 정부와 추진하는 ‘집중간호학사’를 두고 실효성 없이 간호대 정원만 증원하는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A간호사: 정부는 현장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하니 가장 손쉬운 방법인 간호대 정원을 늘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대학도 취직이 잘 되는 학과가 늘어나면 싫어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작 간호대 정원 증원을 막아야 하는 간협은 꼼수로 편입학생을 늘리려고 한다.

간호학과가 다른 과와 달리 편입학 과정을 3년 과정으로 한 것은 시간이 부족해서다. 실습 1,000시간을 해도 신규 간호사 때 프리셉터(Preceptor)에게 교육을 다시 받는다. 그럼에도 일이 힘들고 어려워서 그만 두는 간호사가 많다. 그런데 그 과정을 2년 만에 끝내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B간호사: 지방에서는 간호사를 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근무하는 병원은 간호사들이 많이 오고 싶어 한다. 급여나 근무 여건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조건이 좋은 병원에는 간호사들이 자처해서 간다. 간호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결국 저렴하게 쓸 인력을 양산하겠다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간협은 다른 일을 했던 간호사가 임상현장에서 더 잘 버틸 거라고 한다. 결국 열악한 간호 환경을 방치하겠다는 뜻이다. 간호사 양성 과정을 1년 앞당기는 건 간호사뿐 아니라 의료현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환자의 생명을 두고 실험하겠다는 건가.

- 논란이 되고 있는 진료지원인력(Physician Assistant, PA)'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간호사: PA에 대해서는 반대하며 전문간호사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PA 업무 중에선 정밀함이나 기술이 요구되는 일들도 많다. 때문에 병원이 경력 상관없이 간호사에게 PA 업무를 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하지만 PA가 병원의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만큼 정식 교육 과정을 만들어 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전문간호사제도를 활성화하고 PA를 이 제도로 통합하는 것이다.

B간호사: 현재 정신전문간호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정신건강의학과에는 PA가 없다. 대신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이 업무를 역할에 따라 나눠서 한다. 의사들이 하는 심리검사를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하고 정신전문간호사는 환자 케어를 맡는 등 각자 분야에서 일한다. 하지만 PA는 자격제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병원에서 간호사에게 무작정 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전문간호사제도는 13개 분야로 나눠져 있다. 그중 할 수 있는 분야를 나눠서 할 수 있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A간호사: 간협 내에서 활동하는 현장 간호사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 방법이 직선제라고 생각한다. 직선제가 아니더라도 현장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대변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환영이다. 간협이 현장 간호사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 되는 이상 회비를 내는 간호사가 (간협 의사결정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간협이 개혁돼야 한다.

현재는 간협 개혁이 주된 목표인 만큼 계속해서 이에 집중할 것이다. 멤버들 모두 현역 간호사라 뚜렷한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간호사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장 간호사 여론을 모아 간협에 알리고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활동하겠다. 간협이 폐쇄적인 모습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도 얼굴을 공개하고 활동할 것이다.

B간호사: 간협을 간호하고 싶다. 간협은 현재 병식이 없고 본인도 치료할 의사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젊은 간호사회를 몇 번 나간 적이 있는데, 그 때마다 다시 불러서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했다. 간협이 건강해져서 이 일도 그만 했으면 한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우리는 누구의 편도 아니고 간호사의 편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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