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IOC 김두섭 연구센터장
부상 치료 아닌 예방이 우선…‘과학스포츠센터(가칭)’ 설립 추진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면서 생활체육 수요가 늘고 있다.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한 ‘골린이’와 테니스를 처음 배우는 ‘테린이’, 취미발레를 배우려는 ‘취발러’ 등 코로나19 빗장을 풀고 스포츠 세계로 ‘입문’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 지표’에 따르면 국내 10세 이상 국민 중 주 1회 이상 규칙적으로 생활체육에 참여한 사람의 비중은 61.2%다. 전년 대비 0.4%p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스포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상으로 인한 손상 환자도 함께 늘고 있다. 스포츠 손상은 각종 스포츠 활동으로 인해 근골격계에 손상을 입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등산 같은 운동은 발목이나 무릎 관절 손상이 많고, 골프는 어깨, 팔꿈치 관절 손상이 많이 일어난다. 테니스도 팔꿈치 관절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스포츠 손상의 원인으로 예방에 대한 지식 부족을 꼽았다.

이는 한국 국제올림픽위원회 연구센터(IOC Research Centre Korea)로 지정 받은 연세 스포츠과학운동의학연구소(Yonsei Institute of Sports Science and Exercise Medicine, YISSEM)가 ‘과학스포츠센터(가칭)’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IOC가 추구하는 ‘Keeping The Dream Alive’를 실현할 수 있도록 모든 스포츠인들이 기량을 향상시키고 평생 즐길 수 있는 부상 예방 프로그램을 교육하는 ‘스포츠 메디컬 허브’ 구축이 목표다. 특히 동계올림픽 개최 경험을 살려 설상종목에 관한 프로그램을 특화시키는 것도 포함시켰다.

IOC 리서치센터장으로 임명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정형외과 김두섭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그간 쌓아 온 연구 실적과 지식, 네트워크는 충분히 우수하다. 이제는 잘 꿰어 ‘보배’를 만들고 싶다”며 “스포츠 부상이 발생하면 치료해 다시 뛸 수 있도록 하는 게 스포츠 의학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부상을 ‘0’으로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YISSEM는 IOC로부터 스포츠의학 연구와 치료 역량 우수성을 인정 받아 지난 2015년 ‘IOC 리서치센터’로 처음 선정됐다. 이후 3기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으로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부상 예방, 기량 향상을 위한 스포츠 의학 연구 활동을 책임지고 있다. 이 자격은 오는 2026년까지 4년간 유지된다. 전 세계에서 IOC 리서치센터로 지정 받은 곳은 11곳이 전부다. YISSEM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IOC 리서치센터장으로 임명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정형외과 김두섭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그간 쌓아 온 연구 실적과 지식, 네트워크는 충분히 우수하다. 이제는 잘 꿰어 ‘보배’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청년의사).
IOC 리서치센터장으로 임명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정형외과 김두섭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그간 쌓아 온 연구 실적과 지식, 네트워크는 충분히 우수하다. 이제는 잘 꿰어 ‘보배’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청년의사).

- 아시아 최초로 IOC 리서치센터를 개소했다. 1기 지정 당시 센터를 개소하지 않고 3기에 지정한 이유가 있나. 또 IOC 리서치센터로 선정은 어떤 의미가 있나.

지난 2015년도 처음 지정 됐을 당시, 조직은 있었지만 개인적인 네트워크 느낌이 강했다. IOC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운동을 많이 하느냐보다 부상 방지다. 운동선수나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상으로 인해 ‘꿈’이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대표가 된 이유도 한국의 스포츠 의학이 발달됐다는 평가도 따랐지만 국내는 물론 주변국가로 ‘Keeping The Dream Alive’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킬수 있을 거라는 능력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1~2기 당시에도 이같은 미션은 있었지만 3기에는 임무 수행을 위해 IOC로부터 1년에 8만불씩 4년간 32만불을 펀딩을 받게 된다. 체계적으로 제대로 하라는 의미다. 지난 3월 20일 개소식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 IOC 연구센터에 전 세계 11개 기관이 선정됐는데 경쟁도 치열했다고 들었다.

3주기 때는 전 세계 스포츠 의학 연구소 22곳에서 지원을 했다. 우리는 6등을 했다. 6명의 외부 평가단이 상위 22개 지원자를 0점부터 100점까지 평가했고. 연구 60점, 교육업적 20점, 엘리트 운동 선수를 위한 의료 업적 20점을 부여했다. 연세 스포츠과학운동연구소는 실적이 아주 훌륭했고 최근 출간 논문 목록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유일하고 아시아에서도 최초다.

- 업적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는데, 1~2기 IOC 연구센터로 지정된 당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는 무엇인가.

올림픽이나 세계태권도대회 등에서 태권도 부상이 생기는 매커니즘, 유병률, 국가별 차이 등을 파악하기 위해 비디오 분석을 많이 했다. 예를 들어 헤드기어나 암 보호대를 어떻게 착용하는 게 부상 방지에 좋은지 등 기초 연구를 진행했다. 이런 연구를 토대로 국내 태권도 룰을 바꿨다. 브라질리언 킥 등 뇌진탕을 일으킬 수 있는 발차기는 유소년은 하면 안 되는 발차기로 제안해 금지됐다. 이후 IOC 연구위원들 논문을 보면 태권도 부상률이 크게 줄어든 점도 발견했다. 양궁도 전수조사를 진행해 부상예방 방법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다. 연구인원이 많지 않고 지원도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도 사실이다. IOC 연구센터라고 하지만 모든 스포츠 종목에 대한 연구를 할 순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게 강원도에 있으니 동계스포츠 종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상 매커니즘과 유병률을 조사하고 그 분야 부상방지에 초점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

- 과학스포츠센터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무엇을 하는 곳인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지정병원이었다. 병원 내 100여명이 의료봉사를 나갔었고, 2,000명 이상 선수의 진료와 치료를 맡았다. 때문에 동계스포츠에 경험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동계스포츠에 대한 부상 예방 프로그램은 이미 갖고 있다. 지역 기반으로 지자체 도움을 받아 ‘과학스포츠센터’를 설립하고 엘리트 선수들은 물론 지역 내 코칭이 필요한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부상 방지를 위한 프로그램 교육을 제공하고 싶다. 비인기 종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이 센터가 코치가 될 수 있을 거다. 여건만 된다면 선제적으로 열어 무료로 의료봉사도 할 생각을 갖고 있다. 더불어 설상종목을 평생 접해보지 못한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동계 스포츠를 접해 보고, 의료 서비스 지원과 관광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강원도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 도움이 필요하다.

- 스포츠의학센터라고 하면 일반인들에게 문턱이 높게만 느껴지는데 엘리트 운동선수들 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좋아하는 일반인들의 ‘Keeping The Dream Alive’를 위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운동 프로그램 개발을 할 때도 엘리트 선수들 운동법이 있고 일반 생활체육인들이 쓰는 운동법이 따로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운동 종류별 단계를 세분화한 부상 예방 프로그램을 탑재했다. 하지만 그렇게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별도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추후 센터 설립이 현실화 된다면 교육할 수 있는 인력 양성과 더불어 영상물 제작 등도 필요할 것 같다.

- 스포츠의학을 하는 의사로 선수 치료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후방십자인대 파열이 됐던 봅슬레이팀 선수가 평창올림픽을 9주 남겨두고 연락을 했다. 썰매를 타도 되냐고 물었는데, 당시 수술과 보조적 치료 경계에 있던 선수여서 수술을 하면 경기에 나갈 수 없으니 보조적 치료를 하면서 경과보고를 하던 터였다. 다시 썰매를 타기까지 2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썰매를 타고 있다고 하더라. 올림픽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훈련을 막을 수도 없었다. 이미 타고 있는 선수에게 타지 말라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대신 주의점을 알려주고 발목강화운동과 스트레칭, 부상 예방 프로그램도 알려줬다. 은메달 따고 외래로 찾아왔는데 정말 기뻤다.

- 스포츠의학의 매력은 무엇인가.

스포츠의학은 운동 선수나 운동을 좋아하는 동호인들이 건강증진을 위해 스포츠를 할 수 있도록, 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그만 두더라도 건강을 잃지 않게끔 도와주는 학문이다. 때문에 부상 치료도 많이 하지만 예방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부상 예방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고 이에 대해 운동 선수나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국은 IOC 연구센터로 지정되자 해당 지자체에서 100억원을 투자했다. 부상과 치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부상이 발생하지 않게끔 예방에 방점을 찍은 국민들을 위한 스포츠과학센터 운영을 위해서다. 스포츠 부상을 ‘0’이 되도록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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