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윤종찬 교수

진단도 치료도 까다로운 심부전. 최근 이러한 심부전 치료에 신약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SGLT-2억제제다.

특히 2형 당뇨병 치료에만 적응증이 있었던 SGLT-2억제제가 만성심부전으로 적응증이 확대된 데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관련 대규모 연구들이 한몫을 했다.

먼저 2형 당뇨병환자 대상 대규모 연구인 ‘EMPA-REG OUTCOME’ 연구를 통해 SGLT-2억제제가 2형 당뇨병뿐만 아니라 만성심부전과 콩팥 영역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실마리를 발견했다. 이후 EMPEROR-Reduced 연구에선 박출률이 감소한 만성심부전환자들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상대적 위험이 위약 대비 25%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또 EMPEROR-Preserved 연구 결과, 자디앙은 심혈관계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의 상대적 위험을 위약 대비 21%,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과 재입원의 상대적 위험을 27% 감소시켰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국내외 심부전 진료 가이드라인도 반영됐다. 지난해 발표된 국내 심부전 진료지침에서는 SGLT-2억제제를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서도 처음으로 ‘Class Ⅰ’으로 권고했다. 미국은 아직 치료 가이드라인이 개정되지 않았으나, 올해 발표된 ‘박출률 보존 심부전환자 관리를 위한 전문가 합의 의사결정 지침(2023 ACC ECDP)’에서 박출률 보존 심부전환자에게 SGL-T2억제제를 우선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지침에는 그간 발표된 자디앙 등 SGLT-2억제제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다음 가이드라인 개정 시 SGL-T2억제제의 권고 수준이 1등급으로 상향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자디앙은 두 연구(EMPEROR-Reduced, EMPEROR-Preserved) 결과를 바탕으로 박출률 감소 심부전(박출률 40% 미만), 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박출률 40% 이상 50% 미만), 박출률 보존 심부전(박출률 50% 초과) 등 모든 심박출률 스펙트럼의 만성심부전환자에게 사용이 권고된다.

자디앙은 이렇듯 심부전에서 효과가 입증되고,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도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 심부전환자들은 이러한 혜택을 받기 요원한 실정이다. 그 이유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윤종찬 교수는 “자디앙은 박출률 감소 심부전뿐만 아니라 치료옵션에 존재하지 않았던 박출률 보존 심부전 영역에서도 효과를 입증한 만큼 급여가 필요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재정 영향 연구에서 자디앙을 빨리 사용할수록 오히려 재정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교수에게 심부전 치료에서의 SGLT-2억제제의 쓰임과 급여 개선 필요성 등에 대해 들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윤종찬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SGLT-2억제제 급여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윤종찬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SGLT-2억제제 급여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당뇨병에서는 그간 자디앙 등 여러 SGLT-2억제제가 입증한 효과들에 대해 계열별 효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심부전에서는 어떠한가.

현재 SGLT2억제제 중에서 만성심부전환자에서 예후 개선 효과를 입증한 약제는 자디앙과 다파글리플로진 뿐이라, 모든 SGLT2억제제가 이 두 질환에서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만성심부전에서의 SGLT-2억제제의 기전도 궁금하다.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전을 규명하기 위한 여러 연구가 진행 중이다. SGLT-2억제제가 2형 당뇨병에서 처음 등장했던 당시 소변으로 당이 배출돼 혈당이 개선되는 기전에 대한 일부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연구를 통해 2형당뇨병 뿐 아니라 심장, 콩팥 보호에도 혜택이 확인되면서, CRM(Cardiovascular-Renal-Metabolism) 전반에서 SGLT-2억제제 기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그 효과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기전이 면밀하게 드러난다면 자디앙처럼 심장, 콩팥, 대사를 함께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또 다른 치료제가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EMPEROR-Reduced, EMPEROR-Preserved 연구에서 확인된 부작용은 없나.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는 데에 따른 요로 감염, 생식기 감염과 같은 부작용이 일부 확인됐지만 위약과 큰 차이가 없어 대체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입원이나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복합 요로 감염 사례도 많지 않았다.

요로 감염이나 생식기 감염의 경우 환자가 물을 자주 섭취하는 등의 자가 관리가 가능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활동에 제한이 있거나 요양병원 장기 입원 환자 등 감염을 제대로 관리할 여건이 안되는 환자들은 이를 인지하고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런 환자에게는 감염 위험 최소화를 위해 SGLT-2억제제 제한을 권고하고 있다. 즉, 이를 제외하고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다.

또한 현재 심부전에서 주로 쓰이는 ARNI나 베타차단제 등의 치료 옵션들이 저혈압 우려가 있어 저혈압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자디앙은 이러한 위험이 좀 덜해서 더 많은 심부전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라고 볼 수 있다.

-만성심부전 치료에 자디앙을 처음부터 사용할 수 있나.

그렇게 되고 있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기존 약제를 먼저 시도해보고 개선이 안되면 다른 약제를 시도해보는 단계적 치료를 주로 시도했다면, 최근에는 심부전 치료 혜택이 있는 약제들을 소량이라도 한 번에 사용하는 것이 예후 개선에 더 도움이 된다는 데이터가 나오면서 자디앙과 같은 SGLT-2억제제를 우선 고려하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기존 심부전 치료제들은 내약성을 위해 낮은 용량에서 서서히 증량하는 것이 필요한 반면 자디앙은 단계적 증량이 없이 한 알로 바로 치료하면 되는 약제다. 더 쉽고 빠른 예후 개선으로 치료 목표가 변화하면서 여러 약제를 동시 사용해야 하는 치료 패턴에 자디앙이 적절한 옵션이라고 할 수 있다.

-자디앙 처방에 제한은 없나.

2형당뇨병이 있는 만성심부전환자는 급여가 돼서 처방이 어렵지 않지만, 2형당뇨병이 없는 만성심부전환자에서는 비급여라서 처방 전 여러 설명이 필요하다. 심부전환자 중 증상이 심하고 입원을 경험한 환자들은 비급여라도 처방을 대부분 받아들이는데, 외래 치료로 증상이 경미하다고 느끼는 환자들은 비급여 약제 처방에 의문을 많이 갖고, 처방을 꺼려한다. 이는 심부전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증상 악화와 입원 위험에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비급여라는 허들로 인해 많은 심부전 환자들이 혜택을 못 받는 것은 공중 보건학적으로도 위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령자에서 2형당뇨병, 심부전, 만성콩팥병을 동반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SGLT-2억제제가 기본 치료제로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나.

많은 전문가가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영유아, 청소년에서 비만이나 대사질환 위험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향후 이 질병을 겪는 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모든 사람에게는 아니더라도 세 질병에서는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자디앙 경제성 평가 연구는 급여 논의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발표 시기는.

연구는 거의 마무리 단계고, 결과는 다 확인이 되어 머지않은 시점에 발표될 것이다. 하지만 이 자료가 아니더라도 이미 자디앙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자디앙의 급여화가 항암제 등 고가 약제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으로 보인다. 자디앙은 비싼 약제가 아닐뿐더러 치료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된 약제인 만큼 급여화를 서두르는 것이 오히려 건강보험재정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심부전 치료 환경의 개선을 위해서 바라는 점은.

심부전은 고혈압, 심근경색 등 다른 심혈관질환에 비해 다소 인식이 낮은 편이다. 심부전을 다루지 않는 일부 의료진도 과거에 심부전 치료제가 없었다 보니 심부전은 곧 사망하는 질환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심부전은 자디앙 등 SGLT-2억제제 등 신약으로 치료 환경이 매우 좋아진 상황이라 이에 대한 인식이 보다 확됐으면 좋겠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심부전이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심부전이 진행될 수 있는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환자도 심부전으로 이환되지 않도록 선행 치료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심부전은 미끄럼틀과 같은 질환이다. 한번 발병하면 심장 기능은 계속 저하되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 입원 없이 외래에서 안전하게 심장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도 심부전 위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사전에 관리하는 전략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뇨병학계에서 당뇨병 위험이 있는 환자들을 당뇨병 전단계로 분류하여 관리하는 것처럼 심부전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과 유럽은 심부전 위험 인자가 있는 이들도 심부전환자로 분류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강조하고 있다. 전단계 환자도 반드시 관리가 필요한데 국내는 아직 그 부분이 미비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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