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임홍의 교수

최근 열린 ‘제15회 대한부정맥학회 정기국제학술대회’에서 ‘심방세동에 대한 심장 내 초음파(intracardiac echocardiography, ICE) 유도 비(非) 투시(zero-fluoroscopic) 냉각풍선도자절제술(cryoballoon ablation, CBA)의 안전성과 효능’이란 연구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는 기존 냉각풍선도자절제술에서 단점으로 지적됐던 방사선 노출이 없이 치료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연구를 소개하고, 연구에 참여한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임홍의 교수에게 연구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한림대성심병원 부정맥센터에서 시술하고 있는 순환기내과 임홍의 교수.(사진 제공 한림대성심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부정맥센터에서 시술하고 있는 순환기내과 임홍의 교수.(사진 제공 한림대성심병원)

냉각풍선조자절제술은 영하 89도(℃)의 냉각 에너지로 심방과 연결된 폐정맥을 한꺼번에 격리시켜 전기신호를 차단하는 시술방법이다. 치료 효과가 좋고 합병증이 적어 국내에서도 지난 2018년 도입 후 빠르게 그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폐정맥 분리(Pulmonary vein isolation, PVI)를 목표로 하는 발작성 심방세동의 경우 고주파 카테터 절제술(radiofrequency Catheter ablation, RFCA)을 대체하는 간편한 절제술로 각광받고 있다. 다만, 냉각풍선도자절제술 시 폐정맥의 적절한 폐색(occlusion)은 전통적으로 조영제 주입을 통한 형광투시 영상으로 확인해야 해 고주파 카테터 절제술에 비해 방사선 노출량이 많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시술자와 환자 모두에게 해당된다.

때문에 형광투시 검사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 3차원 전기해부학적 매핑 시스템(three-dimensional electroanatomical mapping systems), 경식도심초음파(transoesophageal echocardiography, TEE) 또는 심장 내 초음파(intracardiac echocardiography, ICE)를 사용해 투시조영술을 쓰지 않거나 거의 쓰지 않는 카테터 절제술이 가능해졌다. 다만, 비(非) 투시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은 시각적 매핑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는 증상이 있는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심장 내 초음파의 안내에 따른 비 투시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의 가능성을 조사하고, 비 투시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의 안전성과 효능을 기존 형광투시법을 사용한 냉각풍선도자절제술과 비교했다. 발작성 심방세동으로 냉각풍선도자절제술를 받은 환자 100명이 무작위로 비 투시(이하 Zero-X) 그룹과 형광투시법을 사용한 기존 그룹에 배정됐다. 모든 등록 환자들은 심장 내 초음파를 사용해 경중격 천자 및 카테터와 풍선 조작을 안내했다. 환자들은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을 받은 후 12개월 동안 전향적으로 추적 관찰을 받았다. 참여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0.4세, 좌심방(LA) 크기는 39.4mm였다. 모든 환자에서 폐정맥 분리가 이루어졌다. Zero-X 그룹 내 한 명의 환자에서만 우측 폐정맥 분리 중 불안정한 횡경막 신경이 포착돼 형광투시법이 사용됐다.

Zero-X 그룹의 시술 시간과 좌심방 유치 시간은 기존 그룹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표). 투시 시간(0.008분 대 9.0분)과 방사선 노출량(0.02 mGy 대 29.4 mGy)은 Zero-X 그룹이 기존 그룹에 비해 유의하게 짧았다(그림2). 합병증 발생률은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다. 평균 663.3 ± 172.3일의 추적관찰기간 동안 재발률은 두 그룹 간에 유사했다(Zero-X 그룹 16.0 대 기존 그룹 18.0%). 다변량 분석 결과, 좌심방 크기가 임상적 재발을 예측하는 유일한 독립적인 인자로 밝혀졌다.

연구는 심방세동에 대한 ICE 유도 비 투시 CBA는 장단기 성공률이나 합병증 발생률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실현 가능한 전략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전략은 시술 시간 및 시술 관련 합병증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도 냉각풍선도자절제술 후 유사한 장기 임상 결과를 보여줬다. 연구진은 조영제 주입과 함께 형광투시법을 사용하는 기존 냉각풍선도자절제술는 특히 신장 기능이 손상된 환자에서 심장 내 초음파 유도 비 투시 기법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방사선 제로 냉각풍선도자절제술, 환자와 의료진 모두 '윈윈'

한림대성심병원 부정맥센터 임홍의 교수.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을 일찍부터 시행해 왔다고 들었다.

냉각풍선도자절제술, 고주파 카테터 절제술 등을 합치면 4,000~5000 케이스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국내에서 이만큼 한 사례가 없다고 알고 있다.(웃음)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은.

방사선 노출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걱정이 많다. 일단 대기 중에 노출되는 자연 방사선은 연간 2.4mSv(millisieverts) 정도 되며, 이외에도 인위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되기도 하는데 의료 분야가 그 중 하나다. 검진 등을 받으면서 엑스레이나 CT 등의 촬영에 의해 방사선에 노출되는데, 그 허용 범위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선 방사선 노출량은 자연 방사선 노출량 이외에 연간 20mSv 이상 노출을 삼가토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CT를 한번 촬영할 경우 15mSv에 노출되기 때문에 CT를 두 번만 찍어도 권고 용량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CT 등을 촬영하는데, 진단율을 낮추지 않으면서도 방사선 노출량을 줄여서 진단과 치료가 보다 용이하게끔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의사의 몫이다. 같은 맥락에서 연구를 진행하게 됐고 또 이번 연구결과가 보여주는 의미는 크다.

인터벤션(Intervention) 관련 학회 등 국제 가이드라인에선 ‘할 수 있는 한 가급적 방사선 노출을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냉각풍선도자절제술 또한 (방사선 노출이 없는) 초음파를 이용해 합병증을 늘리지 않고 기존과 대등한 효과를 확인한다면, 이 방법이 옳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연구를 진행했다.

-냉각풍선도자절제술 관련 방사선 제로 시술을 처음 시행한 시기도 궁금하다.

2019년에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시술해 보면서 숙련도를 높여 연구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연구결과, 방사선 노출 없이도 냉각풍선조자절제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유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가 갖는 의미는.

이전에 한 두 환자 사례 발표는 있었지만 ICE를 이용한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이 기존에 방사선을 사용해 진행했던 시술과 효과가 같고 합병증 차이도 없이 안전하다는 걸 비교 연구를 통해 입증한 건 첫 번째다. 때문에 유럽 심장학회 학술지에 게재됐다.

-기존 시술 대비 얼마나 방사선 조사량을 줄일 수 있나.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의 경우 3차원 고해상도 매핑 시스템을 이용, 가상의 공간을 통해 시술할 곳을 보면서 시술할 수가 있다. 이 경우 방사선 노출량이 많지 않다. 매핑 시스템이 없었을 당시에는 X-레이 영상에 의존해야 했는데, 이 경우 노출량이 100분을 넘는 경우가 허다했다. 3차원 매핑 시스템을 이용한 후에는 5~10분 정도의 방사선 노출만으로 충분히 시술할 수 있다.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은 치료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적다는 장점으로 최근 시술 건수가 늘고 있지만, 단점은 고주파를 이용한 시술법 보다 방사선 노출 시간이 2.5~3배 정도 높다는 점이다. 예컨대 방사선 노출량이 적은 고주파 시술법도 시술 시간 동안 엑스레이를 1,000장 찍는 정도의 노출량을 보이는데, 기존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의 방사선 노출량은 그 2.5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를 통해) ICE를 활용한 시술의 안전성과 유용성을 입증한 것이다.

-방사선 제로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의 시술 난이도도 궁금하다.

고주파를 이용한 전극도자 절제술을 많이 경험한 의사라면 짧게면 2~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정도면 학습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술 경험이 적으면 난이도가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 역시 50세가 넘어서도 배웠다. 시술자 본인은 물론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시술법인 만큼,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방사선 제로 냉각풍선도자절제술 시행에 따른 시술자에게 주어지는 장점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방사선 노출에 따른 위험성은 의사 환자를 가리지 않는다. 의료진의 경우에는 시술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고, 또 방사선 노출을 막기 위해 납옷을 입고 2~3시간 시술을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디스크, 관절 문제 등을 줄일 수 있다. 피로도도 훨씬 덜하다.

-해외에서도 시술을 배우러 온다고 들었다.

굉장히 많다(웃음). 병원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연간 10회 가까이 됐었는데, 최근 3년 간은 코로나19로 주춤했다가 최근 다시 교육 요청을 받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방사선 제로 냉각풍선도자절제술을 하는 곳은 우리 연구실밖에 없다보니 국내 뿐 아니라 베트남, 대만, 홍콩, 중국 등에서도 교육을 받고자 병원을 찾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미국에서는 의료 분야에서 각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 방사선에 노출됐는지를 기록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즉, 검진이나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서로의 방사선 노출 정도를 알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미국에서만 그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를 차치하고라도 방사선 노출에 대한 우려는 너무나 잘 알려진 바다. 방법이 없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입증된 시술법이 있다면 시술자 본인과 환자를 위해 시술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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