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저/돌베개/275쪽/1만7000원

병원에 가서 오랜 시간 대기하다 의사 앞에 앉으면 3분 이상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다. 짧은 진료 후 환자들은 여러 가지 검사를 받는다. 이 검사 저 검사 하다 보면 병원에서 잡아먹는 돈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환자들을 불만을 품고 이런 풍경은 매일 반복된다.

신간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는 이러한 현실의 배후에는 의료 시스템의 거대한 구조적 결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의사들이 더 많은 환자를 봐야 손해를 보지 않고 부족한 수익을 검사로 보충하는 것도 결함으로 인한 개별적 징후 중 하나라는 것이다.

저자인 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현아 교수는 책에서 자본 종속, 기술 중독, 병원의 과도한 수익 추구, 정부의 방치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현 상황을 차근차근 진단한다.

책은▲검사 공화국 대한민국 ▲기술 중독에 빠진 현대 의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약값 괴담 ▲의사들이 왜 이래?(전문가는 어떻게 죽어가는가) ▲사기업이 된 병원들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을까로 구성돼 있다.

김 교수는 자본에 종속된 병원, 수익에 눈이 먼 제약회사와 의료 기업, 전문성을 잃어가는 의사, 왜곡된 시스템을 방치하는 정부, 병의 경중과 상관없이 큰 병원만 선호하는 환자 등 의료 시스템과 관련된 모든 주체를 전방위적으로 비판한다.

모두 나름의 입장과 논리는 있으나 각자 입장만 내세우다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시스템으로 고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하지만 결국 큰 틀에서 문제를 살펴봐야 제대로 된 해결책에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책은 가고 싶지 않아도 병원에 갈 수밖에 없는 환자들, 그리고 지금보다는 더 바람직한 의사-환자 관계를 이뤄야 할 젊은 의사들을 위해 쓰였다”며 “논의를 통해 조금 더 나은 내일의 의료를 함께 구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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