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만욱 교수 (전북대학교병원 신경과)

2006년부터 시작된 ‘名醫 처방전’ 코너는 유명 교수들의 실제 증례와 처방전 및 처방 근거를 살펴봄으로써 일선 의료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편집자 주>

파킨슨병은 휴지기성 진전, 강직, 서동 등의 운동성 징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환자들이 비운동성 징후로 인해 더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비운동성 증상에는 통증, 언어장애, 자세변화, 삼킴장애, 보행장애, 장관기능변화, 배뇨장애, 성기능장애, 기립성 저혈압, 발부종, 지루성 피부염, 과다 땀분비, 결막염, 글쓰기 장애, 시각 장애, 정신증 등이 있다. 본란에서는 비운동성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인 기립성 저혈압과 환각 증세에 대해 증례를 통해서 그 치료법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증례1] 81세 환자가 5년 전 전신강직, 휴지기성 진전, 서동 등 파킨슨병의 운동성 증상을 주소로 본원에 내원하였다. 환자의 증상은 Stalevo 100/25/200mg tid와 PK-merz 100mg bid로 호전됐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 일어설 때 어지럼증과 눈앞이 깜깜해지는 증상을 호소했다. 자율신경 검사 상 기립성 저혈압 소견이 관찰됐다.

처방전

비약물적 처방

1. 머리를 올린 자세로 수면을 취한다

2. 음식을 적게 여러 번 나누어서 섭취한다

3. 저염식, 고탄수화물 식이를 절제한다

4. 염분(8g 이상)과 수분(2~2.5l/d)을 충분히 섭취한다

5. Elastic stockings

6. 졸도 전구증상이 올 경우 주저앉거나 몸을 앞으로 수그리고 다리를 꼬면서 허벅지와 장딴지에 압박을 가하는 자세를 취한다

약물적 처방

Stalevo 100/25/200mg tid와 PK-merz 100mg bid

Midodrine 2.5mg/d

prn) Fludrocortisone 0.1mg/d

경과

비약물적 치료와 약물적 치료를 통해 기립성 저혈압이 치료돼 기립성 어지럼증과 눈앞이 깜깜해지는 증상 및 전신 위약감 등의 졸도 전구 증상이 호전됐다.

Rationale

파킨슨병 환자에서 기립성 저혈압이 의심되면 활동성 기립 검사나 수동적 head-up tilt(60도) 검사를 통해 기립성 저혈압의 여부를 확진한다. 기립성 저혈압이 있다면 현재 투여되는 약물 중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하는 약물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다. 항저혈압 제제를 투여하기 이전에 다양한 비약물적 요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물 요법으로 현재로서는 midodrine과 필요시 fludroncortisone이 기립성 저혈압 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Fludrocortisone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고염도 식이와 충분한 수분 섭취가 요구된다. 주의할 점은 이들 약물을 투여할 경우에 누운 상태에서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야간 와상 혈압을 자주 측정하는 것이 요구된다.

[증례2] 파킨슨병으로 진단된 72세 여자 환자가 항파킨슨병 약제에 좋은 반응을 보이다가 2주일 전부터 누군가 환자 옆에 서 있는 느낌이 드는 등 실제 하지 않는 사람을 보았다는 말을 가족들에게 자주했다. 또 시환각과 함께 불면증이 발생했다. 병원에 내원해 검진한 결과 감염이나 탈수, 전해질 이상 등은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에 2주일 전부터 진전이 악화돼 항콜린성 약제를 소량 증량시킨 치료 병력이 있었다. 뇌자기공명영상 검사 상 이전의 뇌위축 소견과 뇌소혈관 질환 소견 이외에는 특이 소견이 없었다.

처방전

항콜린성 약제 감량 Artane 0.5mg bid ---> 0.25mg bid

Quetiapine 25mg hs + clonazepam 1mg hs

Rationale

정신증은 파킨슨병의 비운동성 증상 중 치료하기에 난해한 징후에 속한다. 정신증은 다소 모호한 개념으로서 사고와 지각의 이상, 즉 착각, 환각, 혼돈, 편집성 사고 등을 모두 포함한다. 파킨슨병이 진행되면서 착각과 환각이 가장 흔히 발생되는 정신증이다.

환각은 시환각이 가장 흔하다. 시환각은 시각감지신경계의 Lewy body pathology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환각의 유발 위험요소로는 1)감염, 탈수, 전해질 이상 등의 신체 변화 2)항파킨슨병 약제 3)중추신경계 약물 과용(항무스카린성 약제, 항우울증 약제, 항불안 약제, 진정제 등) 4)뇌내 병변 5)고령 6)인지장애와 치매 등이다. 그래서 이러한 위험요소를 하나하나 감별해서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정신증의 효율적인 관리 방법이다. 항파킨슨병 약제 중 정신증을 유발하는 위험도 순은 항콜린성 약제가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Amantadine, MAO-B 억제제, 도파 작용제, 레보도파 순이다. 그래서 항파킨슨병 약제로 인해 정신증이 발생된 것으로 판단되면 높은 위험도의 약부터 먼저 줄여간다. 항파킨슨병 약제를 충분히 줄였고, 더 이상 줄일 경우에 환자의 파킨슨병 증상이 악화될 우려가 있는 경우 항정신증 약물이 고려된다. 비록 항정신증 약물 중에서 Clonazepam이 객관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약물이지만 혈액학적 부작용과 매주 blood-count monitoring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현재로서는 Quetiapine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Quetiapine은 저녁에 25mg으로부터 시작해 필요시 200mg까지 증량한다. 개인 경험상 정신증이 있는 경우에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가 동반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렘 수면을 증가시켜주는 clonazepam을 야간에 함께 투여하면 환자의 상태를 보다 효과적으로 호전시킬 수 있다. 최근 rivastigmine이 환각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

● 미니 인터뷰_ 서만욱 교수


Q. 국내외 파킨슨병 유병률은?

- 파킨슨병에 대한 국내 역학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며 미국의 경우 발생률이 인구 10만명 당 20명, 유병률이 인구 10만명 당 190명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전세계에는 약 400만명 이상이 이환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연구결과에 따라 6만~12만명이 파킨슨병에 이환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점차 그 빈도가 증가해 2040년에는 현재 환자수의 4배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Q. 파킨슨병의 심각성은?

- 파킨슨병이 개인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주고 있는 것은 뇌흑질에서 25% 이상의 도파킨 생성 세포가 변성으로 인해 괴사한 후에야 비로소 진전과 같은 운동성 질환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단 운동성 징후가 나타나면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이후 질환이 점차 진행되며 종국에는 50% 이상에서 인지장애가 초래되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활동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서 곧 치료적인 개가를 올릴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서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점도 병의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

Q. 파킨슨병의 비운동성 질환은?

- 최근에는 비운동성 징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실제 많은 환자들이 비운동성 증상 때문에 많은 장애를 겪고 있다. 비운동성 징후로는 감정 장애, 우울증, 환각, 인지장애, 치매, 후각 장애, 통증, 기립성 저혈압, 행동장애, 수면장애, 자율신경장애 등이 있다. 자율신경장애에는 기립성 저혈압, 배뇨 장애, 변비 등이 있다. 비운동성 질환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대개 나이가 들면서 점차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서 운동성 질환의 전구 증상으로 나타난다. 운동성 증상 이전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징후로는 우울증, 후각 장애, 수면장애, 통증 등이 있다. 현재까진 피질, 시상, 시상하핵, 흑질, 기저핵 등을 포함한 추체외로계 회로의 이상에 의해 파킨슨병이 발생되는 것으로 추정했지만 최근 변성이 뇌간 하부에서 서서히 올라와 흑질을 거쳐 대뇌로 파급된다는 Braak 등의 ascending hypothesis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운동성 질환이전의 다양한 비운동성 질환도 이 가설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래서 비운동성 징후에 대한 스크리닝 테스트(screening test)가 파킨슨병의 임상징후 발현 전 조기 진단의 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비운동성 징후는 다양하며 병태생리적으로 기전을 달리 하기 때문에 증상에 따라 적절한 약물 또는 비약물적 치료가 요구된다.

Q. 관심연구 분야는?

- 파킨슨병과 같은 뇌변성 질환이 포함된 노인성 신경질환 분야에도 학문적 관심이 있다. 대부분의 신경계 질환이 주로 노인에서 발생하지만 소아신경질환의 영역이 있듯, 노인성 신경질환도 신경과 세부영역과는 염연히 구분되는 분야다.

황운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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