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과거 가족이 질병을 앓으면 의료비로 집안 기둥뿌리가 뽑힌다고 했다. 최근에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 등으로 재난적 의료비 부담은 줄었다. 그런데 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간병하느라 환자 가족이 병이 생긴다고 한다. 요양병원 간병비로 가정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이 문제를 풀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지금 정부는 요양병원의 간병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10년 전 정부는 1차 급성기병원 간호·간병 시범사업을 했다. 하지만 대학병원을 포함한 급성기병원 간호·간병 모델은 인력과 재정 문제로 실패했다. 시범사업에서 간호사와 병동 지원인력만으로 간호·간병을 할 수 없다는 것과 간호조무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정부는 2차 시범사업에서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병동지원인력 등 인력 구성을 정하고, 수가 가산으로 간호·간병 통합 시스템을 시작했다.

하지만 2차 시범사업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겼다. 간호의 범위가 포괄적이라 간병업무 범위와 직역에 따른 위임을 두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갈등이 있었다. 해결책으로 간호·간병업무의 정의와 범위를 정해야 했다. 모든 시스템이 그렇듯, 처음부터 완벽하게 작동하기는 어렵다. 2~3년의 시범사업 기간에 혼란과 시행착오를 통해 정착의 과정을 겪었다.

10년 전 급성기 병원 간호간병 연구에 요양병원도 함께 했지만 우선순위와 재정 문제 등으로 요양병원은 제외된 상태에서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시범사업이 시행됐다. 당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요양병원 간병문제는 10년 뒤 논의하자’는 말로 달랬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재원 등의 여건으로 미뤄둔 것이다. 이제 10년이 지났고, 요양병원 간병급여화를 논의할 때가 됐다.

요양병원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그리고 주로 중국 동포인 간병인으로 세팅돼 있다. 간병의 역할 정의와 업무를 분담하면 될 것이다. 새롭게 준비해야 할 것은 요양병원의 특성에 맞는 간병 서비스의 정의, 필요한 인력 확보와 서비스 수준 등이다. 복지부는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장기요양보험은 요양원의 요양보호사 제도를 경험했고, 장단점을 알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요양병원에 필요한 간병 서비스를 정의해야 한다. 시범사업을 통해 간병 서비스 수준, 필요 인력 확보, 간병 인력 교육, 재원 조달, 사회적 합의 도출 등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급성기병원의 간호·간병 서비스는 간호사 중심으로 이뤄져 요양병원에는 적합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간호사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고, 일당정액 수가에서 간호사 급여를 맞출 수도 없다.

요양병원에 맞는 간병 기준을 정의하고, 서비스 인력 구조와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문제는 현장에 있고, 해결책도 현장에 있다. 요양병원은 고령화의 파도를 잘 막아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전선에서 감염 관리도 잘 해왔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간병급여화 TF를 만들어 문제점과 해결책을 고민했다. 정부도 요양병원협회를 협상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100일 넘게 공석이 된 복지부장관이 후보자가 내정됐다. 연금개혁 등 현안이 산적하지만, 요양병원 간병급여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요양병원 간병급여화는 고령자의 인권이며, 고령의 부모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양질의 일자리까지 창출 할 것이다. 인공지능(AI) 간병 등 스마트 시스템까지 적용한다면 저비용, 고효율 구조도 만들 수 있다. 요양병원은 간병급여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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