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정부가 노인복지법으로 고령화 대책을 세운 게 지난 2004년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고령의 부모를 모시는 문제가 이슈가 된 시점이었다. 노인복지법은 노인 질환을 사전예방 또는 조기발견하고 질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요양으로 심신의 건강을 유지, 노후 생활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노인의 보건복지증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이 때 노인복지법에서 노인전문병원은 의료법 규정을 준용한다고 했는데, 이는 요양병원의 시초가 됐다.

당시 고령화 초입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치매가 사회적 문제가 됐고, 정부는 국공립·시립 치매병원을 확충했다. 시설이 부족해 병원을 요양병원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했고, 1% 저금리 융자를 지원했다. 하지만 병상 증가속도보다 고령자 증가속도가 빨랐다. 2008년 해외 공항에 부모를 버린 사건으로 여론도 나빴다. 정부는 장기요양보험제도로 요양병원을 활용해 부족한 고령자 인프라를 대신했다.

그러면서 ‘요양원 수익이 좋다’는 소문이 나자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들이 요양원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요양원은 생활시설로 치료가 아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장기요양보험 1~3등급 대상자나 치매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입소 가능하다. 요양원 등장으로 월 50만~60만원으로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 길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장기요양 1~2등급 대상은 의료가 필요하나 보호자들의 경제 사정으로 요양원에 계신 경우가 많다. 요양병원은 요양원과 달리 병원비 이외에 월 60만원 정도의 공동 간병비를 별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의료가 없는 요양원을 ‘신(新) 고려장’이라 비판했다. 이에 정부는 2주에 1회 요양시설에 의사가 방문하는 촉탁의 제도를 두는 것으로 타협했다. 반면 등급을 못 받았지만, 돌봄이 필요한 환자 중 일부는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사회적 입원이라 불리는 경우다.

정부도 처음엔 요양병원 간병을 고려했다. 심지어 간병 시범사업에 요양병원도 포함해 2년을 시행했다. 그 결과 장기요양보험 환자가 요양병원을 이용할 때 간병비 현금 급여 항목이 만들어졌다. 의료법에 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현금 급여로 간병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되지 않았다.

장기요양보험 환자가 요양병원 입원 시 간병비를 현금으로 지급하면,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적용된다. 요양원을 선택하는 이유 중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큰데, 본인부담금 상한제(당시 400만원)가 적용되면 의료에 돌봄까지 가능한 요양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것이 예상됐다. 장기요양보험으로 요양원 제도를 만든 보건복지부는 요양원이 무너지기를 원치 않았다. 그래서 장기요양보험 대상자의 요양병원 간병비 현금 지급은 시행되지 않았다.

이후 노인복지법에 노인전문병원 항목이 삭제되면서 노인전문병원 신규 허가는 한 건도 없었다. 최근 국회에서는 장기요양보험 대상자의 간병비 현금 지급이 한 건도 없자 법을 없애려고 했다. 복지부는 반대했는데, 향후 요양병원의 간병 급여화가 필요할 것이며, 그 근거 자료를 남겨두기 위해서였다.

복지부도 10년 전 간호·간병 시범사업을 시작할 때, 요양병원도 간병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었다.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10년을 기다려 달라고 했고, 이제 10년이 지났다. 간병 급여화가 이뤄지면 국민의 간병 부담은 줄어들고, 요양병원의 의료 서비스는 높아지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간병 급여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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