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김진주 변호사

환자가 실손보험금을 신청하는 경우 보험사는 과잉진료가 있었다면서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거나 감액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최근 실손보험 가입자인 환자도 의사의 과잉진료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본 하급심 판례가 나와 살펴보고자 한다.

A씨는 B실손보험사의 암 보험 상품에 가입하며 입원치료비 중 본인부담분의 90%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실손보험도 함께 가입했다. A씨는 요추부 및 경추부 추간판 탈출증 및 양측 슬관절 골관절염 등의 진단을 받고 35일간 C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A씨는 4,300여만원의 환자본인부담금 진료비 중 2,000만원만을 C병원에 결제하고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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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A씨에 대한 입원은 29일이 적정하고 그 이후에는 외래 주3회 통원치료가 적정하다고 보아 요양급여비용을 감액헸다. A씨는 B사에 4,300여만원을 실손의료비 보험금으로 청구했으나, B사는 A씨의 치료가 과잉치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씨에게 약 320만원만 지급했다. 이에 A씨는 B사를 상대로 나머지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의사가 실손의료비보험제도 등을 악용해 과잉진료 행위를 한 것이 사실이라도 하더라도, 환자가 부정한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의사와 통모하거나 과잉진료행위를 용인 또는 유도하는 등 불법행위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것이 아닌 한, 과잉진료라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보험약관상 보험금 지급사유 요건을 충족하는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그러면서도 “피보험자로서는 사회적 평균인으로서의 주의만 기울이면 자신에게 행하여지는 치료행위가 과잉진료행위에 해당함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결과적으로는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손해를 전가시키며 실손보험 제도의 근간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실손의료보험 금액을 감액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실손보험사는 보험금 4,000만원을 청구한 환자에게 1,000만원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년 12월 6일 선고 2021가단5349621).

해당 판결은 보험계약이 보험 사기와 같이 무효·취소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형평의 원칙에 따라 피보험자의 과잉진료 방지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을 감액할 수 있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해당 판결을 모든 사안에 적용 가능한 것으로 일반화하거나 확대 해석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의료인은 진료방법의 선택에 관해 상당한 지식과 재량을 가지고 있음에 반해 환자는 진료방법을 비롯한 의료행위에 대한 지식 부족 등으로 인하여 자신에 대한 진료행위가 과잉진료인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나아가 의료인의 진료행위가 과잉진료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객관적이면서도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 또한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을 통해 법원이 판시한‘과잉진료 방지 주의의무’라는 개념은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인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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