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김진주 변호사

“장군감입니다.” 혹은 “엄마를 많이 닮았네요.”

태아 성별을 궁금해 하는 부모에게 추측이 가능한 이같은 간접적인 정보만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의사가 부모에게 태아 성별을 직접적으로 알려줄 수 있게 됐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태아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태아 성별을 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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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은 남아선호사상의 영향으로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을 당시 성별로 인한 임신중절을 막기 위해 지난 1987년 처음 입법됐다. 이에 의료인이 32주 전 태아 성별을 임부나 임부 가족 등에게 고지하는 것은 의료법 제20조 제2항에 따라 금지돼 왔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현재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고 국민 가치관과 의식 변화로 남아선호사상이 확연히 쇠퇴함에 따라 출산 순위별 출생성비도 모두 자연성비의 정상범위 내 도달했다.

헌재가 지난 2월 28일 “태아성감별 가능 시기를 기다렸다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한 경우는 없었고 태아의 성별과 낙태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며 태아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또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효과적이거나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입법수단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고 했다.

현실에서도 태아 성별 고지 금지 조항 위반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되거나 송치나 기소된 건수가 10년간 단 한 건도 없었고, 이는 곧 태아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이 행위규제규범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사문화됐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태아의 성별을 알게 된 부모가 성별을 이유로 낙태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이 경우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행위는 성별고지 행위가 아니라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 행위이므로 낙태 행위가 발생하는 단계에서 국가가 개입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성별을 원인으로 한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 낙태를 유발시킨다는 인과관계조차 명확치 않은 태아의 성별고지 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국가의 지나친 개입이며 부모의 기본권을 필요최소한도를 넘어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아선호사상이나 성비불균형 문제보다는 저출산이 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실효성을 잃은 태아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부모의 태아 성별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헌재의 위헌 결정은 변화한 가치관과 시대상을 반영한 유의미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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