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미니 의대' 적정 정원 80명으로 보고
정원 10% 이상 늘면 ‘주요변화 계획서’ 제출해야
안덕선 의평원장 “초유의 일” 보완 사항 점검 필요

정부는 기존 의대를 중심으로 오는 2025학년도부터 정원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늘어난 정원을 제대로 가르칠 교육 여건을 갖췄는지 평가할 시간도 촉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는 기존 의대를 중심으로 오는 2025학년도부터 정원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늘어난 정원을 제대로 가르칠 교육 여건을 갖췄는지 평가할 시간도 촉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오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기 위해서다. 의학계는 ‘교육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정원을 늘려도 되는 의대인지 점검할 시간조차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전국 의대 40곳을 대상으로 증원 수요 조사와 현장 점검을 실시해 단계적으로 입학 정원을 늘려가겠다고 했다. 오는 2024년 상반기까지 대학별 정원 배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특히 입학 정원이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가 증원 대상이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지난 25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대통령에게 의대 입학 정원이 80명 이상은 돼야 한다고 보고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국 의대 40곳 중 미니 의대는 17곳이다.

하지만 정원을 추가로 배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의대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으로부터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점검 받아야 한다. 의료법과 고등교육법에 따라 의대는 의평원의 평가인증을 받아야 한다. 또한 평가인증을 받은 의대를 졸업해야 의사국가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이미 인증을 획득한 의대여도 평가 당시보다 정원이 10% 이상 증가하면 ‘주요변화계획서’를 의평원에 제출해 평가받아야 한다. 의학교육인증단 규정에 따르면 주요 교육병원 변경, 캠퍼스 이전 또는 분할, 소유권 변경, 학생 수 변화 등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면 사전에 주요변화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관동의대도 교육병원 변경 건으로 이 과정을 밟았다.

의대는 주요 변화가 발생하기 전 계획서를 제출해 의평원 인증관리위원회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서면 평가만으로 인증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힘든 경우 방문평가를 실시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해당 대학의 인증 유형과 인증기간이 바뀔 수도 있다.

주요변화계획서 제출 기한은 변화 시작 1개월 전까지이지만 방문평가를 해야 할 경우 3개월 이내 실시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계획서는 주요변화가 발생하기 3개월 전까지는 제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정부 계획대로면 평가하고 점검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데 있다. 의대 정원 확대 규모에 따라 의평원이 한정된 인력으로 점검해야 하는 곳이 대폭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의평원 안덕선 원장(연세의대)은 이날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정원이 10% 이상 증가하면 ‘주요변화’ 범주에 들어간다. 주요변화가 발생하기 3개월 전에 교육시설이나 교원 등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계획서에 담아 제출해야 한다”며 “우선 서면으로 평가하고 필요하면 의대를 방문해 현장에서 준비 상황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충분히 준비돼 있으면 인증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정부 계획에 따라 한꺼번에 여러 대학을 평가해야 하는 현 상황을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평가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됐을 때 이를 개선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정부 정책으로) 한꺼번에 전국에서 여러 의대 정원이 바뀌는 일은 기존에는 없었던 초유의 일”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에 따라) 주요변화가 발생하는 시점은 2025년이다. 그런데 닥쳐서 문제가 발견되면 증원된 인원을 받지 말라고 하기도 힘들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안 원장은 “의대 교육은 대규모 강의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소규모 그룹별 강의도 많아 인적 자원이 많이 투입된다”며 “임상실습교육을 받아야 하는 의대생 수도 늘기 때문에 기초의학뿐 아니라 임상의학 교수도 더 많이 필요하고 교육병원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오는 2024년 3월까지는 (정원이 늘어나는) 의대의 계획서를 미리 받아서 미진한 부분을 확인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나 싶다”라며 “현재 내부적으로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 추가 배정하는 의대가 교육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안 원장은 “정원을 늘리면 의대 차원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많이 보완해야 한다. 이 부분을 대학에만 맡기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며 “정부에도 지원 방안을 물었지만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더라. 정원만 늘릴 게 아니라 국립이나 사립 가리지 않고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평원이 평가인증을 통해 주기적으로 (의대 교육 환경을) 점검하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의대 증원) 수요 조사에서 이런 부분(교육 여건)을 더 세심하게 살펴볼 예정”이라며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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