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기 소세포폐암에 '임핀지' 공고요법, 플레너리 포디움 올라
20개월 넘는 전체생존기간 연장 소식에 기립박수 터져

[시카고=김윤미 기자] 아스트라제네카의 항 PD-L1 면역항암제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가 확장기 소세포폐암에 이어 신약 옵션이 전무한 제한기 소세포폐암에서 공고요법으로 효과를 입증하며, 악명 높은 소세포폐암 분야에도 생존율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4) 플레너리 세션에서 임핀지의 3상 임상인 ADRIATIC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제한기 소세포폐암 치료에 임핀지 공고요법을 평가한 3상 임상 ADRIATIC 연구가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4) 플래너리 세션 주제로 선정됐다.
제한기 소세포폐암 치료에 임핀지 공고요법을 평가한 3상 임상 ADRIATIC 연구가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4) 플래너리 세션 주제로 선정됐다.

ADRIATIC 임상시험은 화학방사선요법(cCRT)을 받고 질병이 진행하지 않은 제한기 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공고요법으로서 임핀지 단독 또는 '이뮤도(성분명 트레멜리무맙)'와의 병용 치료를 위약과 비교 평가한 연구로, 이번 ASCO 2024에서는 임핀지 단독요법과 위약군과의 비교 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제한기 소세포폐암에서의 전신요법은 지난 수십년간 새로운 진전이 없었던 분야다. 현재 표준치료는 화학방사선요법으로, 이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생존기간은 25~30개월에 불과하며. 5년 생존율 또한 29~34%로 생존율 개선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상당한 상황.

임핀지는 이미 3사 임상인 CASPIAN 연구를 통해 확장기 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백금 및 에토포시드와의 병용으로 전체생존기간(OS) 개선에 성공한 바 있어, 제한기 소세포폐암에서도 그 쓰임새를 시험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 연구가 진행된 것이다.

미국 사라 캐논 연구소 데이비드 스피겔 박사
미국 사라 캐논 연구소 데이비드 스피겔 박사

주요 평가변수로는 전체생존기간과 독립적 기관이 평가한 무진행생존기간(PFS)이 이중(dual)으로 설정됐는데, 임핀지 공고요법은 이 두 가지의 1차 종료점을 모두 충족하며 플레너리 포디움에 올랐다.

먼저 추적관찰 기간 중앙값 37.2개월 차에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임핀지 치료군에서 55.9개월, 위약군에서 33.4개월로 임핀지 공고요법은 사망 위험을 27%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HR 0.73).

20개월이 훌쩍 넘는 전체생존기간 연장 소식에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은 탄성과 기립박수를 보냈다.

3년 생존율은 임핀지 치료군과 위약군에서 각각 56.5% 대 47.6%로, 임핀지 공고요법을 받은 환자의 절반 이상이 3년이 지나도 생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임핀지 치료군에서 16.6개월, 위약군에서 9.2개월로 임핀지 공고요법은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24% 감소시켰다(HR 0.76). 2년 무진행생존율은 임핀지 치료군과 위약군에서 각각 46.2% 대 34.2%로, 임핀지 치료를 받은 환자의 절반 가까이는 2년 지난 후에도 질병의 진행 없이 치료를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임핀지 공고요법은 안전성 측면에서 우수한 데이터를 보였다. 3/4등급의 이상반응이나 심각한 부작용 발생률이 위약군과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면역 관련 이상반응은 임핀지 치료군에서 더 많이 발생했지만(32.1% 대 10.2%), 3/4등급의 이상반응을 보고한 비율은 5.3%에 불과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미국 사라 캐논 연구소 데이비드 스피겔(David R. Spigel) 박사는 "제한기 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화학방사선요법 후 더발루맙 공고요법은 위약과 비교해 전체생존기간 및 무진행생존기간에 있어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개선을 입증했다"며 "특히 더발루맙 공고요법은 치료 2년차까지도 우수한 내약성과 안전성을 보여, 이 치료 세팅에서 새로운 표준요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

한편, ASCO 2024 현장에서 만난 폐암 분야 석학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는 임핀지 공고요법을 포함해 최근 개발되고 있는 신약들로 인한 소세포폐암 분야에 생존율 개선을 예고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최근 DLL3(Delta-like ligand 3)가 유망한 항암 표적으로 급부상하면서, 확장기 소세포폐암 치료에 이를 타깃으로 한 이중특이적 T세포 관여 항체(Bispecific T-cell Engager, BiTE) 및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Radionuclide Conjugate, ADC)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에는 DLL3와 CD3를 동시에 타깃하는 '탈라타맙'이 확장기 소세포폐암 환자의 구제요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하며, 이전에 없던 생존기간 연장을 예고했다.

특히 미국 허가의 근거가 된 2상 임상 DeLLphi-301 연구는 안명주 교수가 국내에서 책임연구자로 참여해 국내 환자들이 대거 포함된 만큼, 탈라타맙의 신속한 국내 허가도 예상되는 상황.

이 같은 상황에서 제한기 소세포폐암에서 임핀지 공고요법이 효과를 입증하며, 전반적인 소세포폐암 환자의 생존율 개선을 예고한 것이다.

안 교수는 "1980년대 이후 진전이 없던 소세포폐암 치료에 최근 새로운 신약 옵션들이 연이어 효과를 입증해내며 전반적인 폐암 생존률 향상도 기대되고 있다"며 "특히 더발루맙 공고요법은 새로운 치료 옵션이 전무했던 제한기 소세포폐암 치료에 의미 있는 성과를 불러왔으며, 이로써 더발루맙은 확장적 병기에 이어 제한적 병기에까지 효과를 입증한 최초의 신약 옵션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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