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O 2024, 국내 암 정밀의료 프로젝트 KOSMOS-II 결과 발표
김선영 교수, NGS 선별급여 개정 및 의대정원 사태로 연구 지연 지적

최근 공개된 국내 암 정밀의료 프로젝트인 KOSMOS-Ⅱ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다양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패널과 온라인 중앙 분자종양보드(Molecular Tumor Board, MTB)를 통해 실용적인 국가 차원의 정밀의료 접근이 가능하며, 더불어 이를 통해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진행된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4)에는 KOSMOS-Ⅱ 연구의 첫 번째 중간 분석 결과가 포스터 발표됐다.

*ASCO 2024에서 발표된 KOSMOS-Ⅱ 연구 포스터
*ASCO 2024에서 발표된 KOSMOS-Ⅱ 연구 포스터

NGS와 같은 진단법의 발전과 표적 치료제, 면역 항암제 등 새로운 암 치료제의 개발로, 개개인의 암 유전자 이상을 진단하고 이에 따라 맞춤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이른바 '정밀의료'의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NGS 검사법에 보험 급여가 적용돼 시행되고 있지만, 암 유전자 이상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약제들이 아직 개발돼 있지 않거나 개발됐더라도 허가나 급여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여전히 정밀의료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

이에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국내 암 진료 현장에 정밀의료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Korean Precision Medicine Networking Group(한국 정밀의료 네트워킹 그룹)'을 설립하고, KOSMOS-Ⅱ 연구(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체 변이 근거 맞춤 약물요법 한국 정밀의료 네트워크 연구-Ⅱ)를 기획해 수행하게 됐다.

KOSMOS-Ⅱ 연구는 종양내과 전문의, 병리학자, 생물정보학자 등 여러 암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앙 MTB에서에서 환자의 NGS 검사 결과와 임상 정보를 분석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추천하게 된다.

환자들은 MTB의 권고에 따라 적합한 임상시험에 참여하거나(3단계), 제약사의 지원을 받아 공급하는 임상시험용 의약품(다른 적응증으로 허가 받은 기허가 약물)으로 치료 받거나(1단계), 그 외의 항암제 등을 이용한 맞춤치료를 받게 된다.

해당 연구는 총 1,000명의 환자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번에 발표된 결과는 그 중 절반 정도인 489명의 환자를 초기 분석한 데이터이다.

2022년 9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489명의 환자가 등록했으며, 이들의 연령 중앙값은 60세, 남성 56.9%, 이전 전신 치료 횟수 중앙값은 4회였다. 가장 흔한 원발 암 부위는 대장암(19.6%), 담도암(12.9%), 유방암(8.2%)이었다.

또한 해당 연구에서는 임상-유전체 데이터베이스(CGDB) 구축을 위해 핵심 유전체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를 통합했는데, 총 31개 참여 센터에서 20개의 서로 다른 패널을 사용한 360명의 데이터가 구축됐다.

분자 프로파일링 기반 치료(MGT)는 전체 환자의 59.5%에서 이뤄졌다. 45.2%는 다른 적응증으로 승인 받은 표적 치료제(1단계), 12.6%는 임상시험(3단계) 코호트에 배정돼 치료가 진행됐다.

사전 제출된 의료진의 선택과 MTB 권고안 간의 일치율은 54.6%(1단계: 55%, 2단계(완화 치료를 포함한 대체 치료법): 46%, 3단계: 86%)였다.

ERBB2 변형이 있는 환자에서 가장 많이 분자 프로파일링 기반 치료(MGT)가 이뤄졌는데, '트라스투주맙 엠탄신(20.8%)' 또는 '트라스투주맙 + 퍼투주맙(5%)' 치료가 시행됐다.

종양변이부하가 높거나(TMB-H ≥10 mut/Mb) 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인 환자들은 '아테졸리주맙(12.8%)' 치료를 받았으며, EGFR 변형 환자들은 '베바시주맙 + 엘로티닙(4,7%)'으로 치료 받았다.

1단계 치료의 반응 평가는 158명의 환자에서 이루어졌으며, 16주 동안의 임상적 혜택률은 34.8%였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선영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선영 교수

해당 발표를 위해 현장 참석한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선영 교수는 "이번 분석에 포함된 환자들의 전신 치료 횟수 중앙값은 4회 정도로 말 그대로 말기 환자에 해당했다"며 "그런 환자들의 34.8%에서 임상적 혜택을 보였다는 것은 유전자 분석에 기반한 맞춤 치료 효과를 보여주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KOSMOS-Ⅱ 연구의 최종 목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허초 승인 절차의 간소화"라며 "신뢰할 수 있는 분자종양보드(MTB)를 통해 권고된 치료법이라면 기존의 수개월에 걸친 허초 승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정부에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현재 암 환자가 약제비 전액을 부담한다 하더라도 의료진이 허가초과 약제를 처방하기 위해서는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의료진은 의료진대로 약제 사용 근거를 취합해 제출해야 하며, 자료를 제출한 이후에도 심의를 받는 데까지 수개월이 소요돼,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 받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던 것.

때문에 KOSMOS-Ⅱ 연구를 통해 MTB를 통한 환자별 맞춤치료가 임상적 혜택을 개선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기존 허초 승인 심사를 간소화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김 교수는 이를 위해선 몇 가지 보완할 부분인 있다고도 말했다. 1단계 코호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의 확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다수의 제약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한국로슈의 도움을 받아 해당 제약사의 약물로만 연구가 이뤄져, 다양한 암종이나 유전자 변이에 대한 근거를 확림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

또한 김 교수는 "최근 개정된 NGS 선별급여로 인해 KOSMOS-Ⅱ 연구의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정부는 고형암에서 폐암을 제외한 모든 암종의 NGS 검사에 대해 환자본인부담을 기존 50%에서 80%로 확대시켰다.

KOSMOS-Ⅱ 연구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NGS 검사가 선행돼야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아진 본인부담으로 인해 암 환자들이 NGS 검사를 받는 빈도가 줄어들었고, 이는 곧 KOSMOS-Ⅱ 연구의 진행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의대정원 사태 역시 KOSMOS-Ⅱ 연구의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자 등록을 위해서는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는 것이 필요한데, 병원에 남아 있는 종양내과 교수들은 업무 부하로 인해 환자 등록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

이에 김 교수는 "현재 KOSMOS-Ⅱ 연구에는 절반 이상의 환자가 등록을 마쳤지만, 향후 이 속도는 점점 더 늦어질 것"이라며 "당초 1년 내 연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 기간은 2~3년 정도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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