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에 리더십 논란 커지며 '탄핵' 주장까지
"개인 넘어 의료계 전체가 피해" 커지는 우려
"민의 살피고 회장으로서 위치 되돌아볼 때"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구설수와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며 의협까지 휘청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9일 의협이 개최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구호 제창을 준비하는 임 회장 모습(ⓒ청년의사).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구설수와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며 의협까지 휘청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9일 의협이 개최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구호 제창을 준비하는 임 회장 모습(ⓒ청년의사).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쏘아 보낸 화살이 의료계로 돌아오고 있다. 임 회장이 구설수와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며 의협까지 휘청이자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취임 두 달 만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2일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불참을 선언하며 임 회장에게 "멋대로 의료계를 대표하려 하지 말라"고 했다. 막말로 "의료계 지위를 실추"하고 "학생과 전공의 목소리는 무시"하는 불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임 회장이 "현 사태를 해결할 역량도 없다"고 했다. 그간 정부를 향해 '사태 해결 의지도 능력도 없으면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던 의료계 비판과 겹치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A시도의사회장은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지금 의협은 물론 의료계 최대 리스크가 임 회장이다. 그 리스크 관리도 전혀 안 된다. 사고가 또 다른 사고로 덮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뭐가 다르냐'고 불만스러워하는 이유"라고 했다.

"더 큰 사고를 터트리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임 회장 '불신임(탄핵 )'까지 거론된다는 뜻이다. A회장은 "단순 한탄을 넘어서 더 늦기 전에 전체 회원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다"고 했다.

B시도의사회장 역시 "정부를 향해서도 성과가 없고 의협 내부로는 뜻을 모으지 못하니 '레임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며 "이렇게 시간만 보내느니 (레임덕 시기를) 무리해서라도 일찍 끝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B회장은 "이번에 연이어 터져 나온 젊은 의사들 목소리가 의료계의 답답한 심정을 일견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 어느 부분에서는 젊은 의사들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임 회장은 단순히 후배들의 당돌한 발언이라고만 여기지 말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임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두 차례 집단 휴진 선언을 거치며 커졌다. 투쟁 로드맵은 대의원회나 상임이사회, 지역의사회와 상의 없이 짜였다(관련 기사: 아무도 몰랐다는 의협 '무기한 휴진' 계획…일방통행 투쟁에 우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과 마찰을 빚자 불쾌한 심경을 그대로 노출했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법조계, 정치권, 언론과 부딪쳤다.

익명을 요구한 C시도의사회장은 "이번 의대협 성명까지 포함해서 의료계 내부와 법조계·언론·정치권까지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건 임 회장이 유일할 것 같다.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반년 넘게 투쟁하는데 회장에게 'SNS 그만하고 말 좀 가려 하라'고 강권하고 있어야 하느냐"고 했다.

임현택 회장은 지난달 18일 총궐기대회장에서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다가 불통 논란을 키웠다(ⓒ청년의사).
임현택 회장은 지난달 18일 총궐기대회장에서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다가 불통 논란을 키웠다(ⓒ청년의사).

가장 큰 문제는 "임 회장 개인사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간 쌓인 막말 논란은 국회 청문회에서 의료계 발목을 잡았다. 소통을 강조하며 올특위를 구성하고 한 발 물러났지만 의대생과 전공의를 불러오지 못했다(관련 기사: "의대 증원 철회보다 '말 잘 듣는 후배'의 귀환 바라는 선배들").

C회장은 "내부 갈등은 다스리고 외부와는 협력과 견제로 관계를 다져야 하는데 회장이 나서서 갈등을 부추기고 상황만 악화시키고 있다"며 "임 회장은 좋든 싫든 '의료계 대표자'다. 임 회장 논란으로 벌어진 피해는 의료계가 다 함께 입는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 D씨는 "청문회에서 의대 정원 문제를 증언한 목소리는 묻히고 임 회장만 부각되면서 국민 공감을 얻지 못했다. 젊은 의사들과 갈등하고 신뢰를 얻지 못하니 투쟁 동력 확보도 어려워졌다"고 봤다.

D씨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시절 감각으로 의협을 운영하면 안 된다. 상황이 급박하다면서 의사결정 절차를 자기 입맛대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며 "임 회장 눈에 토론과 협의는 거추장스럽고 정중하고 정제된 표현은 가식과 위선처럼 보일지라도 의협이라는 조직과 전체 의료계를 위해서 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원은 임 회장에게 의협 회장이라는 자리를 마음대로 누리고 자존심 부리라고 준 게 아니다. 본인이 왜 의협 회장이 되고자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회장이 될 수 있었는지 차분하게 돌아볼 때"라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