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훈 교수 "교수들, 교육에 힘 쓸 여건 안 돼"
의평원 평가 걱정 "늘어난 정원, 기준 못 맞춰"
안덕선 원장 "기성세대와 다른 전공의, 복귀 이유 없어"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최세훈 부교수는 정부의 의대 정원 추진 이후 교수들 사이에서 교육에 대한 회의감이 커져가고 있다고 했다(ⓒ청년의사).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최세훈 부교수는 정부의 의대 정원 추진 이후 교수들 사이에서 교육에 대한 회의감이 커져가고 있다고 했다(ⓒ청년의사).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으로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의학 교육에 대한 회의감과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생 선발 절차를 보이콧하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최세훈 부교수는 지난 1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모임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교수들 사이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반대 입장 표명을 위해 의대생 선발에 관련된 절차를 보이콧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입시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교수들 사이에서 입시에서 의대생 선발을 보이콧하겠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늘어난 학생들을 선발하는 데 동참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업무 과중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서 교육에 힘을 쓸 여건이 없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의대 교수들은 2025학년도 입시부터 학생들을 뽑는 것에 참여하지 않거나 보이콧할 것 같다. 현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현 상황이) 절망적이며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고 토로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대 정원에 대한 교육 환경 평가에 대비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이 커지고 있다고도 했다.

최 교수는 “교수들이 무서워서 평가를 준비하는 자리에 나서거나 관련 보직을 맡지 못하겠다고도 한다. 의평원 평가를 준비하려면 한 달 내내 본인 연구 외에도 매일 야근해야 한다”며 “교수들은 아예 발을 담그려고도 하지 않는다. 정원이 늘어난 만큼 의평원 기준에 맞출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에 남아 진료를 맡고 있는 교수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사직을 결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의협 이명진 법제윤리위원(명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지금 교수들이 힘겹게 당직을 이어가고 있지만 업무 과중으로 사직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다”며 “현재는 일이 많아 사직하기 어렵지만 어느 정도 사태가 해결되면 오히려 교수들 사이에서 대량 사직이 발생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고 했다.

최 교수도 “얼마 전에도 당직 서던 소아응급실 교수 한 명이 보호자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 외 교수 선후배 간이나 당직을 둘러싸고도 미묘한 분위기가 있다”며 “정말 본인이 자신있다면 나가고자 하는 교수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전공의와 정부, 대한의사협회, 기성세대 의사 간 불신이 존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청년의사).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전공의와 정부, 대한의사협회, 기성세대 의사 간 불신이 존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청년의사).

전공의들의 성향상 굳이 수련을 위해 복귀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전공의들의 성향과 맞지 않은 수련 환경과 더불어 정부, 기성세대 의사 간 불신이 생기면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전공의 입장에서는 복귀하지 않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정부가 정작 보여준 게 없지 않은가”라며 “전공의 사이에서는 정부뿐 아니라 의협에 대한 불신도 큰 것 같다. 더 나아가 선배 의사 세대 자체에도 불신하는 분위기가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는 모두가 가난했기에 대학병원에서 배우고 나중에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려는 마음이 컸다”며 “그러나 지금 세대 전공의들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만큼 수련에 대한 기준이 높다.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제대로 휴식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더라면 주 80시간 근무가 힘들어도 배우는 게 있으니 버텼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도 전공의들의 성향상 복귀가 요원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에는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 교수는 “현재 전공의들은 선진국이 아닌 나라에서 살았던 경험이 없다. 환경의 차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며 “최근 열린 서울시의사회 학술대회에서도 전문의들이 ‘어떻게 할 것인가. 전문의는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전공의에게 물었는데 오히려 ‘왜 우리가 그걸 걱정하는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현 상황이 부당하다며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도 크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더라도 돌아오지 않겠다더라”며 “정부와의 합의가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안에는 절대 복귀하지 않을 것이다. 1년은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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