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비대위 노조 추진 단위병원 법·행정·자금 지원
전국 조직 한계 극복하고 전공의 근무 특성 따라 활동
"투쟁만 위한 조직화 아냐"…권익 보호 법적 기반 마련

지난 2020년 의사 단체행동을 주도했던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수련병원별 전공의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2년 전 전공의 중심 단체행동은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으로 촉발됐다.

대전협은 그동안 구상 단계에 머물렀던 전공의노조 수련병원별 지부 설립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대전협 홈페이지를 통해 '수련병원 노동조합 설립 지원 안내' 공지를 올리고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단위병원 대상으로 상시 모집에 들어갔다.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단위는 법률·행정 절차를 지원받는다. 대전협 비대위는 총 3,000만원 한도로 노조 직접 지원금도 책정했다. 예산은 지난 2020년 전공의 단체행동 때 조성한 비대위 투쟁 기금을 활용한다.

대전협은 지난해 11월 제26기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이같은 사안을 의결하고 노조 설립 지원을 준비해왔다. 수련병원별 노조 설립은 강민구 회장을 비롯해 역대 대전협 회장 공약에 포함된 주요 현안 중 하나다.

전공의노조는 현재 전국 단위 조직으로 지난 2006년 결성한 직종별 노조인 '대한전공의노동조합'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결성 이후 부침을 겪으면서 저조한 가입률과 활동으로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20년 전공의 단체행동 당시 전공의 단체협상권이 강조되면서 한때 조합원이 급증했으나 현재 활동하는 조합원은 극소수다.

전국 단위 노동조직은 병원별로 계약해 3~4년 단기간 근무하고 '탈퇴'하는 전공의 특성상 즉각적이고 유연한 현안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문제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가입률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이는 다시 전공의 전체 현안에서 협상력 저하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수련병원별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단위병원 상시 모집에 들어갔다(사진 출처: 대한전공의협의회 홈페이지).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수련병원별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단위병원 상시 모집에 들어갔다(사진 출처: 대한전공의협의회 홈페이지).

따라서 전공의 근무 특성에 맞춰 병원 단위 지부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수련병원별 노조 설립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대전협은 이번 노조 지부 설립으로 각 수련병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제반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 회장은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전공의 권익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로서 병원별 지부 설립을 강조했다.

강 회장은 "여러 산업 직군이 노조가 교섭권을 갖고 쟁의행위에 나선다. 의료와 근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전공의 권익 침해에 대응할 최소한의 법적 구조를 갖추고자 한다”면서 “지난 2020년 단체행동 당시 전공의 사회가 느꼈던 절차적 한계를 이번 수련병원별 노조 결성으로 보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 설립 착수에 대한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강 회장은 “투쟁만을 목적으로 조직화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강 회장은 “전공의 투쟁력 강화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제반 마련도 대전협이 할 일은 맞다”며 “그러나 노조를 설립해 당장 단체행동으로 이어 나가기보다는 노조의 부재로 발생할 수 있는 회원 피해를 방지하는 것에 무게를 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기간 내 모든 수련병원 노조 성립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건실한 제반 마련이라는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이어가 보고자 한다”면서 “의료와 근로 환경 변화 속에 노조 필요성을 느끼는 회원이 있다면 대전협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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