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 분석 결과
본인 결정권 가진 환자 단 5%…90%가 의사 표현 어려워
사전 의사 표현도 26.7%…연명의료 임상 기준도 모호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임상 현장 시행착오가 여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임상 현장 시행착오가 여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결정 기준이 모호하고 환자 의사를 반영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공공부원장)와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 공동 연구팀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3년간 원내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제공한 임상윤리 지원서비스 사례를 분석해 최근 국제 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했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는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 결정·이행 업무를 수행한다.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는 연명의료 결정 과정에서 의료인과 환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명의료법 시행 후 서울대병원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수행한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3년간 총 60건이다.

의뢰 환자 56.1%가 6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70대가 22.8%로 가장 많았다. 1세 이하 영아가 17.5%였다. 의뢰 환자 47.4%가 저소득층이었고 21.1%는 의료급여 환자였다.

전체 의뢰 사례 80%가 중환자실에서 들어왔다. 암 환자와 뇌혈관질환 환자가 각각 25%로 가장 높았다. 호흡기 질환(11.7%), 신경퇴행성질환(8.3%), 심장질환(8.3%)이 그 뒤를 이었다.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 결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만 가능하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의뢰 환자 66.7%는 임종과정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로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상태'라는 판단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의학적으로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의뢰 환자 90%가 의뢰 시점에 이미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환자 단 5%만 본인의 연명치료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했다. 대부분 자녀(36.7%)나 부모(35.0%), 배우자(28.3%)가 결정권을 가졌다. 연명의료 계획에 환자 본인의 선호나 가치가 반영된 사례는 40%에 머물렀다.

의뢰 이전에라도 연명치료에 대한 본인 의사를 밝힌 경우도 26.7%에 불과했다. 사전지시의료서나 소생술거부(DNR) 동의서 작성자는 16.6%였다. 구두로 DNR 의향을 밝힌 경우는 6.7%였다.

임 교수는 "현행법에서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심의 결과는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리의사결정자가 없는 무연고자 등을 위해 전문성 있는 위원이 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 역시 "연명의료결정법은 있지만 환자 가치 추정이 어렵고 임상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서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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