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여유리 변호사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는 범죄인 강제추행죄는 병원을 비롯한 다양한 장소에서 발생하는 범죄로, 폭행·협박의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

과거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해 이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①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기습추행형)에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는 한편, ②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폭행ㆍ협박 선행형)에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된다고 판시해 왔다(2011도880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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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법원은 지난 9월 21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폭행·협박 선행형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정의를 40여년 만에 변경했다.

해당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 요지는 피고인이 4촌 친족인 피해자를 침대에 쓰러뜨려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했다는 사실이다.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고등군사법원 2018년 8월 10일 선고, 2017노265).

그러나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폭행·협박 선행형 강제추행죄에서의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않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다시 정의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행위는 피해자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해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2021도11126).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도 환자나 직장 동료 간 강제추행 등 다양한 성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 만일 의사가 행위자일 경우 형벌뿐만 아니라 최장 10년 이상 취업이나 개업 제한 등 면허 취소 보다 더 가혹한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해자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의 강력한 폭행이나 협박 수준이 아닌 단순한 폭행이나 공포심을 주는 것만으로도 강제추행죄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제추행죄 성립이 보다 쉬워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를 해야 할 판례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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