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여유리 변호사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 등 개인사업자 형태 근로자다.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며 경제적으로도 사업주에게 의존돼 있어 실제적으로는 근로자와 차이가 없다.

대표적으로 보험모집인, 골프장 캐디, 퀵서비스 배달원, 학습지 방문교사, 외근직 AS근무요원, 판매원, 건설기계 종사자, 견인차 운전기사, 레미콘차량 운전사, 화물차주 등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한다. 의료기관에도 직원이 아니지만 의료기관에 실질적으로 종속되어 노무를 제공하는 간병인, 구급차 운전기사 등과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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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받지 못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고 확인한 판결이 있는바, 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학교법인 K대학이 운영하는 경기 파주 소재 골프장에서 캐디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캐디 100여 명 전체를 지휘하는 총책임자인 경기팀 직원 B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다 2020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를 포함한 캐디들은 고객들에게 수고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근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유족들은 학교법인 K대학과 B씨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다면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아 B씨의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학교법인 K대학에 대해서도 “B가 경기 진행 중 무전으로 A씨에게 모욕적인 발언이나 공개적 질책을 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후 A씨가 B씨에게 항의하는 취지의 인터넷 게시판 글까지 남겼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게시판 글을 삭제한 뒤 A씨를 카페에서 탈퇴시켰다”며 B씨의 사용자로서 주의 의무를 기울이지 않아 발생한 괴롭힘에 대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결국 재판부는 피고들은 연대해 원고들에게 1억7,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2가합70004).

항소심 재판부도 양측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제77조 및 동 시행령 제67조에 근거해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서울고등법원 2023나2014115). 이에 학교법인 K대학은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지난 5월 17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2024다207558).

한편 간병인, 구급차 운전기사 등과 같은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의료기관에 실질적으로 종속돼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될 수 있다. 이에 의료기관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로서 위 노동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 만일 의료기관이 보호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제175조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의료기관은 해당 판결을 참고해 근로 환경 조성에 있어 주의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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