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진료지원인력 간 ‘공동서명’ 시스템 추진
진료지원인력 관리 가이드라인 마련 요구도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말에는 진료지원인력의 의료행위 가운데 불법적인 행위를 규제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말에는 진료지원인력의 의료행위 가운데 불법적인 행위를 규제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PA(Physician Assistant)로 불리는 ‘진료지원인력’의 업무범위가 올해 안에 네거티브 방식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규정하고 그 외에는 불법으로 금지하는 방식이다. 의사와 진료지원인력 간 공동서명(Co-sign)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논의도 올해 연말까지는 마무리될 전망이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는 지난 2일 강릉 세인트존스에서 열린 ‘2023 한국보건행정학회 후기 학술대회’ 진료지원인력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진료지원인력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제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제도개선 연구 책임을 윤 교수가 맡고 있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과 윤석준 교수 
고려의대 예방의학과 윤석준 교수

윤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며 본 문제점은 일관된 진료지원인력의 정의, 명칭과 면허자격의 부재, 의료기관별 편차가 큰 교육과 관리제도였다”며 “현 상황에서 새로운 직역을 신설하기 보다는 무분별한 활용을 제한하고 무면허 진료행위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논란의 소지를 줄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가장 큰 문제가 이들의 의료행위가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최소한 의사와 진료지원인력 간 공동서명 형태로 기록돼야 하고 불가피하게 먼저 진료지원인력이 의료행위를 수행했다면 기록을 남기고 최종 확인 절차를 구축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진료지원인력의 업무범위에 대해서는 “의료행위를 의사만 하는 게 바람직한지 위임이 가능한지를 두고 또 다른 논란이 발생했다”며 “정형외과 안에서도 석고붕대를 반드시 훈련된 의사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사들도 있고 위임 가능한 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쟁점이 많은 진료지원인력의 업무범위는 여전히 논의 중이며, 우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윤 교수는 “큰 원칙은 명백히 불법적인 일은 지금부터라도 제거하고 가야 된다는 것”이라며 “기록에 안 남는 행위는 누가 봐도 불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체계 자체가 병원별로 작동되지 않는 문제, 교육·훈련이 최소한 제공되지 않는 문제 등은 내년부터라도 일정 정도의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며 “최소한 테두리는 올해 가기 전에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의료기관 여건에 맞게 자유를 부여하며 새로운 모델을 찾아나서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진료지원인력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서유진 간호정책과 사무관은 “직역 간 이해관계 등이 얽혀 있는 만큼 단시간 내 해결책을 내기 힘든 상황인 것 같다”며 “진료지원인력 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난 6월부터 8차례 회의를 시작했지만 진료지원인력이라는 용어 정립을 위한 회의가 2차례나 논쟁으로 끝나는 것을 보고 쉽지 않구나 실감했다”고 했다.

서 사무관은 “현재 환자안전 강화, 서비스 질 향상, 팀 단위 서비스 제공 체계, 책임 소재 명확화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고 현재 관리운영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교육·훈련체계 확립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논의를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했다.

진료지원인력 관리방안 의료기관 자율 ‘No’…“최소 가이드라인 必”

하지만 진료지원인력 관리방안을 두고는 이견이 있었다. 의료기관 자율에 맡기기보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등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 최훈화 전문위원은 “과거에는 전공의 수가 부족한 분야에서 진료지원인력 근무가 한정적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일을 하는데 여전히 관리 체계는 없다”며 “큰 병원을 제외하고는 체계화되고 표준화된 교육을 하거나 관리하는 곳도 없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안전망도 없다”고 지적했다.

최 전문위원은 “최근 전국 진료지원인력 24명과 전담 파트장들과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는 ‘정체성 확립’이었다. 의료행위를 하고 있지만 기록도 없고 이름도 남지 않는다. 간호사로서 입사해 면허를 갖고 아이디를 받았지만 어디에도 이름을 써본 적 없는 것”이라며 “역할과 책임이 그 사람을 존재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지원인력은 병원의 필요에 의해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졌고 이에 대한 최종 결정자는 고용인인 병원장”이라며 “(진료지원인력 관리체계를) 의료기관 자율에 맡기는 분위기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현장 혼란을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민구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도 “지금까지 자율적으로 했을 때 간호사들이 충분히 보호받고 교육 받았느냐를 생각했을 때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고 동시에 시범사업이 진행되면 좋겠다”며 “논의를 하더라도 강제성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인증평가기준 확립 등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은 필요하다”고 했다.

토론에서는 원가보존이 어려운 의료 환경이 진료지원인력 활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과 함께 진료지원인력 관리방안을 의료기관 자율에 맡기기 보다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등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토론에서는 원가보존이 어려운 의료 환경이 진료지원인력 활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과 함께 진료지원인력 관리방안을 의료기관 자율에 맡기기 보다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등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원가보존 어려운 의료 환경 ‘진료지원인력’ 쓰도록 만들어

원가보존이 어려운 의료 환경이 진료지원인력 활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노인환자 관리에 인력소모가 큰 만큼 의료환경 변화를 고려한 중소병원 진료지원인력 활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 제기됐다.

부천 유대성병원 홍석원 이사장은 “공급자 입장에서는 원가 보존이 안 되니 의사들을 많이 고용할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의사 역할을 간호사와 의료기사에게 위임하고, 간호사와 의료기사의 역할은 간호조무사에게, 간호조무사가 못하는 일은 행정직원들이 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이렇게 운영을 하다 보니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조조정을 하면서 병원 규모를 줄여 운영하게 됐다”며 “450병상 되는 병원을 200병상과 210병상으로 쪼개 운영하고 있지만 구성비를 줄여도 진료지원인력은 줄지 않았다. 줄이면 줄이는 대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중소병원에서 재활이나 척추 관련 수술을 했을 때 대부분이 고령자인데 케어가 문제”라며 “행정적인 지원 등도 간호사들이 다 하고 있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는 어긋나는 문제들이다. 고령화로 노인 환자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간호사에게 얼마나 많은 역할을 전가해주고 합법화할 건지 중요한 것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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