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의사포럼 전공박람회 '인기'
선배 의사들 "현실 직시해야"

젊은의사협의체와 '투비닥터(To Be Doctor)'는 지난 18일 가톨릭의대 성의회관에서 열린 '젊은의사포럼'에서 전공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날 서울시의사회 박상협 총무이사(소중한유여성외과의원장)은 외과 강연을 진행했다(ⓒ청년의사).
젊은의사협의체와 '투비닥터(To Be Doctor)'는 지난 18일 가톨릭의대 성의회관에서 열린 '젊은의사포럼'에서 전공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날 서울시의사회 박상협 총무이사(소중한유여성외과의원장)은 외과 강연을 진행했다(ⓒ청년의사).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의대생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꿈만 쫓기에는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의사로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궁금하지만 알 수 있는 길도 많지 않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성의회관에서 열린 제10회 젊은의사포럼에 의대생들이 몰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젊은의사포럼에서는 의대생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투비닥터’(To Be Doctor)'가 주관한 전공박람회 ‘무엇이든 물어보살’이 열렸다.

이날 전공박람회에만 의대생 200여명이 참석했다. ▲성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신경과 ▲피부과 ▲외과 ▲내과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중 1지망과 2지망을 선택해 참가 신청을 한 의대생들은 선배 의사들의 현실적인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젊은의사협의체와 '투비닥처(To Be Doctor)'가 지난 18일 열린 '젊은의사포럼'에서 개최한 전공박람회 '무엇이든 물어보살'에는 많은 의대생들이 참여했다(ⓒ청년의사).
의대생들이 젊은의사협의체와 '투비닥터(To Be Doctor)'가 지난 18일 개최한 전공박람회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강연을 듣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청년의사).

박람회 사회를 맡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원진 부회장은 “의사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게 진료과 선택인 만큼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며 “대다수가 의대생인데 참여 신청이 많아서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강연을 통해 의대생·인턴들이 자신에게 맞는 과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공박람회에 참석한 의대생들은 강연을 통해 막연했던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기대했다.

가톨릭관동의대 의학과(본과) 2학년생인 A씨는 외과와 신경외과 강연을 선택했다며 “최근에 외과·신경외과 모두 ‘어렵다’,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쉬운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얻은 정보가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희의대 의예과(예과) 1학년생인 B씨는 내과와 비뇨의학과에 관심이 있다며 "단순히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게 아니라 선배 의사들에게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더 기대된다”고 했다.

개원한 선배 의사들 "의료 현실 직시해야"

(왼쪽부터)이비인후과 강연은 강연 후 질의응답을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반면 정형외과는 처음부터 질의응답을 받았다(ⓒ청년의사).
(왼쪽부터)이비인후과 강연은 강연 후 질의응답을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반면 정형외과는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해 학생들이 질문하면 선배의사들이 답변했다(ⓒ청년의사).

강연자로 나선 선배 의사들은 전공을 선택한 계기부터 개원에 도움이 되는 세부분과 전문의, 진료 노하우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다.

의료윤리연구회 문지호 회장(명이비인후과의원장)은 개원 위치에 따른 환자들의 특성, 환자와 친밀한 관계를 쌓는 법 등 개원 현실을 상세히 설명했다.

문 회장은 “사전 질문으로 경제적인 전망에 대한 질문이 많이 올라왔다. 병원을 몇 평으로 하면 환자를 몇 명이나 볼 수 있을지 그런 것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후배들이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의사가 되길 바란다.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면 경제적인 것들도 따라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의료현장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다르다고도 했다. 외과 전문의인 서울시의사회 박상협 총무이사(소중한유여성외과의원장)는 의대 정원 확대, 간호법,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등을 설명하며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잘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강연에서는 산과의 법적 소송 위험 부담이 거론됐다. 헤스티아여성의원 추성일 원장은 “산부인과는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High Risk Low Return)’과로 불린다. 산과의 경우 소송 위험이 높지만 부인과는 난임병원도 많이 개원하고 있다. 위기(危機)의 ‘기(機)’자는 ‘기회의 기’를 뜻한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과가 바로 산부인과”라고 했다.

그는 “진로를 선택할 때 휩쓸려 가기 마련인데 자기가 하고 싶은 과를 진취적으로 알아보는 것은 좋아 보인다”며 “진취적인 태도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의대생 "어떤 의사 될지 고민할 시간도 부족"

지난 18일 '젊은의사포럼'이 열린 가톨릭의대 성의회관에는 강연과 전공박람회 등을 들으러 온 의대생과 인턴들로 북적였다(ⓒ청년의사).
지난 18일 '젊은의사포럼'이 열린 가톨릭의대 성의회관은 강연과 전공박람회 등을 들으러 온 의대생과 인턴들로 북적였다(ⓒ청년의사).

전공박람회에 참석한 의대생들은 진지한 태도로 경청했다. 강연 끝나도 자리를 뜨지 않고 질문을 이어가는 의대생들도 많았다.

의대생들은 전공박람회를 통해 학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의료현장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이번 강연이 향후에 전공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들도 있었다.

산부인과 강연을 들은 원광의대 예과 2학년 C씨는 “원래 산부인과에 관심이 있었는데 학생으로서는 현장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없다. 강연에서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앞으로 산부인과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 같다. 오늘 강연이 나중에 전공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했다.

의사국가시험을 앞둔 인하의대 본과 4학년 D씨는 “의사 국가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진로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정형외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데 강연에서 궁금한 점을 많이 물어볼 수 있어 좋았다. 정형외과가 힘든 만큼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원하려고 한다”고 했다.

인하의대 본과 2학년생 E씨는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실습을 좋아하는데 실험실과 현장은 차이가 큰 것 같고 특히 개원가 환경은 잘 모른다”며 “앞으로 폭넓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씨와 함께 온 대학 동기 F씨도 “요새 진로에 대한 걱정이 크다. 앞으로 의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겠지만 과별로 요구하는 특성이나 자질이 달라서 고민이 많다”며 “공부량이 많다 보니 고민할 틈도 없다. 내가 어떤 것을 잘하고,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젊은의사협의체 교육위원회는 젊은의사포럼에서 함께 고민할 만한 현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서는 '왜 의대로 진학했나요?', '의대 졸업 후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청년의사).
젊은의사협의체 교육위원회는 젊은의사포럼에서 함께 고민할 만한 현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서는 '왜 의대로 진학했나요?', '의대 졸업 후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의대 졸업과 함께 기대하는 능력치는 무엇인가요?'에 대해 조사했다(ⓒ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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