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체계로 병상·인력 운영 효율화, 비용 절감 나서
간호사 업무범위 시범사업 이후 의료사고 1건 발생
보건노조 "노동자 피눈물…6월 내 진료 정상화 안 되면 투쟁

국립·사립대병원 중 전공의 사직 등 의료 공백 사태로 비상경영체계를 선언한 병원이 74.5%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국립·사립대병원 중 전공의 사직 등 의료 공백 사태로 비상경영체계를 선언한 병원이 74.5%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전공의 사직 이후 병원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국립·사립대병원 10곳 중 7곳이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사태가 지속되면서 생존권조차 위협당하고 있다며 6월 내 진료 정상화를 이뤄 달라고 촉구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4일 11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113개 의료 기관의 보건의료노조 소속 노조를 대상으로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22일까지 진행됐다.

보건의료노조 조사 결과 전공의 사직과 교수 휴직 등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한 의료기관은 총 52곳이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국립·사립대병원 47곳 중 비상경영을 선포한 곳은 74.5%에 달하는 35곳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병원 비상경영체계는 ▲병상 운영 효율화 ▲인력 운영 효율화 ▲비용 절감 세 분야로 진행되고 있다.

병상 운영 효율화 방안으로는 일반병동 통폐합 혹은 축소 운영, 중환자실 병상 축소 운영, 수술실·회복실 통폐합 운영, 병상 수 조정, 긴급치료병상 확충계획 보류 등이 시행되고 있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인력 운영 효율화 방안으로는 ▲인력 동결 ▲한시적 정원 감축 ▲특별 명예퇴직제 ▲정규직 신규직원 채용 제한·중단 ▲정규직 퇴직 자리에 비정규직 채용 ▲무급휴가·휴직제 ▲승진 유보 ▲한시적 유연근무 확대 등이 시행되고 있었다.

또한 병원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2024년도 예산을 전면 재검토했으며 시설 투자도 전면 중단했다. 그 외에도 복지 예산 삭감 등 직원 복지를 대폭 줄이고 물품 청구량 제약, 의료 소모품 절약 등의 지침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난으로 건강보험 청구 주기를 단축하거나 월 200억원이 넘는 차입경영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재료와 약품 등에 대한 대금 지급이 연기됐다는 응답도 나왔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시행되는 ‘간호사 업무범위 관련 시범사업’과 관련된 내용도 다뤄졌다.

조사 결과 113곳 중 간호사 업무범위 관련 시범사업 시행 후 진료지원 간호사를 늘린 병원은 49곳에 달했으며 국립·사립대병원 47곳 중에서는 43곳(91.5%)이 진료지원 간호사를 늘렸다고 답했다. 시범사업에 따라 증가된 업무에 대한 교육이 시행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곳은 총 22곳이었다. 47개 국립·사립대병원 중에서는 14곳에서 관련 교육이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지원 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원내에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응답한 곳은 1곳이었으며, 8곳에서 아차사고(근로자의 부주의 등으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으나 직접적인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상황)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6월 내 진료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 파행의 틈바구니에는 수많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피눈물과 고통이 스며있다”며 “의사 진료거부 사태 장기화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위협하며 비상경영체계 조치는 보건의료 노동자에게 임금 삭감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인력의 공백을 메우는 진료지원 간호사들은 업무량 확대와 노동 강도 강화, 불법의료 책임에 내몰리고 있다”며 “제대로된 교육훈련 과정도 없이 의사 업무를 진료지원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까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희생·헌신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조속한 진료 정상화 조치가 없으면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며 “6월 내 진료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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