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에 의료계가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법원이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 오진할 위험을 간과했다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 피해는 사실상 '사법살인이나 마찬가지'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27일 성명에서 "이번 사안 본질은 한의사가 본연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초음파검사를 2년여간 68회나 하고도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진단이 늦어진 경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10년이 지난 지금 와서 초음파 장비 자체 위험도가 낮아서 누가 쓰든 상관없다는 결과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피부과의사회는 "의료인 면허제도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판결로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고 수많은 오진이 발생하게 됐다"면서 "향후 발생할 환자 피해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대법원에 있다"고 성토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이번 판결이 "건국 이래 가장 어이없는 판결"이라면서 "한방이 오진해도 (환자가) 이상한 진단에 따라 치료받아도 그 이상한 한의학적 원리에만 맞으면 모든 게 합법적이란 말이냐"고 반발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한방에서 진단받고 치료받는 환자는 보호할 가치조차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번 사건처럼 (한방 진료에서) 기만당한 환자는 누가 보호하겠느냐"며 "대법원은 이 어이없는 판결에 책임을 통감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료계는 대법원이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이 '합리적인 범위'라고 본 이유로 한의대가 진단용 의료기기 교육과정을 보완·강화했다고 한 점도 집중 비판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 초음파는 해부학 지식을 기초로 생리주기에 따른 자궁과 난소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숙련된 산부인과 전문의가 아니면 질식 초음파 과정에 감염이나 소량출혈,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질식 초음파는 대부분 4년이라는 수련 과정을 마친 산부인과 전문의가 진행한다"고 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단순히 대학 교육과정에 있다고 초음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앞으로 학부 교육과정이 있다고 의료 영역을 허락할 것이면 필수의료인 분만도 그렇게 하게 하라"고 꼬집었다.

대한외과의사회 역시 "실제 의료 현장에서 암 환자와 응급환자 진료에 현대 의료기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이해가 결여됐기 때문에 내린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외과의사회는 "초음파는 종합적인 의료행위에 사용하는 장비다.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면서 "의사의 절대적인 주관에 의해 실시간으로 검사와 판독이 동시에 이뤄진다. 고도의 통합적 의학전문지식과 수련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과의사회는 "이번 사건은 한의사에게 초음파 기기 사용을 허용할지 여부를 넘어현대의학과 한의학으로 명백하게 구분된 현행 의료체계 존치 여부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문제"라면서 "단순히 법관 몇 명의 판단과 판결문 몇 줄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제도적·법적 정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판결 이후 대응 방안을 두고 의료계 입장도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

대한일반과의사회는 "의학적 원칙을 무시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한 대법원 판결은 사법살인이나 다름없다"면서 "한의사의 몰지각한 초음파 사용으로 제때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쳐 죽음에 이른다면 사법부가 자행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일반과의사회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성토하고만 있을 순 없다. 국민과 함께 잘못된 판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법리상으로도 다시 올바른 판결이 나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임시대의원총회 소집 요구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기환송심 대비를 위해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대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임총을 열어 변호인단 구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응 방안을 즉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판결을 바로잡지 못하면 한의사의 진료 영역 침탈을 가속화된다. 의협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