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PA 문제 수면 위로…의료계 내부 의견 엇갈려
대학병원 교수들 ”PA 문제 현실…수술장 안 돌아가“
간호사들 ”의사들 싸움에 새우등 터져…법제화 必“

삼성서울병원장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로부터 'PA 간호사' 채용으로 고발되자 병원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사진제공: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장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로부터 'PA 간호사' 채용으로 고발되자 병원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사진제공: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장이 진료지원인력인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채용 혐의로 고발되고 경찰에 입건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고발 사건을 바라보는 일선 병원들은 가시방석이다. PA 간호사 존재가 공공연한 상황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로 위법 논란이 터질 때마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하는 현실에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업무 범위 조율을 통한 해법을 마련하고자 ‘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당장 현장에서는 PA 간호사 업무 범위로 인한 위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A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채용공고에 PA라는 용어를 쓴 게 자극이 됐던 것 같다“며 ”병원마다 업무 범위도 비슷할테고 불법이라고 하지만 PA 없이는 (현장이)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묵인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흉부외과는 전공의 지원자가 없다. 대학병원에서 PA를 쓰지 말라고 하면 수술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전공의 수련시간이 주 80시간으로 제한되면서 당직의사를 고용해 겨우 맞추고 있지만 효율적 인력 활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계 안에서도 PA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장 소아청소년과는 인력이 절실한데 고발 당사자가 소아청소년과 의사“라며 ”의사들도 단합이 안 된다. 지금 볼 때 소청과가 전공의 없이 돌아가려면 전담간호사 채용도 필요하다고 보지만 전공의나 개원의 반대가 크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내과 교수도 ”(PA문제는) 현실이다. 대학병원에서 PA는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 지원이 전무한 소청과는 간호 인력이라도 써야 하는 상황인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PA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시점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내과 교수는 ”의료계 안에서도 의견 차가 크다는 점도 이해한다. 하지만 의료계 내 컨센서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의료계 내부 조율이 안 되니 끊임 없이 PA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의료계 안에서도 합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채용 공고로 'PA' 논란이 재점화되자 간호사들은 언제든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
삼성서울병원 채용 공고로 'PA' 논란이 재점화되자 간호사들은 언제든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

일선 간호사들 ”의사들 싸움에 간호사 등 터진 격“

간호사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고발 대상에 병원은 물론 지원한 간호사들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장 간호사들은 언제든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PA로 일할 수는 없다고 했다.

소청과의사회가 고발 당사자라는 사실에 대해 ”의사들 싸움에 간호사 등이 터진 느낌“이라고도 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C간호사는 ”EMR 차트 작성은 공공연하게 PA들이 해오던 관행“이라며 ”이번 일은 의사 간 싸움 아닌가. 의협과 대한병원협회도 입장이 다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병원도 환자가 진단서나 수술기록지를 원하면 PA가 작성한다“며 ”공공연한 일들이 수면 위로 문제 제기 된 것은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싼값에 PA에게 일을 맡긴 것이니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PA 간호사로 근무 경험이 있는 D간호사는 ”진료지원인력은 필요하다“며 PA 제도 도입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법적 보호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억울하게 처벌받는 간호사가 생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D간호사는 ”PA로 일하다가 부서를 옮겼다.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이유도 한 몫했다“며 ”어느 대학병원이든 PA가 있지만 고발당한다면 누가 PA를 하고 싶겠나. 이번 고발로 간호사들이 억울하게 처벌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번 건으로 간호사들이 처벌 받는다면 전국에 있는 PA들이 ‘나도 처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빠져나가면 대학병원 수술실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업무 범위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PA를 제도화 하자고 하면 의사들은 밥그릇을 빼앗긴다는 생각에 반대할 것“이라며 ”임상 현장에서는 필요한데 법제화를 하려면 반대하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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